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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3. 00:21 역사교과서를 논하다

[국정교과서 현대사 분석 긴급발표회 자료집 내려받기]

20161222_국정교과서현대사분석자료집.hwp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현대사 서술 분석 긴급발표회

-박정희 정부 시기를 중심으로

 

 

 

 

[진행 순서]

주제별 분석 발표 : 15:00-16:00

정치사 서술 분석 : 홍석률(성신여대)

경제사 서술 분석 : 정진아(건국대)

민주주의, 인권, 노동 서술 분석 : 허은(고려대)

남북관계, 통일 서술 분석 : 기광서(조선대)

 

토론 : 16:00-16:30

정용욱(서울대), 김성보(연세대), 오제연(성균관대)

 

질의 응답 : 16:30-17:00

 

 

일시 : 20161222() 오후 3-5

장소 :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

주관 : 역사문제연구소

주최 : 서울시교육청, 역사교육연대회의(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 와역사교육연대,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국정교과서 박정희 정부 시기 정치사 서술 분석

 

홍석률(성신여대)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국정교과서의 내용은 과거 교학사 교과서에 비해 독재통치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내용과 표현이 상대적으로 완화되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국정교과서 편찬 자체가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정치상황도 급변했기에 거듭되는 수정작업을 통해 문제가 되는 서술을 가급적 회피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인식은 어떤 문장 표현보다는 어떠한 사실들이 선택되고, 부각되느냐를 통해 더 잘 드러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국정교과서는 여전히 헌정질서 유린과 독재를 안보 논리와 양적인 경제 성장 논리로 옹호하고 변명하는 서술을 하고 있다. 그것을 좀 더 교묘하게 은폐하려고 노력했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사실상 더 노골적으로 변명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사실보다는 독재정권의 명분을 선택하여 서술하며 변명하는 교과서


국정교과서는 5.16 쿠데타, 3선개헌 등에 대해 서술 할 때 사실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평가를 제시하기보다는 집권세력이 내세운 명분을 다음과 같이 전달하고 있다.

 

그들은(5.16 쿠데타의 주체들은; 필자) 사회적 혼란과 장면의 정부의 무능, 공산화 위협 등을 정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261)

 

민주공화당은 국가 안보와 경제 개발을 명분으로 1969년 대통령의 3선출마를 가능하게 하는 개헌안을 제출하였다.(265) <강조는 필자>

 

교과서 서술은 매우 한정된 지면만을 허용한다. 다양한 주제와 영역을 집약적으로 다루기 위해 아주 중요한 사실만 추려내어도 지면이 항상 부족하다. 그런데 헌정질서를 유린한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내세운 명분을 굳이 교과서에 나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것들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며 객관적인 서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을 불필요하게 선택하여 소개함으로써 헌정질서 유린 행위를 옹호하고, 변명하는 서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서가 사실보다는 변명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국정교과서는 12.12 쿠데타에 대해서는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일부 병력을 동원해 군사 반란을 일으켜”(266)라고 하여 헌정질서를 유린한 사실을 명확하게 서술하였다. 그러나 5.16 쿠데타에 대해서는 이 점에 대한 명확한 지적이 없다. 다만 민정 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만을 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5.16 쿠데타 주체들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에 대해 축소시켜 서술하거나 여전히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의 유신체제기를 다룬 항목의 소제목은 “2-2 유신 체제의 등장과 중화학 공업의 육성이다. 이러한 방식의 제목 설정과 서술 배치를 통해 유신체제기에도 중화학공업화 등 눈부신 경제성장이 있었으며, 나아가 억압적인 통치가 경제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예컨대 유신체제기 억압 통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던 긴급 조치에 대한 서술을 보기로 하자. 국정교과서도 유신체제기 박정희 대통령이 긴급 조치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했다고 서술하기는 했다. 긴급 조치는 모두 아홉 차례 발동되었는데, 이중 4개의 긴급조치(1, 4, 7, 9)가 정치적 탄압 및 인권침해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국정교과서에는 9개의 긴급조치 내용 중 에너지 절약, 세금감면 등 경제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긴급 조치 3호의 내용만을 본문과 각주로 설명해 놓았다(268). 나머지 긴급 조치에 대해서는 내용 소개가 없다. 1,300여명의 구속자를 발생시킨 긴급 조치 9호도 그냥 3.1 민주 구국선언(명동선언)을 한 인사들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었다는 정도의 서술만 있을 따름이다(268). 지극히 편파적인 내용 선택으로 유신체제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사실상 강조하였던 것이다.


2. 안보 논리에 의해 가려지고, 왜곡된 냉전사 인식

 

국정교과서에서 박정희 정부부터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시기를 다루는 항목의 제목은 “2.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경제, 사회 발전이다. 세계사적 맥락에서 한국사를 서술 할 때 냉전 문제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국정교과서의 냉전에 대한 서술은 안보 논리로 독재정권을 합리화하고, 과거의 냉전 논리와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어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국내외 학계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차원의 냉전사 연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960,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을 다룬 일련의 연구들은 동서 양진영의 공존이라는 냉전사의 변동을 강조한다.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의 발전으로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에 미국과 소련은 군사력만으로는 기존 냉전 대립에서 승패를 가를 수 없는 상태에 돌입하였다. 이에 양 진영의 장기적 공존이 불가피해지고, 냉전 경쟁에서 군사적 대결보다는 경제적 경쟁이 더 많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제3세계 근대화론이 대두되고, 한국의 경제개발, 나아가 5.16 쿠데타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의 박정희 정부기 경제개발을 다룬 서술에는 이와 같은 내용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안보논리만이 강조된다. 이에 1960년대 초 세계정세에 대한 설명도 당시 세계는 냉전이 격화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대립하고 있었다”(262)는 식으로 단순화된다.

