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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블로그는 사단법인 역사문제연구소의 블로그입니다.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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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행어 중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단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헬조선(Hell朝鮮)2010년에 등장한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조어이다. (Hell: 지옥)+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다. 특정 커뮤니티의 극소수의 네티즌들이 사용했으나 언론이 쓰면서 더 알려지게 되었다. 비슷한 개념을 가진 다른 용어로 지옥불반도라는 단어도 사용된다.”

어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한반도가 젊은이들에게 지옥이 되었을까? 그동안 보수적인 어른들은 이를 무능하고 게으른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국가 탓, 부모 탓으로 돌리는 불평불만 정도로 치부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 나왔다. 즉 좌파 역사학자들이 쓴 역사교과서를 가지고 좌파 역사교사들이 한국사, 특히 한국현대사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본질을 왜곡하고 편협한 역사의식을 가르쳤기 때문에, 학생들이 우리나라는 참 못난 나라다”, “중진국으로 영원히 머무를 수밖에 없다패배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곧바로 대안도 제시되었다. ‘90%가 좌파인 역사학자들에게 교과서를 맡길 수 없으며, ‘긍정적 역사관에 입각해 정부가 직접 올바른’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명쾌한 해답과 대안 제시이긴 한데 금세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중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국정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논리의 모순은 논외로 하더라도, 원래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처음 쓴 사람들이 근대화, 산업화, 선진화 논리에 기반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좌파로 몰아붙였던 극우적 성향의 네티즌이었다는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게 단지 패배주의 때문에 유행하게 되었을까? 오히려 현실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담아낸 젊은이들의 유쾌한 조롱이 아닐까? 근본적인 의문은 따로 있다. 학생들에게 부정적 역사관’, ‘패배주의를 심어준 것으로 낙인찍힌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올바르지 못한역사를 배웠을까? 그들 대부분은 1974년 유신체제 때부터 만들어졌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공부했다.

이는 앞으로 국가가 소위 긍정적 역사관에 입각해 역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든다 할지라도, 그리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세련된 방식으로 학생들의 머릿속에 국가가 독점한 역사관을 주입한다하더라도,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효과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단지 책을 통한 지식의 전달과 습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명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책을 넘어 현실 문제와 끊임없는 긴장감 속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진정으로 젊은이들을 걱정한다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젊은이들의 패배주의불평불만을 바로잡겠다는 헛된 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헬조선이라는 조롱 속에 담긴 그들의 절망과 분노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성찰을 배제한 역사 미화라는 정신승리수준의 진통제는 잠시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절망과 분노의 근본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 한 과거 국정 역사교과서가 그랬듯이 오히려 내성만 키워줄 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문제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역사문제연구 34호가 간행되었다. 이번호에는 두 가지 주제의 특집논문들이 실렸다. 첫 번째 특집 주제는 한일협정 전후 재일조선인 사회의 변화이다. 2015년은 해방 70주년, 한일협정 체결 50주년, 베트남전쟁 전투병파병 50주년을 동시에 맞이한 해였다. 역사학은 시간을 다루는 학문인만큼,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주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근현대사는 연구대상과의 시간적 거리가 짧은 만큼 10년 단위의 주기마다 연구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기존 연구를 결산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관성적으로 비슷한 연구를 반복하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역사문제연구 편집위원회에서는 주년을 기념하면서도 동시에 연구사적인 의의를 최대한 살리고자, ‘한일협정 체결 50주년과 관련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던 재일조선인문제를 특집으로 다루기로 했다. 우선 조경희의 한일협정 이후 재일 조선인의 국적과 분단정치1965년 한일협정 체결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재일조선인의 협정영주허가 신청과 국적 변경에 대해, 한일정부의 개입과정과 재일조선인 사회의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한일협정을 통한 협정영주자격의 신설은 한국적 재일조선인의 법적지위를 진전시켰지만, 재일조선인사회에 첨예한 대립구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재일조선인들에게 국적은 인권이나 민족자결권의 근거보다는 분단체제 하 경쟁의 도구이자 어느 한 체제로의 소속 증명의 도구 역할을 했다. 다음으로 박광현의 김달수의 자전적 글쓰기의 정치-‘귀국사업한일회담을 사이에 두고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재일조선인 소설가, 역사가, 저널리스트 김달수의 삶과 작품을 분석하여, 그의 자전적 글쓰기가 북한 귀국사업과 한일협정 체결을 거치면서 어떻게 연속되고 변화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이 논문에 따르면, 그의 자전적 글쓰기는 필연적 희생이라는 재일조선인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형식을 취했으며 30년 가까이 변함없이 1950년대까지의 청년시대에 제한된 자기 이야기만을 다뤘다. 그러나 1965년 한일협정 체결 이후 그의 글쓰기에서 조국과의 갈등은 점차 내면화, 소극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역사문제연구 34호의 두 번째 특집 주제는 ‘1960~70년대 자본과 소비이다. 이 특집에는 역사문제연구소 ‘6070세미나반의 하계워크샵에서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을 담았다. 이 워크샵은 1960~70년대를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형성기로 보고, 이 시기 자본주의의 핵심요소인 자본소비동향을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었다. 먼저 이은희의 박정희 시대 콜라전쟁은 내핍을 강조하던 1960년대 한국 사회에 어떻게 소비문화의 대명사인 코카콜라가 들어와 일상품으로 자리매김했는지 분석하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가 코카콜라의 국내진출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음료 같은 내수업종에서도 다국적기업과 손잡은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정부의 소비억제정책은 균열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이정은의 자본시장 육성과 기업공개-1967~1973년 전경련의 추진과 기업의 시행을 중심으로는 증권시장의 성장기반이 닦인 1967년부터 1973년 동안 대자본과 이를 대변하는 전경련이 왜 기업공개를 통한 자본시장 육성을 추진했고, 이것이 당시 정부 정책과 어떤 연관이 있었으며, 실제로 어떤 양상을 보였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아직 한국 대자본의 대부분은 기업공개에 대해 회피적이었지만, 정부가 내자동원 방안으로 기업공개 카드를 검토하자 전경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68년을 기점으로 기업공개와 주식상장을 하는 회사 수가 점차 증가했고, 증권시장 본래의 기능인 장기자본 조달, 나아가 전경련이 의도한 기업자금 조달원의 다각화도 점차 모습을 갖추어 나갔다.