 

1970년대 초 데탕트 정세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서술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닉슨 독트린으로 미중관계가 개선되고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등 냉전이 완화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112월 반공을 강조하며 정권을 유지하던 박정희 정부는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며 일체의 사회불안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담화를 발표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265)

 

 

여기서는 닉슨 독트린이 미중관계의 개선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이는 미중관계 개선을 가져온 한 요인으로 이야기될 수는 있다. 그러나 데탕트는 기본적으로 어떤 정책이라기보다는 냉전시기에 조성된 특정한 국제적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외정책인 닉슨 독트린과 국제정세의 변화를 의미하는 미중관계 개선은 관련은 있지만 상당히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냉전사에서 데탕트를 설명할 때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양극화되었던 냉전적 국제질서가 유럽과 일본의 성장, 또한 사회주의권 내부의 중국과 소련의 갈등으로 훨씬 다극화되어가는 상황을 원인으로 주로 강조한다. 미중관계 개선도 기본적으로 중소 분쟁 같은 다극화된 국제질서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었다. 따라서 닉슨 독트린으로 미중관계가 개선되고라는 등의 표현은 냉전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한 사람이라면 쓰기 어려운 구절이라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다음에 이어지는 197112월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대한 서술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계개선에 나서 동아시아에서도 데탕트 정세가 조성되고 한반도에서도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대화가 시작되었는데, 박정희 정부는 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일까? “이러한 상황에서라는 접속구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라고 바뀐다면 박정희 정부가 데탕트에도 불구하고 닉슨 독트린 등의 위기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안보 논리만 강조하여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유신체제의 수립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 자체만을 놓고 보면 도대체 데탕트와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어떠한 연관을 갖고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여러 사실들을 연결시켜 정합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서로 상충되는 사실들을 단순 나열하는 것은 정말 교과서에서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사용하여 만들었지만, 국정교과서의 서술 수준이 크게 문제가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 분석


정진아(건국대학교)

 

 

1.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 기조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서 현실을 이해하고, 내일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오늘의 현실이 있게 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기조의 핵심적인 문제는 이점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존 검인정 교과서와 비교할 때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대 경제사 서술방식은 수량적 통계와 경제학적인 논리를 제시하는데 있어서는 한층 정밀해졌다. 반면, 정치사회적 연관성 속에서 경제사를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현저하게 부족해졌다.

 

그런 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 기조의 첫 번째 특징은 정치사와 경제사를 분리했다는 점에 있다. 마치 경제사는 정치사와는 다른 순경제적인 논리가 작동하는 영역처럼 서술되고 있다. 경제정책은 국정수행의 일환으로 추진되므로 결코 순경제적 논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중화학공업화는 유신독재를 뒷받침하기 위해 급속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또한 당시 중화학공업화에 대해서는 박정희정권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경제기획원조차 반대했다.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발생한 기업의 부실문제와 노동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므로 공업화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박정희정권은 노동문제를 도외시하고, 8.3조치로 기업 부실 문제를 미봉한 채 중화학공업화를 밀어붙였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 기조의 두 번째 특징은 공업화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었던 위와 같은 문제조차 서술하지 않은 채, 경제정책의 큰 흐름이 변화하는 계기를 안보위기로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정치사와 경제사의 분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정책의 변화를 안보위기와 직결시켰다. 이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박정희정권의 경제정책에 안보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 기조의 세 번째 특징은 물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문제를 부차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의 성과만이 부각되어 그 속에서 누가 어떻게 성장했고, 누가 어떻게 고통을 받았으며, 결국 한국사회가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관권경제를 통해 성장한 재벌의 문제, 빈익빈부익부의 심화, 심각한 노동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 한국경제가 과거에 경험했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극복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인과관계적 맥락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한다.

 

 

2.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서술 내용과 전략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대 경제사 서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2.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 발전이다. 원고본에는 5.16군사쿠데타로 2절을 시작하였으나, 완성본에서는 5.16군사쿠데타의 내용을 1절에 배치하고 경제개발계획으로 2절을 시작했다.

 

이는 5.16군사쿠데타를 2절에 배치하여 경제개발계획과 직결시킴으로써 군부등장의 정당성을 합리화했다는 비판을 피하는 한편, 경제개발계획을 전면에 배치하여 박정희정권의 경제적 성과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경제개발계획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권위주의 체제의 문제는 경제발전의 성과 뒤에 발생한 부분적인 잘못이라는 스토리를 완성하고자 했다.

 

이처럼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대 경제사 서술은 앞서 언급한 서술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서술의 내용과 배치방식에서 독특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첫째는 사실을 언급하되, ‘사실과 그 사실이 전개되는 역사적 맥락을 언급하지 않는 전략이다.

 

한일협정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일회담이 추진될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굴욕적 한일회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음을 언급한다. 박정희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시위대를 탄압한 사실을 언급한다. 한일협정이 체결되어 차관이 들어오고 경제건설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언급한다. 이어서 과거사 청산이 미흡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적극적인 해석없이 사실을 나열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하는 전략이다.

경제개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일협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초점이 사과와 보상이 아니었다는 점, 결국 그것 때문에 한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과와 보상 문제가 누락되었고 그것이 지금도 문제(위안부 및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와 보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해석되지 않았다. 이렇게 사실을 나열하되 내용을 해석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적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는 문제가 되는 사실과 평가할만한 사실을 직결시켜서 문제가 되는 사실의 구체성과 문제성을 숨기는 전략이다. 2-2. 유신체제의 등장과 중화학공업의 육성, 2-3. 민주화운동과 경제성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2-2. 유신체제의 등장과 중화학공업의 육성에서는 민주주의에 역행한 유신체제를 별도의 장으로 분리하지 않고 1페이지로 간략하게 요약하였다. 긴급조치, 노동운동 탄압, 간첩조작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유신체제 하에서 인권이 어떻게 유린되었는지를 밝히지 않은 채 유신체제의 시스템만 개괄적으로 정리했다. 뒤를 이어 자주적 안보, 중화학공업의 육성, 새마을운동, 중동 진출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2-3. 민주화운동과 경제성장에서는 5.18민주화운동에 이어 경제발전과 중산층의 확대, 6월 민주항쟁, 1987년 직선제 개헌과 평화적 정권이양이 무매개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중화학공업에 대한 중복투자의 문제, 외부경제에 좌우되는 경제구조의 취약성, 부의 불균등한 분배와 노동문제의 심화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고통은 전달되지 않은 채 유신체제는 박제화 된 사실로만 존재하고, 그것이 갖는 독재적 성격, 심각한 인권유린은 경제적인 성과 속에 가려진다. 또한 5.18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의 사이에 경제발전과 중산층의 확대를 배치함으로써 민주화운동이 마치 경제성장 및 중산층 확대의 결과인 것처럼 인식되도록 했다.

셋째는 경제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안보위기를 강조하는 냉전적 서술전략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한일국교정상화,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 1967년 동백림 사건, 19681.21사태 및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통일혁명당 사건 등 계속되는 안보위기가 발생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보위기에서 언급한 사건 중 동백림사건은 박정희정권의 무리한 간첩단 조작사건이었다. 2006126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박정희정권이 단순 대북접촉과 동조행위에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하여 사건의 외연과 범죄사실을 확대·과장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술전략은 안보위기를 강조함으로써 박정희정권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한편, 경제정책에 안보적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냉전적일 뿐 아니라 퇴행적이다. 특히 동백림사건을 간첩사건으로 불러옴으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이중적 가해문제를 낳고 있다.

 

넷째는 판잣집 철거,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운동 탄압 등 의 생존권과 관련된 사안을 경제성장에 따라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문제로 취급하는 전략이다. 2-2. 유신체제의 등장과 중화학공업의 육성 말미에 고속성장의 그늘산업재해와 환경문제를 배치한 것이 그러한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중화학공업의 육성에서 중화학공업 발전의 주역으로서 재벌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이병철, 정주영을 박스기사로 처리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는 고속성장에는 빛과 더불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라는 서술방식으로서 박정희정권의 경제정책이 갖는 친기업적이고 반민중적 성격을 은폐하려는 시도이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민의 생존권 문제가 고도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들로 산업재해, 환경문제와 같이 상대화되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 경제사 집필을 담당한 김낙년 교수는 20161214󰡔데일리안󰡕과 한 단독인터뷰에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학생들이 충분한 팩트를 보고 당시 위정자들이 큰 결정을 내리기 위해 했던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사교육의 목적은 팩트를 통해 위정자들의 고민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팩트의 연결고리를 통해 위정자들의 정책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하는 한편, 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는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사회에 미치는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 그것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역사교육의 올바른방향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 시기 민주주의, 인권, 노동 분야 서술 검토

 

허은(고려대 한국사학과)

 

1.

배포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한국 현대사 서술은 냉전반공주의와 성장주의가 기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한 역사적 국면이나 사건들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거나 누락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기초한 역사서술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20세기 후반 일제 식민지배 및 식민지주의의 영향, 동아시아 열강의 이해 추구, 그리고 이를 극복하며 더 낳은 사회를 만들고자 한 다양한 주체들의 지난한 운동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역동적으로 전개된 역사를 공산진영/자유진영이란 진영대립 논리나 용공/반공이라는 냉전반공주의적 대립구도로 재단함으로써 한국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기조의 교과서를 통해 역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탈냉전이후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남북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인식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현대사 역사서술의 가장 큰 과제이자 목표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실내용을 성취해 가는 과정과 한계를 정확하게 기술하여 개개인이 주권자로서 시민의식을 형성하는데 기여 하는 것이라 본다. 그러나 냉전반공주의와 성장주의에 기반 한 역사서술은 국가안보, 경제성장 그리고 반공주의를 최우선시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중시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운동이 지닌 의미를 축소하거나 역사 이해를 왜곡하기도 한다. 역사교재 집필자는 한국현대사에서 냉전반공주의와 국가안보지상이라는 입장을 취한 정치세력이 민주주의 정치제도 폐기,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 및 인권을 말살하는 국가폭력 자행,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 등을 정당화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교육자들이 안보와 반공이란 명분 앞에서 민주주의(또는 민주적 법치주의)와 시민권은 언제든지 폐지 또는 유보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인식을 용인하게 될 여지가 상존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인식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인식은 5·16군사쿠데타 세력, 1970년대 유신체제를 구축한 박정희 정권 또한 거슬러 올라가 일제 침략전쟁을 주도한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주창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사 서술에서 박정희 정권시기 민주주의, 인권, 노동 분야 관련 서술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러한 평가를 하는 이유는 첫째, 불충분한 서술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들이 충분히 소화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야인사, 학생, 종교계 인사들이 전개한 반독재 민주화 운동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의 생존권 투쟁, 그리고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언론 및 문화학술 운동, 인권운동 등이 충실히 서술해야 한다. 특히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던 이들이 지녔던 국제정세 인식, 안보 및 민주주의 이해 그리고 사회정의 인식 등에 대해 분명히 적시해 주어야 한다. 예컨대 252쪽에서 ‘3·1민주구국선언은 막연하게 제시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그 민주화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전달하는데 충분하지 않다. 박정희 정권시기 민주화운동에 대한 최근 연구는 문헌자료 검토를 넘어서 다양한 구술 작업을 통해 당시 여성노동자를 비롯한 여러 주체들이 생존권과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부랑아, 소년범, 기지촌 여성, 그리고 복지원의 신체장애자 등이 국가안보제일주의와 총력안보체제 구축을 외치는 정권아래서 비국민으로 내몰리며 억압·차별 받았음을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까지 서술될 때 박정희 정권이 외쳤던 반공과 총력안보의 실체 및 그 역사성이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을 것이며, 박정희 정권시기를 포함한 한국현대사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민주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정권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방향을 모색하며 운동을 전개했다는 사실이 전달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상생활과 사회문화 영역에서 민주주의의 억압을 다루는 부분이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용공조작사건과 같이 국가폭력이 노골적으로 자행되며 인권이 말살되었다는 점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일상에서 일어났던 국가폭력을 분명히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현대사는 민주공화국 건설의 구체화 과정과 그 실현 정도를 주요한 서술내용으로 삼는다. 이러한 기준에서 박정희 정권 시기를 역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생활문화 영역에서 민주주의에 가해졌던 억압과 그 극복과정을 충실히 서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른바 유신체제가 국가안보제일주의라는 명분을 내걸고 일상 수준에서 대중의 의식과 행위를 철저히 통제하고 주권자가 아닌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교과서에는 196812국민교육헌장의 선포와 이후 국가주의 및 반공주의 주입, 총력안보태세의 일상적 실천 강요, 정권안보를 위한 감시와 사찰 강화 특히 19755월 긴급조치 제9호 선포이후 국민동원 및 국민감시체제 구축과 국민의 일상생활 규제 등에 대해 언급조차 되고 있지 않다.