최근 역사문제연구가 가장 많은 공을 들여 준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작비평회이다. 이번 34호의 경우 다뤄야 할 주요 저작이 많아 모두 두 편의 저작에 대한 비평회를 각각 실시하였다. 첫 번째 저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최초의 박사학위논문(일본어)15년 만에 번역하여 책으로 간행한 윤명숙의 조선인 군위안부 일본군위안소제도(이학사, 2015)이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학술영역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국제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15년 전의 연구이지만 그 연구사적 의의는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되어 이 책을 저작비평회의 대상으로 삼았다. 조시현, 김헌주, 한혜인 세 분이 논평자로 나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저작비평회의 두 번째 저작은 역시 박사학위논문을 최근 책으로 출간한 유경순의 1980년대 변혁의 시간 전환의기록1,2(봄날의박씨, 2015)이다. 이 책은 필자가 다년간 수행한 1980년대 학출노동자에 대한 구술면담을 바탕으로, 아직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1980년대 노동운동사에 대한 역사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원, 황병주, 장미현 세 분의 논평자가 저작에 대한 꼼꼼한 비평을 해줬다. 필자와 논평자는 물론 저작비평회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일반 연구논문으로는 여러 편이 투고되었지만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5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나카바야시 히로카즈의 1910년대 조선총독부의 교육정책과 동화주의-식민지민에 대한 제국민의식 창출의 시도, 오미일의 일제강점기 원산의 일본인 사회와 지역 단체, 양정필의 근대 개성상인의 사환제(使喚制)와 그 변화, 김진혁의 재북(在北)의사의 식민지·해방 기억과 정체성 형성(1945~1950) 평양의학대학, 함흥의과대학, 청진의과대학 자서전을 중심으로, 김선호의 조선인민군 군인의 형성과 근대적 규율-인민군의 교육·내무생활·기율규정을 중심으로등이다. 지면 관계상 구체적인 내용소개는 생략하겠고, 관련주제의 연구에서 연구사적 의의가 충분히 인정되어 게재되었다는 점만 밝힌다. 그밖에 이번호에서는 저작비평회 이외의 서평을 넣지 않는 대신, 최근 한국사회를 강타한 메르스사태를 다룬 주제비평을 시도하였다. 정민재의 전염병, 안전, 국가-전염병 방역의 역사와 메르스 사태는 전염병이 한국의 근대국가와 사회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시계열적으로 정리하면서, 이러한 역사적 기반 위에서 메르스사태 당시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 문제를 분석하였다. 끝으로 34호 맨 마지막에는 지난 역사문제연구 33호에 실렸던 4인의 집담회 젊은 역사학자들 제국의 위안부를 말하다에 대한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의 반론 젊은 역사학자들의 제국의 위안부비판에 답한다를 실었다. 33호에 실렸던 집담회 글과 34호에 실린 반론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이번에도 역사문제연구가 풍성하게 간행될 수 있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이번호부터는 편집위원장 바뀌고 편집위원이 몇 분 더 충원되었다. 그동안 고생하셨던 전임 편집위원장과 앞으로 계속 수고해주실 모든 편집위원께도 감사드린다. 그러나 역사문제연구34호를 간행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역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문제 때문이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논란이 단순히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할 것인가 검인정으로 할 것인가 자유발행제로 할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자기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 되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념과 색깔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고자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역사문제연구 편집위원회는 이번 34호의 표지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와 거부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혹시 보기에 불편함이 있으시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눠주시길 바란다.

 

 


 

 

목    

 

책머리에

 

특집 1. 한일협정 전후 재일조선인 사회의 변화

조경희, 한일협정 이후 재일조선인 국적과 분단정치

박광현, 김달수의 자전적 글쓰기의 정치: ‘귀국사업한일회담을 사이에 두고

 

특집2. 1960~70년대 자본과 소비

이은희, 박정희 시대 콜라전쟁

이정은, 증권시장의 작동과 주식대중화

 

저작비평회 1. 위안부 제도와 위안부 연구, 그 현황과 과제를 묻는다

윤명숙, 조선인 군위안부와 위안소제도, 이학사, 2015

 

저작비평회 2. ‘학출의 삶을 통해 1980년대를 역사화하다

유경순,1980년대 변혁의 시간 전환의 기록1, 2, 봄날의 박씨, 2015

 

일반논문

나카바야시 히로카즈, 데라우치·하세가와 총독기 조선총독부의 교육정책과 동화주의

오미일, 일제강점기 재조일본인 사회와 지역 단체: 개항장 도시 원산지역을 중심으로

양정필, 근대 개성상인의 사환제와 그 변화

김진혁, 재북(在北)의사의 식민지·해방 기억과 정체성 형성(1945~1950)

김선호, 조선인민군 전사의 탄생: 인민군의 교육훈련, 내무생활, 기율 규정을 중심으로

 

주제비평

정민재, 전염병, 안전, 국가 전염병 방역의 역사와 메르스 사태

 

반론

박유하, 젊은 학자들의 󰡔제국의 위안부󰡕 비판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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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2015년 가을호(112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해방 70주년 기념호 『역사비평 특집: 해방 70년의 변곡점

 

    해방 70주년 기념호로 발간되는 이번 역사비평에서 새로 구성된 편집위원회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특집으로 구성된 해방 70년의 변곡점은 그동안 한국 현대사 연구에서 때때로 언급은 되었지만, 독자적으로는 조명 받지 못했던 주제들을 찾고자 했다.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처럼 거시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각 시대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던 사건들을 통해 한국사회가 1945년 이후 지난 70년 동안 걸어왔던 길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얼핏 보면 우연한 사건이거나 큰 흐름 안에 있는 작은 사건의 하나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서나 사건이 현대사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밝히고자 했다.

 

    여기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한 두 번째 이유는 필자들에게 직접 주제를 선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물론 필자는 편집위원회에서 정했고 일부 주제 조정이 있었다. 현재 한국 현대사 연구자들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제2세대의 대표적인 연구자들을 필자로 선정했다. 이번 호에 특별기고를 해주신 서중석 교수와 은퇴 후에도 후학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시는 강만길 교수가 그 1세대라면, 2세대는 1세대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들이었다. 그들에게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쳤던 사건들을 스스로 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정 시대의 특정 분야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역사학자들의 식견에서 나오는 글은 분명 70년의 흐름을 가장 잘 엮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새로운 시도의 세 번째 이유는 이번 호에서는 제2세대 역사학자들이 주로 필진이었다면, 다음 호에서는 제3세대 역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해방 70년의 변곡점에 대한 글을 게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번호와 다음호에 실릴 특집을 통해서 제2세대 연구자들과 제3세대 연구자들의 관심과 연구주제의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 연구가 성장해 나가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차    

 

책머리에

70번째 8·15를 맞으며 / 박태균

 

시론

메르스 사태가 남긴 과제 / 김호기

 

초점

·러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동맹 승화 가능성과 21세기 동북아 / 주재우

 