셋째, 성장주의 기조의 서술 속에서 유신체제 말기 부마민주항쟁과 같은 민중항쟁이 발생한 이유를 분명히 서술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가 처했던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열악한 노동 여건은 1970년대 후반에도 개선되지 않았고, 반면 정경유착 속에서 특혜를 누리던 재벌을 중심으로 한 특권층과 정부는 서민가계를 압박하면서까지 이윤을 독점하고자 했다. 여러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열악한 노동조건,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특권층의 부정부패,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정권의 폭력적 탄압 등이 지속되며 서민 또는 민중이 체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식을 공유했기에 민중항쟁으로서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성장의 그늘이란 항목에서(259) 노동문제는 단지 노사갈등 문제로 국한되고, 유신시대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서술은 없이 종종 정치적 사건’(?)을 일으키는 사안으로 정리된다. 또한 그 어느 지면에서도 유신정권의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정책이 낳은 사회적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생존권을 위협하는 유신정권이 진정 심각한 안보위기를 초래한다는 당대 재야 민주화인사들의 비판은 성장주의 관점에 입각한 역사서술에서 고려될 여지가 없다.

 

3.

이 국정 역사교과서 중 민주주의, 인권, 노동 분야 관련 서술은 양적 빈약함을 넘어 역사교과서 서술로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역사적 전환 국면이나 시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언급되어야 할 민주주의, 인권, 노동 분야 서술 자체가 누락되어 있고, 둘째, 냉전반공주의 입장에서 역사 사건을 실제와 전혀 다른 맥락에서 파악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의 사례로 5·16군정시기 군사쿠데타세력이 반공법’, ‘특수범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등 악법을 제정하여 ‘4월혁명시기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용공분자로 몰아 처벌했다는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 자행으로 빼앗긴 투표권을 포함하여 냉전반공체제(이념)에 박탈되거나 억눌렸던 민주공화국 주권자의 권리를 회복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투쟁으로서 ‘4월혁명을 탄압한 정치세력이 5·16군사쿠데타 세력이라는 사실을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다. 교원노조를 비롯한 노동운동의 분출과 경상도와 제주도에서 전개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운동 등이 분출한 사실은 이승만 정권기와 ‘4월혁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두 번째와 관련한 사례는 계속되는 안보위기라는 소항목(253~254)의 서술방식이다. 1967년부터 1968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이 소항목 부분은 박정희 정권시기에 일어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동백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여러 연구자들이 지적했다시피 이 사건은 부정선거로 얼룩진 19676·8총선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이를 주도하는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기획된 간첩단조작사건이다. 하지만 국정 역사 교과서는 이점을 분명히 서술하지 않고 단지 각주에 중앙정보부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확대, 과장한 것으로 외교적 관계의 위축을 불러 일으켰다고 언급하고 있다. 정권안보를 위한 간첩단사건 조작과 이 과정에서 자행된 불법연행, 고문 등 인권유린이 문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안보위기 국면에서 중앙정보부의 실수로 대외적인 관계가 위축된 사례로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계속되는 안보위기항목은 향토예비군 창설, 교련교육 전면적인 실시로 단락을 끝맺음으로써, 3선개헌 이후 야당, 재야인사, 대학생들이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혼재시킨 박정희 정권의 국제정세, 남북관계 인식 그리고 전 사회의 병영화로 요약할 수 있는 체제 개편 노선과 인식을 달리하며 강력하게 반대한 사실이 누락되고 있다. 그간 축적된 현대사 연구와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등에서 규명한 성과를 검토하여 박정희 정권시기 일어난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에 대해 제대로 서술되어야 한다.

 

끝으로 역사학계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듯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퇴행적 조치라는 점에서 이 교과서는 그 내용의 충실도, 완성도와 상관없이 나와서는 안 될 교재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또한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등장과 발전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민주주의의 성취 관련 분야가 냉전반공주의 중심의 서술 구도 속에서 누락, 왜곡, 또는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국정 역사교과서는 역사교육 교재로서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고 판단된다.





박정희 시대 이후 북한과 남북관계, 통일문제의 서술 구조

 

기광서(조선대)

 

분석 대상: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세계의 변화, 3. 국제질서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발전, 3-4 북한의 3대 세습독재체제와 남북한 관계(pp. 284-287)와 기타 관련 부분

 

북한 관련 서술은 김일성 3대 체제의 권력 문제에 집중됨

- 북한 관련 소제목 <김일성 독재체제의 구축><3대 세습 체제 형성>에서 보듯이 서술의 주안점이 독재체제의 구축과 강화에 맞춰져 있음

 

<김일성 독재체제의 구축>

- 요약: “스탈린의 지원하에 권력을 장악한 박헌영을 숙청하고 그후 소련파와 연안파를 제거하여 1인 권력체제를 강화하며, 중소이념분쟁을 이용하여 주체를 명분으로 수령독재체제를 공고히 하고, 주체사상을 통해 김일성 독재를 이념적으로 정당화하였다. 1972년 헌법 개정을 통해 주석제를 도입하여 절대권력을 행사하였고, 김정일을 후계자로 선정하여 부자세습체제를 구축하였다.”

 

- 해방 후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의 기술 전체가 김일성의 권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당연히 언급되어야할 북한의 사회경제적 내용과 체제의 작동 구조 등이 생략되는 등 인식의 심각한 편향성을 노출함

<3대세습 체제의 형성>

요약: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표방하였지만 1990년대 중반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배급제 붕괴와 경제난이 심화되었다. 2011년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여 3대 세습체제가 형성되었다.”

 

북한은 인민이 굶어죽고 권력이 세습되는 참혹한 사회라는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전형적인 냉전논리로의 회귀를 보여주고 있음. ‘3대 세습 체제는 교과서에서 쓸만한 학술적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려움

 

- 요컨대, 짧은 지면 속에 북한 관련 기술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가장 특징적 사실이 담겨지고 아울러 북한체제의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본 교과서는 북한 독재권력의 형성과 강화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음

 

남북관계 서술에서 남과 북은 피해자 대 가해자로 각각 규정되며, 북한은 악마로 묘사됨

대표적으로 1960년대 후반에 발생한 동백림사건, 김신조 무장공비 침투, 울진·삼척공비 사건이 10행에 걸쳐 다소 상세하게 기술되는데(p. 249), 냉전 시기, 특히 월남전이 한창인 시기 북한의 정치적·군사적 도발이 강화된 것은 분명함. 하지만 알려진대로, 남한 역시 북파공작원의 파견을 통해 대응함. 북한의 공세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남한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단정하고 있음

 

<탈북자와 북한 인권, 이산가족문제>

- 요약: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가 증가하며, 인간의 기본권이 무시되는 북한은 억압과 차별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이 있고, 이에 대해 유엔은 북한인권결의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실시되었으나 북한측의 비협조로 제한된 수만이 상봉의 기회를 얻었다.”(35)

 

- 북한의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 기본권의 제약이나 탈북자 문제를 서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북한과 남북관계 전체 서술 분량의 약1/5가량을 할애하는 것은 지나친 편중이며 균형을 상실한 처사임

 

- 북한인권 문제의 제기는 실질적인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해야 하나 대북 정치적·심리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이 사실임. 과도한 분량의 북한 인권 관련 서술은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이 점은 현재 상당수 탈북자들의 인권이 보호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명백히 입증됨

 

<북핵위기와 북한의 대남도발>

- 요약: “1991년 북한의 NPT 탈퇴 이후 북한은 핵개발을 추진하였고, 199410월 북미제네바합의로 핵무기개발을 일시 중단하였지만 비밀리에 개발을 계속하여 2002년 이 합의는 파기되었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평화는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대남도발로서 3차례의 NLL 침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이 있었고, 이로 인해 남북대화 추진 및 교류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

 

-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파행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서술하는 것이 응당할 지라도 글의 전체 논조는 북한의 일방적인 도발과 책임만이 지적됨. 북한의 상대방은 피해자정의가 되고 북한은 가해자불의로 묘사하는 전형적인 이분법적 서술구조임. 이러한 북한의 악마화시도는 흑백논리에 입각한 대북 적대감을 상승시키고 남북관계 진전의 무용론을 유도하는 반평화적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음

<평화통일의 노력>

- 7.4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성명, 10.4선언 등 남북간 합의를 해당 자료를 첨부하여 소개하고 남북한관계는 민족이란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상호신뢰와 협력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고 상생해야할 특수 관계로 언급함

 

- 평화지향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을 염원하는 이 서술이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앞의 남북대결적 논조에서 급작스러운 논리 전환 때문임. 앞의 서술이 지나친 편향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서 이를 보완하려다보니 맥락이 맞지 않는 논조를 지니게 된 것으로 추측함

 

기타 사실(Facts)상의 오류 문제

가장 눈에 띄는 오류는 . 1. 1-1 2차세계대전의 종전과 광복에 기술된 다음 글

- “한반도에 진주한 소련군은 38선 이북 지역에서 군정을 실시하였다. 스탈린은 반일 민주주의 정당의 연합을 통한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라는 지령을 소련군에 하달하여, 38선 이북에 소련에 우호적인 정부를 수립하고자 하였다.”(p.246)

*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부: 공산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정부로 가기 위한 전략의 한 단계로서 자본가(부르주아)들을 전면에 내세운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부를 상정하였다.