특집: 해방 70년의 변곡점

1946년 여름 슈티코프 보고서와 북한의 국가 토대 형성 / 김성보

1947년 웨드마이어 특사의 방한, 단정안 현실화의 획기 / 정용욱

1959년 드레이퍼 위원장 방한과 합경위 수출진흥분과위원회 / 이상철

50~60년대 북한 리승기의 비날론 공업화와 주체 확립 / 김근배

1967년 노동당 제415차 전원회의 김정일 연설김정일 후계체제의 서막 / 정창현

60~70년대 기지촌 게토화의 변곡점특정지역, 한미친선협의회, 기지촌 정화운동 / 김원

1973년 천마총 발굴과 박정희 정권의 문화재 정책 / 전덕재

대마초사건, 1975년의 의미 / 이영미

동일방직 사건과 1970년대 여성노동자, 그리고 지식 / 홍석률

<임을 위한 행진곡>1980년대 비판적 감성의 대전환 / 정근식

창비와 신경숙이 만났을 때1990년대 한국 문학장의 재편과 여성문학의 발흥 / 천정환

1998년 소떼방북, ‘21세기 한반도대전환의 문을 연 메가이벤트 / 정태헌

2002년 북일정상회담과 아베 신조의 부상 / 남기정

 

특별기고

광복 70주년에 생각나는 것들해방·정부수립 기념일을 회고하며 / 서중석

 

역비논단

1970년대 간첩/첩보 서사와 과잉 냉전의 문화적 감수성 / 이하나

형제국가들의 역사전쟁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의 기원 /

이문영

 

서평

비극 삼중주(『현앨리스와 그의 시대―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 정병준, 돌베개, 2015) / 임경석

국제법의 역사를 통해 본 한국전쟁과 ‘판문점 체제’(『판문점 체제의 기원―한국전쟁과 자유주의 평화기획』, 김학재, 후마니타스, 2015) / 김보영

 

반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1965년체제정영환의 제국의 위안부비판에 답한다 / 박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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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2015년 여름호(111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특집: 한일협정 50주년, 탈식민의 미로

  이번호 특집은 한일협정 50주년을 맞이하여 식민지배국과 피지배국이 2차대전이 끝나고 어떻게 관계정상화의 길을 걸어왔는지, 모색했는지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독일과 폴란드는 이용일, 프랑스와 알제리는 이용재, 이탈리아와 에티오피아·리비아는 장문석, 일본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박정진이 분석했으며, 마지막으로 오제연은 한일협정 체결 후 10년 단위로 언론에 나타난 한일협정과 한일관계 인식을 살펴보았다.

 

  식민지배·피지배의 역사는 해방 이후 당연히 탈식민의 길로 이어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길은 각각의 필요와 관계에 따라 무시되거나 좁혀지거나 비틀어졌다. 아마 지구 차원의 세계가 형성된 이래 각국은 여전히 제국주의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나라의 자립과 번영의 뿌리는 다른 나라의 식민화와 빈곤에 닿아 있다. 세계 차원에서 각국은 한 번도 자립된 주체로서 상호 평등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자립적이면서 평등한 상호관계. 요원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이럴 때 식민 지배·피지배의 역사, 제국주의적 관계의 과거사는 당장은 성가신 짐 같지만 그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꽃을 피워올린다면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역사학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대화: 세기를 건너며 김세균

  이번 대화 세기를 건너며에서 만난 학자는 김세균이다. 그는 오랫동안 노동정치 문제를 제기해왔고, 대학과 학문공동체의 변화에 힘썼으며, 진보정치의 일익을 담당해왔다. 그의 역정을 한국 현대사, 개인사의 흐름 속에서 묻고 들었다. 그는 자신의 남은 과제로 국가론 완성을 꼽았으며, 반신자유주의 민주혁명에 참여하는 개인의 덕목으로서 공감 능력을 강조했다.

 

 

기획: 냉전사 연구의 전환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도 냉전사 연구의 전환이라는 제목하에 두 편의 글을 실었다.

   이동기는 1950년대 이래 현재까지 독일에서 냉전사 연구의 흐름을 관점과 주제를 중심으로 검토하면서, 다음 두 가지에 주목했다. 하나는 일국적 유럽 중심적 시각을 극복하고 국제적 연관관계 속에서 냉전사를 살피는 관점의 발전이다. 다른 하나는 공포라는 관점 내지 주제다. 냉전은 공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유포함으로써 유지되었다. 적대적 타자상이 어떻게 만들어져 사회문화와 일상세계에 어떻게 유포되는지, 그 영향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냉전사 연구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냉전의 폭넓은 연관관계와 사회문화적 심층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을 때, 비로소 탈냉전과 탈분단의 지평이 열릴 것이라 한다.

  허은의 연구는 냉전의 국제적 연루와 지역적 맥락을 보여준다. 그는 박정희정부의 농촌 지역사회 재편 정책을 개발영역에 국한하여 파악하는 기존 새마을운동 연구 경향을 비판하며, 미국의 주도 아래 동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진 지역사회개발과 대공안보를 위한 새마을 건설의 경험 교류와 학습에 주목한다. 나아가 사례 분석을 통해 1970년대 박정희정부가 지역 총력안보 체제 구축을 위해 방위와 개발을 결합시켰고, 이에 마을개발의 주체는 동시에 대공새마을 건설의 주체가 되었다고 한다. 대공새마을이 건설된 결과, 통치체계에 저항하거나 규율하기 어려운 존재들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감시하는 체제가 구축되었다.

 

 

기획: 이주노동자와 한국사회

  법무부에 따르면 20151월 한국의 체류 외국인은 177만 명이고 그중 이주노동자는 60만 명이라 하는데, 실제 이주노동자는 더 많을 것이다. 현재 대전광역시 인구보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한국 경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잘 살아가고 있는가?

 

  이번호 기획으로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두 편의 글을 실었다. 한준성은 19951월에 발생한 네팔인 산업연수생 명동성당 농성 사건을 다루었다.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로 점철된 산업연수생 제도, 자신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 정치공간을 창출해 나가는 이주노동자들, 농성 이후 정부 정책과 이주노동운동의 변화 및 문제점을 짚었다.

  임광순은 국내 조선족 범죄의 원인을 이주와 노동, 가족구성의 조건에서 찾았다. 다른 이주노동자와 달리 조선족 이주노동자는 주로 중장년층이고 남녀 성비가 균형을 이룬다. 그들은 청년층에 비해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곤궁은 폭력의 원인이 되곤 한다. 이때 폭력은 가부장적 문화를 배경으로 조선족 가족·사회 안에서 남성으로부터 여성에게로 향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조선족 폭력의 문제를 조직범죄와 같이 치안유지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한국인은 그들을 범죄집단으로, 스스로를 예비 피해자로 상정하고 있다.