 

- 1945920일 자 스탈린은 부르주아민주주의 권력(буржуазно-демократическая власть) 수립 공조를 지시함. ‘권력정부로 둔갑하여 해석된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이지만 의미상에서도 소련이 처음부터 분단정부를 지향했다는 해석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보임

 

- 부르주아민주주의 권력은 상하급 권력을 의미하며, 그 당시의 실체는 인민위원회를 가리키는 것이었음. 인민위원회와 정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위상과 지위를 갖는 것임

‘2.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발전. 2-1 박정희정부의 출범과 경제개발계획의 추진

- “1967년과 1968년 김일성정권의 대남도발은 6.25전쟁 이후 최고조에 달하였다. 19687월 동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을 중심으로 유럽에 거주하던 교포들과 유학생들을 포섭하려고 했던 동백림 사건이 발표되었다.”(p. 249)

 

- 동백림 사건은 관련자 203명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서 간첩죄로 인정된 사람이 1명도 없었고, 중앙정보부가 정권 안보를 위해 활용한 사건임에도 무장공비 침투와 병렬선상에서 열거하고 유사한 대남 도발 사례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식 서술임

결론: 반공 정치교과서로서의 국정교과서

- 북한 및 남북관계 영역의 서술은 김일성 독재권력 강화와 3대 세습 문제, 북한의 대남도발, 북한 인권 등 북한의 부정적인 현상에 거의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 것을 볼 때 북한에 향한 적대적 태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음. 또한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입각한 냉전회귀, 남북대결, 반공이념 등이 투영되는 정치 교과서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음

- 분단체제하의 북한은 적과 동포라는 상호모순된 규정 속에 존재하지만 우리는 북한을 동족으로서 포용하려는 지향성을 담고 있어야함. 대북 평화와 협력 지향은 국민 대다수의 희망으로 볼 수 있으며, 북한과 남북관계 서술은 이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함

- 결론적으로 국정 교과서는 북한과 남북관계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통일의 희망과 실천을 심어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혐오감과 무관심을 더욱 확대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음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현대사 분석 긴급 발표회

- 박정희 정부 시기를 중심으로토론 요지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1. 밀실의 역사 대 광장의 역사


-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 학부모의 95.4%가 역사 공부가 자녀 교육에 중요하다고 응답. 또 같은 조사에서 60% 이상의 학부모가 촛불집회와 같은 현장에 자녀와 동행하는 것이 역사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응답.

- 광장의 촛불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게 만들고,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국정농단 사례의 하나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

- 국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그 촛불이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또 그것을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밀실집필로 명명되었듯이 편찬과정이 편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민주적인 교과서 편찬 원리를 난폭하게 유린했던 교과서를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일부 언론은 올바른 역사라고 강변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주인들에게 강요하려 하고 있음. 연인원 천만 가까운 시민이 엄동설한에 광장에 나와 촛불을 밝혀도 그 촛불이 밀실까지 밝히지는 못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고, 그 밀실에서 여전히 은밀한 거래와 야합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줌.

 


2. 비선 교과서


-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거듭되는 공개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밀실에서 복면 집필을 통해 교과서를 제작. 정부는 교과서 편찬 과정의 공개를 통해서 국민의 알 권리와 문화 향유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제시하고 국제사회가 준용하는 역사교과서 편찬의 원칙 따위는 애시당초 철저히 무시됨. 그 결과물이 박정희 예찬 교과서라는 별칭이 붙게 된 국정 역사교과서. ‘올바른 역사교과서의 편찬 목적은 비선에 의한 교과서 집필로 달성할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증명.

- 박근혜는 키친캐비넷이라는 외래어까지 주워섬기며 그와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호도하거나 부인하고 있지만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뒤에도 여전히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비선에 의지한 반민주적 국정 운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 그리고 시민들은 참여와 감시를 통해 민주주의적 국정 운영 능력을 스스로 증명 중.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그러한 국민적 의사를 무시하는 것.


 

3. 시녀의 역사 대 주인의 역사


-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동 시 교육부가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이 지적한 오류와 문제점을 잽싸게 수정에 반영하여 검정을 통과시켰던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는 역사학계와 현장의 역사 교사들은 또 다시 빨간 펜역할을 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현장본 검토에 일체 응하지 않음. 그러자 현장본 교과서에 진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정부와 새누리당에다 일부 수구 언론까지 거들며 국정 교과서가 내용이 개선되었고, 경쟁력이 있다며 옹호하고 나섬. 오늘 발표회를 통해 역사학계가 문제점의 일부를 공개했지만,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본격적인 조사 결과 공개를 기대하기 바람.

-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도가 처음으로 공개되어 학계, 교육계는 물론 시민사회가 이에 반대한 것은 작년 가을이었지만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듯이 박근혜 정부는 재작년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현장의 전면적 거부로 0%대 채택율을 기록하자 바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준비하기 시작. 이 사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옹호 세력들이 국정화 작업을 통해 추구한 것이 시종일관 친일·독재세력의 역사적 복권이자 수구세력의 정치적 결집이었지, 역사교육의 개선이 결코 아니었음을 의미.

- 최근 정부, 새누리당, 일부 수구 언론이 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적 장점을 운운하며 국정화를 옹호하고 나선 것도 결국 탄핵 정국에서 반칙을 써서라도 지지세력들을 결집하여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해보려는 정치적 기획이지 역사교육의 개선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님.

-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은 역사학을 권력의 시녀이자 정치적 도구로 만드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국정화 추진·옹호세력의 역사의식은 스스로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의 역사의식과는 정반대의 대척적 위치에 있음.

 


4. 예찬의 역사 대 비판적 역사


- 2017년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첫 순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가 그 제단에 바치기 위한 제물이라는 인식은 알만한 사람에게는 다 알려진 사실. 특히 개정된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시기가 2018년임에도 정부가 규정을 어겨가며 유독 국정 역사교과서만 2017년에 배포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그 얘기는 더 이상 소문이 아니게 됨.

- 역사교육의 목적은 역사를 통해 학생들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유를 함양하는 것. 애초부터 박정희 예찬 교과서를 의도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령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비교육적 교과서.