 

 

초점: 남베트남 패망 40, 베트남전쟁과 한국

  초점으로 1975년 남베트남 패망 40년을 맞이하여 베트남전쟁과 한국의 상호 영향을 고찰한 박태균의 글을 실었다. 한국사회가 베트남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없다는 비판, 전쟁에 대한 동남아시아 관점의 필요성 제기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차       

 

책머리에

        우리의 노예 / 정병욱

 

특집: 한일협정 50주년, 탈식민의 미로

        독일-폴란드 관계정상화를 위한 감정의 정치바르샤바조약과 브란트의

        크니팔 / 이용일

        에비앙협정 50주년을 넘어프랑스-알제리 화해의 줄다리기 / 이용재

        식민주의 과거, 예외화하거나 왜소화하기이탈리아와 아프리카 식민지들

        / 장문석

        북일 국교정상화와 ‘65년 질서’ / 박정진

        언론을 통해 본 한일협정 인식 50/ 오제연

 

초점

        남베트남 패망 40, 베트남전쟁과 한국 / 박태균

 

대화: 세기를 건너며 김세균

        국가의 안팎과 노동정치 / 김세균·조형근·이동기·정병욱

 

연재기획: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2015년 일본, 또 다른 역사교육의 도전마나비샤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중심으로 / 박삼헌

 

기획 1: 냉전사 연구의 전환

        독일 냉전사 연구의 관점과 주제들 / 이동기

        동아시아 냉전의 연쇄와 박정희정부의 대공새마을건설 / 허은

 

기획 2: 이주노동자와 한국사회

        1995년 이주노동자 명동성당 농성과 이주노동정치 지형의 변화 / 한준성

        국내 조선족 범죄의 실제와 방향성 / 임광순

 

역비논단

        5·16쿠데타 직후 국토건설단과 지식청년 군기잡기’ / 한규한

        내재적 발전론과 조선 후기사 인식 / 권내현

        전근대 동국의식의 역사적 성격 재검토 / 허태용

 

기획서평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1965년 체제의 재심판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비판 / 정영환

 

서평

        조선인 군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묻다 / 이정선

        (윤명숙 지음, 최민순 옮김,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제도,

         이학사, 2015)

        중세 말 마술적 사실주의현실비판과 욕망의 생성 / 홍용진

        (존 맨더빌 지음, 주나미 옮김, 맨더빌여행기, 오롯, 2014)

        두 눈으로 역사 보기100주년의 시각으로 본 1차 대전의 기원 / 강창부

        (박상섭, 1차 세계대전의 기원패권경쟁의 격화와 제국체제의 해체,

         아카넷,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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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공감의 연대로 세상을 바꾸자

 

  세월호 사건 이후 1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등 대형 참사 사건 이후에도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안전을 위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빨리빨리”, “대충대충” 처리하며 안전보다는 돈이 남는 수익구조를 중시하는 사회풍토는 사고공화국의 기반이 되었다. 세월호 사건이 안타까운 점은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학생들을 구명조끼만을 입혀 놓은 채 ‘가만히 있게’ 방치해두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서는 세월호 생존 학생이 친구들과 유가족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읽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생존학생은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며 친구들과의 소중했던 추억을 그리워하고, 자식 잃은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부모님들을 향해 그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아파할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평생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살게 될 생존학생이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친구들 몫까지 다하며 살아가겠다고 울먹이는 장면은 보는 이들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저는 세월호 희생자 학생 누나입니다’라는 동영상을 보면, 인터넷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향한 비방글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온다. 희생자 아이들에게는 “잘 죽었다, 물고기 밥이다, 좀 더 죽어라, 죽어 주는 게 효도다”라고 하며, 유가족들에게는 “유족충이다, 종북이다, 자식 팔아서 시체장사 한다, 세월호가 로또냐”라고 비방하고, 생존자 아이들에게는 “벼슬인 듯 행세하지 마라, 친구 버리고 살아나서 좋냐” 등의 욕을 했다고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예의를 포기한 이 ‘일베’ 젊은이들의 혐오와 적대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들도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희생자들이겠지만, 사회 내부의 적대의식과 배타심을 강화시키고 공동체의 안녕을 저해하는 행위주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세월호희생자들에 대해 적대와 조롱을 드러내는 일베 젊은이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그보다 더 아득한 일은 ‘이제 세월호 이야기는 지겹다’거나 ‘그만 좀 해라’라며 세월호를 망각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무관심은 기억해야만 할 것들을 잊게 만들고, 지켜야할 가치들을 잃게 만들며, 공동체를 파괴하고 영혼을 잠식한다. 적대와 조롱,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외면당하고, 세월호는 기억 저 편으로 멀어져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1주기를 맞아 광장에 모여든 시민의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의 조각들을 발견한다. 또래친구들의 사고를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는 고등학생들의 그 마음, 자식 잃은 슬픔에 공감하며 함께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 세월호를 덮고 싶어 하는 자들의 ‘비겁한 거래’에 굴하지 않고 이 사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유가족과 함께 하려는 시민들의 그 마음. 그 감정의 연대가 세상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역사학은, 아니 인문학은 ‘감정의 연대’에 어떤 기여를 해나갈 것인가. 인문학의 존재조건은 물론 학문의 생산과 소통 방식에 대한 성찰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서있다.

 

  이번호 특집 <'정상성'에의 강박 - 한국 근현대 가족의 역사>는 지난 2014년 10월 25일 역사문제연구소 정기심포지움에서 발표논문들 중 일부를 수정·보완하여 구성하였다. 이 심포지움은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내에서 ‘가족·젠더·섹슈얼리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이 가족사반을 결성하여 연구해온 성과를 발표한 것이었다. 그간 역사문제연구소의 학술대회는 거칠게 정리할 때 거대 진보 담론을 중심으로 조직되어온 측면이 있었는데, 가족사반의 정기심포지움은 거대 진보 담론으로 환원할 수 없는 젠더 문제와 섹슈얼리티 문제를 ‘가족’이라는 창으로 제기한 것이었다. 이는 젊은 역사학자들의 문제의식과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심포지움을 끝으로 가족사반은 해체되었지만,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한 연구소 내부의 관심과 연구의욕은 진화하고 있어서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이정선은 「1920~30년대 조선총독부의 ‘내선결혼(內鮮結婚)’ 선전과 현실」에서 민족-젠더-계급 등 다양한 권력 관계들이 교차하는 내선결혼의 사회상을 상세히 복원하면서 내선결혼의 선전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 김아람은 「가족이 짊어진 구호와 자활-1950~60년대 합동결혼과 그 주인공」에서 1950~60년대 상이군인, 개척단, 재건대 등 남성주체를 주인공으로 하는 합동결혼식이 다분히 권력의 보여주기 정책의 일환이었다며, 가족을 잃거나 가족과의 불화로 ‘부랑’하게 된 이들을 합동결혼이라는 형식을 통해 ‘정상가족’으로 만들어 자활의 주체로 정착시키려 했던 국가전략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소현숙은 「1950~60년대 ‘가정의 재건’과 일부일처법률혼의 확산」을 통해 1950~60년대 가정법률상담소 활동 등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자 했던 여권 운동가들의 활동이 일부일처법률혼의 정상가족 규범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수행되었던 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기획 <1894년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기억정치>는 2014년 11월 7일 역사문제연구소와 역사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동학농민전쟁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발표논문 중 2편을 함께 엮었다. 최선웅의 「일제시기 사회주의 진영의 동학농민전쟁 인식」과 오제연의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과 대학생의 ‘동학농민전쟁’ 인식」을 통해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기억의 역사가 어떻게 변천되어 왔고, 한국근현대사 속에서 그 기억이 어떤 의미로 작용하여 왔는지를 살펴보는데 유용할 것이다.

 

  최근 역사문제연구 편집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열의를 쏟아붓고 있는 지면은 단연 저작비평회 코너이다. 이번호에는 이기훈의 『청년아 청년아 우리 청년아』(돌베개, 2014)에 대한 박찬승, 오제연, 허병식 세 토론자의 비평과 저자의 반론을 수록하였다. 20세기 ‘청년’ 개념의 변화에 대한 그에 대한 충실한 의미 정리 등 이 책이 담고 있는 여러 가지 미덕과 ‘청년’을 둘러싼 개념과 일상 사이의 간극 등에서 오는 연구 상의 난점들이 잘 드러난 토론이었다.

 

  일반연구에서는 지수걸의 「1894년 ‘공주대회전(公州大會戰)’ 시기의 '공주 확거 고수' 및 '호서 도회' 개최 전술」 등 5편의 논문이 수록되었다.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다채로운 연구논문뿐만 아니라 ‘미국 청소년역사책 디어 아메리카(Dear America) 시리즈에서 배제·포섭의 서사’를 분석한 이소영의 연구도 포함되었다. 다소 낯선 주제일 수 있겠지만, 역사교육, 내셔널 히스토리 서사의 배제와 포섭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현실비평에서는 역사문제연구소 한봉석 연구원이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태를 통해 본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성 소수자 문제」를 상세히 정리하였다. 이 글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태’에 대해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실수’ 내지 ‘안타까운 에피소드’ 정도로 의미화해 버리고 마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앞서 가족사 특집이 기존의 ‘거대 진보’로 환원될 수 없는 목소리들을 드러내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있다고 했는데, 한봉석의 이 비평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31호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다룬 집담회는 교과서 문제에 대한 역사학계의 대응방식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담아 주목을 받았다. 이번호 집담회는 사법부의 판매금지 판결로 인해 2라운드로 접어든 후 온라인·SNS 상에서 열기를 더하고 있는 『제국의 위안부』(박유하 저, 2013, 뿌리와이파리) 논란에 대해 젊은 역사연구자들이 나눈 대화내용을 수록하였다.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간 여성들이 민족수난의 아이콘으로 재현되면서 ‘위안부 문제’가 성역화 되어버린데 대한 비판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왜 박유하 교수의 저작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는지를 관심있게 읽어본다면 흥미로운 논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통치성은 인간들로 하여금 재화를 중심으로 사고하도록 하고 개인을 원자화시키는 것을 기반으로 해서 작동한다. 수익만을 위해 복무하는 직업인의 탄생과 부조리한 사회 앞에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은 고독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치적 올바름이나 정권 비판의 구호만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고자, 변혁을 꿈꾸는 이들은 이제 ‘감성’에 대해 심각하게 사유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며 거창한 구호만 내세우는 선전·선동보다는 타인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찬 손을 포근하게 잡아줄 수 있는 그 감성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요즘이다.

(이상록)

 

 


 

 

목    

 

책머리에

 

[특집 : '정상성'에의 강박-한국 근현대 가족의 역사]

이정선, 1920~30년대 조선총독부의 '내선결혼(內鮮結婚)' 선전과 현실

김아람, 가족이 짊어진 구호와 자활 - 1950~60년대 합동결혼과 그 주인공

소현숙, 1950~60년대 '가정의 재건'과 일부일처법률혼의 확산

            -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활동을 중심으로

 

[기획 : 1894년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기억정치]

최선웅, 일제시기 사회주의 진영의 동학농민전쟁 인식

오제연,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과 대학생의 '동학농민전쟁' 인식

 

[저작비평회]

20세기 한국에서 '청년'은 무엇이었나

- 이기훈, 『청년아 청년아 우리 청년아』(돌베게, 2014)

 

[연구논문]

지수걸, 1894년 '공주대회전(公州大會戰)' 시기의 '공주 확거·고수' 전술과 '호서

           도회(湖西都會)' 개최 계획

류호진, 덴마크식(式)으로 살기 - 1950~60년대 한국의 덴마크 담론

정무용,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중학교 능력별 학급편성 논란과 행동과학

           교육법의 도입

김소남, 1970년대 원주그룹의 부락개발운동 연구 - 새마을운동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이소영, 우리를 가르는 울타리, '우리'라는 울타리 - 미국 청소년역사책 『디어

           아메리카』시리즈에서 배제/포섭의 서사

 

[현실비평]

한봉석,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태를 통해 본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

 

[집담회]

젊은 역사학자들, 『제국의 위안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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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2015년 봄호(110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이제 한국사회는 세월호가 던진 과제 앞에 서 있다. 또 과제를 미룰 셈인가? 역사는 끈질긴 고리대금업자다. 잔꾀로 당장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 빚은 언젠가 누군가는 갚아야 한다. 역사 앞에 영원한 외상은 없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빨리 갚는 게 낫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특집1: 세월호 참사 1, 한국사회의 쇄신을 바라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지난호(109)진상규명을 특집으로 실었다. ‘사실의 힘에 의해 슬픔과 분노가 희망의 동력으로 바뀌기바라는 취지였다. 이번호에서는 참사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쇄신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

 

  박명림은 세월호 참사에 나타난 구조적 문제, 정치적 파행을 검토했다. 세월호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의사와 대의를 근접시킬 수 있는 제도 혁신, 인간 공동체로서 국가의 생명권·안전권·진실권·치료권 보장을 제기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 보도 참사이기도 했다. 김서중은 당시 언론 보도의 실상을 사실 미확인, 비윤리, 권력편향, 본질 희석, 누락·축소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근본 원인을 이명박 정부 이래 강화된 권력 우호적인 언론구조에서 찾았다.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언론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언론탄압의 진상규명과 함께 언론 자유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제안한다. 참사의 최대 피해지역인 안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정원옥은 4·16 이후 안산 지역의 촛불집회를 관찰하고 그 참여자를 인터뷰하여 안산 지역이 우리 사회에 제기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한다. 그에 따르면 이 지역 촛불행동은 피해자만이 아니라 참여자 자신을 위한 애도의 정치이며, 무엇보다 이웃과 공동체의 가치회복이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특집2: 냉전사 연구의 전환