 


토론 : 국정 역사교과서 현대사 서술의 문제점

 

김성보(연세대)

 


1. 사실 오류로 가득 찬 교과서

 

현대사 부분의 집필에는 전문 역사학자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며, 역사학을 비롯한 인문 사회과학의 최근 연구성과들이 거의 무시된 채 집필되었다. 그러니 기초적인 사실 오류로 가득 찬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 한국사 검토본 VII장의 ‘1. 대한민국의 수립과 자유민주주의의 시련을 보면, 첫 쪽(246)부터 무지로 인한 사실오류와 의도적인 왜곡에 의한 사실오류가 반복된다. “만주를 거쳐 남하하는 소련군이 미군보다 한반도에 먼저 들어왔다고 하는데, 소련군의 태평양함대는 연해주에서 동해를 통해 바로 함북으로 상륙하여 한반도에 먼저 들어왔다는 사실은 역사적 상식에 속한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권력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부로 둔갑시킨 오류는 발표자가 지적한 바대로이며, 기껏 친절하게 설명한답시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부자본가들(부르주아)을 전면에 내세운정부라고 해설했는데, 이는 혁명이론의 ABC도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다. 그 다음 쪽에는 조만식이 소련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자연금했다고 하는데, 조만식이 연금상태로 놓인 정확한 이유는 미국, 영국, 소련 등 연합국이 합의한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아서이다. 이 결정이 발표되기 전까지 조만식과 소련군의 관계는 협조적이었다. 이는 의도적인 왜곡에 속한다. 248쪽에는 한반도에 새로운 임시 정부를 수립하고 신탁 통치를 실시한다는 모스크바 3국 외무 장관 회의 공동 성명의 내용이 국내에 전해지자신탁통치 반대운동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 또한 사실 오류이다. 당시 동아일보 등의 매체는 한반도에 임시정부를 수립한다는 결정 사항은 빼버리고 오직 신탁통치한다는 내용만 보도하여 외세에 대한 반감만 일방적으로 촉발시켰다.

기가 막히는 점은 원자료까지 왜곡한 점이다. 5.16 군사정변 주도세력이 발표한 혁명공약[역사돋보기]에 소개되어 있는데, ‘반공 태세라는 원문을 반공 체제로 임의로 바꾸었다. 원자료까지 집필자 마음대로 바꾸는 역사교과서가 세상에 어디 또 있겠나? 그 외에도 무수한 오류가 있으나 생략한다.

 

2.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신을 훼손한 교과서

 

‘1948년 대한민국 수립주장의 위험성은 누누이 지적된 사항이다. 그만큼 심각한 또 다른 문제점은 검토본이 대한민국 수립의 정신 자체를 왜곡,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헌헌법은 그 기초자의 한 명인 유진오가 밝힌대로, 형식적·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실질적·경제적 균등을 지향하는 경제적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 역사 검토본은 제헌헌법이 단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의 원칙들을 중시한 것으로 서술하여 그 정신을 축소 왜곡하고 있다.

 

3. 시민 대신 정부를 역사의 주체로 만들어버린 반민주적 교과서

 

대한민국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검토본의 현대사 서술은 국가·정부를 역사의 주체로 설정하고 국민·시민은 이에 종속된 존재로만 묘사하고 있다. 검토본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공은 거의 전적으로 박정희라는 지도자 1인 또는 재벌에게 있고, 국민·시민은 단지 수동적인 존재로만 묘사된다. 지도자를 강조하는 북한 교과서와 다를 바 없는 서술체계이다.

검토본 현대사 부분에서 국민·시민이 주체로서 등장하는 경우는 단지 독재에 항거해서 민주화운동을 펼친 때에 불과하다. 이는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국민·시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고 정치는 정부와 정치인이 하면 된다는 국가주의적 사고일 뿐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국민·시민의 일상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 민주화운동 이외에 일반 민이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한 서술이라고는 북한의 토지개혁 소식이 전해지자 38선 이남의 소작인들도 토지개혁을 요구하였고, 이에 미군정와 이승만 정부가 농지를 분배했다는 서술 정도이다. 그런데 이 서술 또한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건 농민의 지향과 행동을 왜곡한 것이다. 38선 이남,이북의 구분을 떠나 한반도의 농민들에게 토지개혁은 오랜 염원이었다. 그런데 이를 마치 남한의 소작인들이 북한의 토지개혁에 선동되어 토지개혁을 요구한 것처럼 오독하게 하는 문장이다.

 

4. 분단 문제에 대한 역사적 성찰은 전혀 없는 교과서

 

현행 대한민국헌법은 전문에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검토본은 정의 인도와 동포애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보지 않고, 오직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여 민족의 단결을 저해하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교육하는 일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여기서 심사숙고해야할 지점은 다른 교과서도 아닌 역사 교과서라고 한다면 북한의 역사를 어떤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이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역사교과서라면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단지 공산주의는 나빠요라고 하는 이념적 잣대에서가 아니라, 남북한을 포괄하는 한반도 전체 차원의 근현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해되도록 해야 한다. 일제하에 왜 사회주의가 한국에 수용되었는지, 남북 분단의 국제적 배경은 무엇인지, 해방 후에는 왜 일제에 맞서 함께 싸웠던 사회주의 계열과 민족-자본주의 계열이 분열, 대립하게 되는지, 남북이 대치하는 속에서 남북의 독재정권이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 반대세력을 적으로 몰아넣었는지, 분단 속의 적대적 공존이 어떻게 평화적 공존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근현대 한국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하도록 서술해야 할 터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북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해도 학생들에게는 그저 북한은 나쁘니 상대하기도 싫고 이해하기도 싫다는 혐오감만 낳을 뿐이다. 그것은 역사교육이 아니며 단지 반공 정치교육일뿐이다. 분단 극복이 얼마나 중요하며 필요한지, 그 극복을 위해 남북간 대화, 교류와 한국안에서의 민주주의 실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역사서술이어야 할 터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본은 (1)사실 오류와 왜곡으로 가득 차고, (2)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신을 훼손하였으며, (3)반민주적인 서술로 일관하고, (4)분단의 문제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성찰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민족 단결을 저해하는 점에서 반헌법적이다. 민족도 없고, 시민도 없고, 오직 국가와 정부만 있는 교과서, 그것이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본의 현대사 서술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현대사 분석 발표회 토론문