  냉전사 특집에는 두 편의 글을 실었다. 이주영은 미국사학계의 새로운 냉전사 연구를 문화적 전환, 트랜스내셔널 전환, 지구적 전환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전체적으로 미국과 소련 외의 여러 국가의 다양한 행위자와 복잡한 지역적 맥락이 강조되는 경향이다. 홍석률은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냉전사의 맥락에서 재해석한다. 특히 동서대립과 남북대립이 접합된 한반도가 갖는 냉전의 지역적 위계에 주목하면서 한국 현대사가 보여주는 냉전의 양상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예외적으로냉전의 규칙과 위계적인 지역관계를 노골적으로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뼈를 드러내는아픈 역사다. 최근 학계에서는 냉전사 연구가 성황이다. 지난 213~14일에는 한국냉전학회창립학술회의가 열렸다. 냉전 연구가 정치·외교 중심에서 사회·문화·생활로, ‘중심과 위로부터에서 주변과 아래로부터로 전환 확산되면서, 냉전의 세계사적 연루와 지역적 맥락이 풍부하게 규명될 전망이다. 다음 호에도 냉전 연구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동학농민전쟁 120주년을 돌아보며, 반성과 제안

  지난해는 동학농민전쟁 120주년이 되는 해로 많은 기념사업과 학술회의가 열렸다. 본 편집위원회는 이러한 여러 사업과 회의를 포함하여 백여 년에 이르는 연구와 기억투쟁을 검토하고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배항섭은 기존 연구의 서구중심적·근대중심적 역사인식을 비판하고 2000년 이후 새로운 경향을 내재적 접근으로 정리한다. ‘내재적 접근의 가장 큰 성과는 농민군의 의식을 유학사상이나 유교와 연결하여 이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조만간 지배이데올로기를 통해 저항하고 그로써 지배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는 구체적이고 풍부한 농민상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지수걸은 1894년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있어온 기념사업 및 기념물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특히 2004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정 이후 국가의 역사독점이 심해지고 그에 따라 민중기억이 유실되거나 왜곡되는 점을 경계한다. 그는 기념사업의 새로운 방향으로서 공주대회전(大會戰)’ 마지막 날인 1111일에 우금티 도회(都會)’를 열어 인간적인 삶의 성취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소통하고 연대하자고 제안한다. 도회는 일종의 총회대회를 말한다. 삶의 터전과 뿌리를 상실한 이 시대의 민()들이 새로운 꿈과 희망을 찾아 120년 전 우금티에 다시 모이는 것 만한 기념이 또 있을까.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프랑스, 미국, 그리고 한국

  연재기획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의 네 번째 편은 프랑스, 미국, 그리고 최근 한국의 사례다. 임승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초등 역사 교과서를 놓고 벌어진 교회와 세속, 애국적 민족주의와 평화주의 사이의 역사전쟁을 다루었다. 역사교육과 이데올로기, 정체성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최재인은 미국에서 거행되는 흑인역사의 달행사와 미국사 교과서에 재현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모습이 갖는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대안으로 소개된 소수집단의 관점 수용, 영웅과 행사 중심의 경향 극복,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역사교육은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절실한 것 같다. 나인호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얼마나 국가주의, 근대화와 냉전 이데올로기에 찌들었는지 밝힌 뒤, 이는 국사 패러다임에 갇힌 우리 역사교육의 취약점이 응집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성찰을 제기한다. 서양사학자의 소중한 비판은 우리가 처한 이중의 전선’, 좋은 국가 만들기와 국가 너머 만들기를 직시하게 한다.

 

새로운 시대의 역사학을 찾아서: 이주사

  이번 ‘21세기 역사학의 주제는 이주사이다. 지난 2014년 가을호(108)에 이어 두 번째다. 보리스 니스반트는 동화, 통합, 포용, 편입, 다문화주의, 초국가주의 등 이민 연구의 주요 개념과 관점을 검토하고, 가나 출신 이주민들이 다니는 베를린의 종교단체 사례를 통해서 일국적 통합 패러다임보다 초국가적 포용 패러다임이 이민의 복합적 양상을 포착하기에 유용하다고 역설한다. 이유재는 독일에 이주한 한인들의 생활세계와 기억을 통해 그들이 초국가적인 민주화운동을 통해 나름의 디아스포라를 형성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써 남한의 산업전사나 독일의 모범적 소수집단이라는 통념과 다른 역동적인 이주민의 삶이 드러난다.

 

 

차        

 

책머리에

역사 앞에 영원한 외상은 없다 / 정병욱

 

특집 1: 세월호 참사 1, 한국사회의 쇄신을 바라며

          ‘세월호 정치의 표층과 심부인간, 사회, 제도 / 박명림

          세월호 보도 참사와 근본 원인 / 김서중

          4·16 이후 안산 지역의 촛불행동애도와 민주주의 / 정원옥

 

특집 2: 냉전사 연구의 전환

          미국사학계의 새로운 냉전사 연구 / 이주영

          냉전의 예외와 규칙냉전사를 통해 본 한국 현대사 / 홍석률

 

기획: 동학농민전쟁 120주년을 돌아보며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내재적 접근 / 배항섭

          국가의 역사독점과 민중기억의 유실우금티 도회를 제안한다 / 지수걸

 

연재기획: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프랑스 역사 교과서 전쟁 1882~1904 / 임승휘

          미국 역사교육의 쟁점과 전망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교육을 중심으로 / 최재인

          교학사 교과서에 나타난 대한민국 사관’ / 나인호

 

기획연재: 21세기 역사학을 찾아서 이주사 II

          이민 연구의 새로운 관점국민국가에서 세계사회로

           / 보리스 니스반트(번역·명정)

          초국가적 관점에서 본 독일 한인 디아스포라 / 이유재(번역·박주연)

 

역비논단

          식민자 사상범과 조선이소가야 스에지 다시 읽기 / 양지혜

          동유럽 포퓰리즘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오승은

 

서    평

          재만 조선인 항일무장투쟁사 연구 심화를 위한 디딤돌 / 염인호

          (김효순, 간도특설대1930년대 만주,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토벌부대,

          서해문집, 2014)

          사회적 타살의 시대, 트라우마 극복의 길 찾기 / 김상숙

          (김동춘·김명희 외, 트라우마로 읽는 대한민국한국전쟁에서 쌍용차까지,

          역사비평사, 2014)

          사회인문학과 비평적 글쓰기의 가치 / 도면회

          (백영서, 사회인문학의 길제도로서의 학문, 운동으로서의 학문, 창비,

           2014)

          동유럽 체제전환의 기수에서 민주주의의 선구자로 / 김지영

          (언드라시 꾀뢰시니, 헝가리 현대정치론전환기의 동유럽 정치,

          신광문화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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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32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문제연구는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책머리에

 

올해 유난히 군부대에서의 폭행치사 사건이나 총기사고 관련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된다.

 

 예전부터 숱하게 있어왔던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군생활 중이거나 입영을 앞둔 아들을 둔 부모의 심정이라면 이같은 소식을 그냥 흘려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지난 47일에 있었던 윤일병 사망사건은 군부대 내 일상화된 폭력의 양상을 여과없이 드러내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상습적인 구타는 물론이고, 개흉내를 내게 해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먹게 하기, 성기에 안티프라민을 바르기, 치약 한 통을 먹이기, 드러누운 얼굴에 물을 들이부어 고문하기 등의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있어왔음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가혹한 폭행으로 윤일병이 실신한 상태에서도 의무대 소속의 가해병사들은 산소포화도와 심전도를 체크해 정상인데 꾀병을 부린다면서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갈비뼈가 14대 부러지고 온 몸에 피멍으로 뒤덮일 정도의 잔혹한 폭행을 당한 끝에 윤일병은 결국 숨졌다.

 

  가해병사들의 이 악마적 주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쩌면 그들도 학교에서는 모범생, 가정에서는 착한 아들들이었을지 모른다. 윤일병 사망사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였지만, 군부대 안에서는 여전히 일상화된 폭력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편 윤일병 사건에 분노한 사람들이 진짜사나이와 같은 예능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출연자들이 군생활을 제대로하고 있지 않다는 식으로 비난의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군생활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으로 기억하면서도 징병제와 군사문화를 숭배하는 남성주체의 이중성은 어떻게 구성된 것일까. 일본군의 조선인 학대와 가해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도, 한국군의 베트남에서의 가해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부인하고자 하는 이중성은 바로 그 남성주체의 이중성과 무관한 것일까.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많은 보상금을 노리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호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시민들을 사상이 불온한 자들로 몰아세우며 국가부재의 책임으로부터 회피하고자 하였다. 공감과 소통이 있어야할 자리에 오만과 불통이 가득하며, 화해와 상생이 있어야할 자리에 경쟁과 배타·반목·질시와 혐오가 가득하다. 일상화된 폭력 속에서 사람들은 피로와 무기력을 느끼며, 시스템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거나 공범자가 되어 간다. 어떻게 해야 학교, 군대, 회사 등에 내재된 경쟁-지배의 폭력장치 속에서 공범자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역사가의 역할은 아마도 과거를 당대의 지배적 인식틀이나 가치로부터 벗어나 낯설게 인식할 수 있도록 환기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망각되어 가거나 특정하게 기억되는 과거를 다르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상상력을 구축하는데 역사문제연구가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호 역사문제연구에서 과거를 낯설게기억하도록 이끌고자 하는 주제는 베트남전과 동백림사건, 유신과 긴급조치 하에서의 유언비어 등이다.

 

  이번호의 첫 번째 특집은 베트남전과 아시아 상상이라는 주제이다. 냉전 질서 하에서 자유우방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수행된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우방적국에 대한 상상 속에서 실제 전쟁의 양상과는 무매개적으로 이루어졌다. 김예림의 <정체(政體), 인민, 그리고 베트남(전쟁)이라는 사건>은 그 상상의 정치성을 심문하는 논문이다. 1960년대 한국의 국가-사회 구조에서부터 망탈리떼에 이르는 변화가 베트남(전쟁)이라는 타자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글이다. 백승욱의 <‘해석의 싸움의 공간으로서 리영희의 베트남전쟁>은 당대의 베트남전 인식과 확연히 구별되었던 리영희의 베트남전 인식이 1960년대 중반 조선일보 등의 지면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고 있었는지를 재구성한 논문이다.

 

  두 번째 특집은 ‘1960~70년대 불온의 문화정치이다. 이 특집은 지난 31식민지 불온열전저작비평회에 이어 불온의 역사성을 다시 한 번 의미화 시키려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1960~70년대 억압적 정치체제 아래에서 불온은 어떻게 규정되었고 역사적으로 그것은 어떻게 해석될 것인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임유경의 <냉전의 지형학과 동백림 사건의 문화정치>동백림사건이라는 공안사건을 통해 냉전이 낳은 비상시적 질서의 국제정치적 확장의 양상을 분석한 논문이다. 동백림 사건을 영외에 놓인 재외국민들을 냉전적 질서로 포획하려는 국민화과정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한반도의 냉전질서가 국외로 감염되는 양상으로 설명하고 있는 지점 등이 흥미롭다. 오제연의 <1970년대 유언비어의 불온성>은 유신과 긴급조치 하에서 유포되던 유언비어의 정치적 의미를 다룬 논문이다. 그는 억압적 통치체제 아래에서 사람들이 한편으로 순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언비어 등의 형태로 불온성을 키워갔던 맥락을 언론통제 하에서 통치자·통치질서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확산되는 과정으로 보고 이를 1970년대 말의 가시적인 저항과 연결시켜 분석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두 편의 저작에 대한 비평회 지상중계글을 싣는다. 첫 번째는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의 연구 성과를 묶어낸 민중사를 다시 말한다에 대한 저작비평회였다.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진보적 역사연구단체들이 민중사학에 빠져 시대착오적이고 불온하다고 지탄받는 오늘의 현실에서 불온 충만하게도 새로운 민중사를 표방하며 나온 이 책은 오히려 기존의 80년대 민중사 연구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제기가 얼마나 유효적절한지에 대해 세 명의 논평자가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하였고, 저자로 참여한 민중사반 소속 연구자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다소 산만한 난상토론의 자리였으나, ‘새로운 민중사를 둘러싼 고민과 비판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는 한국문학을 전공하신 김현주 선생의 최근작 사회의 발견에 대한 저작비평회였다. 1910년대 사회를 둘러싼 개념·사상·상상·정치의 각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둘러싸고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사회에 대한 개념·상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과 상호관계에 대한 시각차가 드러났고, 식민지라는 조건에서 사회에 대한 개념·상상이 어떤 현실 정치적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오고갔다. 날카로운 토론을 해주신 세 분의 토론자와 꼼꼼하게 반론을 제기해주신 김현주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호 일반연구에는 총 6편의 논문이 수록되었다. 다채로운 주제의 논문을 투고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특히 기획이 무산되거나 특집과 내용이 다소 맞지 않아 일반연구로 지면을 옮기게 된 것을 양해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서평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안타까운 학계의 상황에서도 차승기, 배석만 선생님께서 귀한 글을 주셨다. 차승기 선생님은 네그리·하트의 공통체를 소개하면서 식민지시기 흥남지역 주인규 등의 사례를 재해석하는 흥미로운 주제비평을 써주셨고, 배석만 선생님은 남화숙 선생의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를 꼼꼼히 읽고 서평을 보내주셨다.