 

오제연(성균관대)

 


1. 강박적 억지 해석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 네 분의 발표와 같은 국정 역사교과서자체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무엇이 달라졌나요?>라는 선전홍보물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선전홍보물의 맨 첫 장에서 교육부장관은 국정 역사교과서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명명하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대한민국 교과서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대한민국 교과서라는 말은 50페이지가 넘는 이 선전홍보물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뒤표지에까지 이 문구를 다시 한 번 집어넣었다.

이 선전홍보물은 국정 역사교과서올바른 역사교과서이며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대한민국 교과서라는 것의 근거로, 크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했다는 점역사적 사실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례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했다는 점과 관련하여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기존 검정교과서는 남한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으며 북한에서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수립되었다고 서술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였습니다.”(12) 오늘날 학생들에게 정통성문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것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것인지, 고정불변의 것인지 등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하면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하면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발상은 이분법적인 도식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학교 역사교과서나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모두 대한민국 수립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1948815일 당시 사진을 제시했는데,(중학교-128, 고등학교-250) 여기에는 당시 중앙청 건물에 내걸렸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글씨가 분명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당시 사진을 통해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용어를 굳이 정통성운운하며 억지로 수정하려는 태도는 강박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이 선전홍보물 14쪽에서는 제헌 헌법 및 현행 헌법의 주요 내용과 연계하여 대한민국의 국가체제와 정통성에 대해 충실히 서술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중학교 역사교과서 129쪽을 보면 제헌 헌법이 마련한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법치주의의 원칙들은라는 서술이 나오고,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251쪽을 보면 제헌 헌법은 국민의 자유 보장,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기본 틀로 삼았고라는 서술이 나온다. 우선 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 민주라는 용어는 역설적이지만 1972년 유신헌법에 처음 들어간 것이다. 제헌 헌법을 자유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설명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더구나 제헌 헌법은 경제의 맨 처음 조항(84)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흔히 통제경제라고 평가받는 조항으로서 일반적인 의미의 시장 경제와 분명한 거리가 있다. 이 조항이 보다 시장 경제원리에 가깝게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삼는다방식으로 수정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이러한 문제점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애초부터 정해진 틀에 맞춰 강박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고 제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구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그밖에도 무수히 많은 강박적 억지 해석과 왜곡된 서술 내용들이 눈에 띈다.

 

2. 역사교과서가 아닌 반공 정치교과서

 

강박적 억지 해석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교과서는 결코 올바른 역사교과서일 수 없다. 사실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말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 이 중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며, 따라서 끊임없는 논쟁과 재해석이 필요하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해석과 서술을 올바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 순간 이미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그것이 권력을 가진 정부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역사역사로서 정당하게 해석하고 서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역사를 특정세력의 이해와 관철되도록 정치화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지금 나온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발표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듯이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이분법적인 냉전 논리에 사로잡힌 반공 정치교과서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공 정치교과서역사교과서처럼 만들기 위해 많은 꼼수들이 동원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전홍보물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했다라고 계속 강조했다. 얼핏 보면 국정 역사교과서 상에서 그 균형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발표자들의 분석에서 나오듯이 독재관련 서술에서는 명분변명이 수반되고, 긴급조치에 대한 설명처럼 사실의 선택 자체가 편파적이며, 정부의 행위를 오직 안보논리로 합리화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또 과거 정부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맥락이나 해석에 대한 서술을 생략한 채 단순 사실만을 건조하게 나열하다가, 새마을운동 같이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은 부분에서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내용을 비교적 길게 서술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러나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는 식으로 짧고 간접적인 전달방식으로 서술하는 모습들도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19876월항쟁에 대한 서술의 경우, 69일 이한열의 최루탄에 의한 치명상 서술 뒤에 이 사건으로 6월 민주 항쟁은 더욱 격렬해졌다는 단 한 줄로 처리한 반면, 노태우의 ‘6.29선언에 대해서는 본문 서술 자체가 훨씬 길 뿐만 아니라 별도의 자료까지 제시하는 등 자세하게 언급하였다. 이것이 국정 역사교과서가 내세우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균형 있게 서술하는 것의 실상이다. IMF 구제금융 관련 경제위기 관련 서술에서도 경제위기의 시작점이었던 한보사태등 대기업과 정부/정치권 사이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문제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서술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수많은 이미지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것도 얼핏 균형있게 제시된 듯하다. 그러나 중학교 역사교과서 맨 마지막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그림 이미지와,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맨 처음에 한 면 가득 채워진 서울올림픽 폐막식 불꽃놀이사진은 역시 국정 역사교과서가 추구하는 균형이라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3. 최신 연구경향을 반영하지 못한 정치와 경제만의 교과서

 

그밖에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대사 파트는 지나치게 정치와 경제 문제 중심으로만 서술되어 있다. 사회, 문화에 대한 서술은 대단히 빈약하다. 이는 집필진 중에 역사전공자가 거의 없는 것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최근 역사학계의 현대사 연구의 영역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최근 역사연구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국정교과서는 이러한 역사학계의 최신 흐름과 동떨어진 과거 시대에 머무른 고루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교과서로 학생들이 종합적인 역사상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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