 

  이번 역사문제연구 32호부터 소명출판에서 출간을 맡아주시게 되었다. 새로운 표지와 함께 역사문제연구도 더 의미 있는 새 출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창간호부터 31호까지 역사문제연구 제작에 노고를 쏟아주신 역사비평사 편집부에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상록)

 

 


 

목         차

 

책머리에

 

<특집 1 베트남전과 아시아 상상>

김예림, 「정체(政體), 인민 그리고 베트남(전쟁)이라는 사건」 

백승옥,「‘해석의 싸움의 공간으로서 리영희의 베트남전쟁 : 조선일보』 활동시기(1965~1967)를 중심으로」

 

 

<저작비평회 1>

「‘새로운 민중사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시 묻는다」

-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민중사를 다시 말한다(역사비평사, 2013) 저작비평회

 

<특집 2 1960~70년대 불온의 문화정치학>

임유경, 「냉전의 지형학과 동백림 사건의 문화정치」

오제연, 「1970년대 유언비어의 불온성」

 

<저작비평회 2>

「식민지에서의 사회국가를 다시 생각한다」

- 김현주, 사회의 발견』(소명출판, 2013) 저작비평회

 

<주제비평>

차승기, 「식민주의적 신체의 변신을 위하여-네그리·하트의 공통체』, 식민지, ‘지하 세계’」

 

<연구논문>

홍동현, 「1894년 동학농민군의 향촌사회 내 활동과 무장봉기에 대한 정당성 논리경상도 예천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정병욱, 「식민지 기억과 분단 - 1940년 양구군 해안면 소학교 낙서사건을 사례로」

허영란, 「집합기억의 재구성과 지역사 -울산 장생포 고래잡이 구술을 중심으로-」

정영신, 「오키나와 반전·반기지운동과 조국복귀운동의 교차로-2·4총파업을 둘러싼 혼란과 그 유산-」

이정은, 「전경련의 합리적내자 조달방안 요구와 전개 : 1966~1972년을 중심으로」

이하나, 「유신체제 성립기 반공논리의 변화와 분단의 감각」

 

<서평>

배석만,「‘·사·정 삼중주의 역사 그리기」

-남화숙 지음, 남관숙·남화숙 옮김,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후마니타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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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2014년 겨울호(109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우리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탐욕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일합시다.

  목숨 부지하려 버티는 게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축배를 들기 위해, 춤추기 위해, 노래하기 위해,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특집: 진상규명,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호 특집은 진상규명이다.

  강성현은 한국의 과거사 진상규명 사례들의 쟁점을 검토 평가하고,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진상규명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퇴행적인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지금 이 시점에서, 피해자·유족만이 아니라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국가와 법 중심을 넘어서 피해자와 사회 중심의 진상규명으로 나아갈 것을 역설한다.

  김영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사례를 검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부여된 수사권, 소환권과 사면권을 바탕으로 화해나 용서에 앞서 진실을 추구했고, 이에 국민들은 신뢰와 동의, 참여로 응답했다. 이로써 진실화해위원회는 흑백 간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내고 민주화와 개혁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다.

  장준갑·심인보는 미국 9·11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직 과정, 청문회 과정, 그리고 진상조사 보고서의 특징을 소개하였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내부 책임 요소를 명확히 적시하지 않는 등 한계가 있지만, 애초의 예상과 달리 사고의 원인 규명에 접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성과를 추동한 힘은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규명 의지, 언론의 지속적인 지지보도, 일반인의 관심과 지지였다.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계기로 한국 사회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진실을 외면하고 후퇴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통해 거듭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모쪼록 이번 특집이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에 비춘 과거와 현재이순신과 문창극

  두 편의 시론도 계획한 바는 아니었지만 세월호 참사와 유관하다. 올 여름에 개봉한 영화 <명량>이 역대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한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세월호 참사가 기여한 바도 크다. 참사로 온 국민은 지도자 부재를 절감했고, 명량해전을 이끈 이순신은 그 허전함을 달래주었다. 오종록은 영화 <명량>을 계기로 권력에 복종하기보다는 현장 지휘자로서 합리적 판단과 자율적 지휘를 통해 나라가 아닌 백성을 구한 장수로서 이순신을 재조명한다. 지난 6월에는 현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중앙일보』 주필을 지낸 문창극을 총리로 임명하려다 실패하고 사퇴 의사를 밝힌 총리를 재활용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총리 지명부터 사퇴에 이르는 과정에서 언론계에 식민사관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드러났다. 손석춘은 언론이 식민사관을 양적·질적으로 확대재생산하면서 한국 사회의 오늘과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초점: 미중관계와 한반도, 역사로부터의 교훈

  국내에서 세월호로 국가의 부재를 한탄하고 있는 사이에도 국제무대에서는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숨 가쁘게 협상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은 요동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 초점으로 미중관계와 한반도를 다룬 이유이다. 마상윤1970년대 데탕트 이후 미중관계 및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역사적 흐름을 검토하여 지속 내지 반복되는 현상과 패턴을 찾아낸 뒤, 현재 중국의 부상에 따른 변화 가능성과 그 가운데 한국이 취해야 할 진로를 탐색했다. 장기적 시각에서 미중관계의 추이를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에 기반하여 전략을 세우고 실천할 것을 주문한다.

 

 

기획: 동아시아적으로 사고하기

  마침 기획도 동아시아 연구의 관점으로 배항섭, 황쥔지에의 글을 실었다. 배항섭은 동아시아사 연구에 널리 퍼져 있는 서구·근대 중심주의를 강력히 비판하며 비서구의 자율성을 살리고 전근대에 의한 근대의 심문을 통해 근대와 그 너머를 새롭게 보자고 한다. 타이완의 황쥔지에20세기 동아시아라는 관점의 역사와 문제를 소개한 뒤, 새로운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에 유의하는 비교문화사적 관점을 제기한다. 바야흐로 우리가 통과하는 시대는 보편보다는 특수, 공통보다는 차이를 강조하는 시대인 것 같다. 특수와 차이들에 갇히지 않고 어떻게 소통의 기초를 닦을 것인지, 이 또한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발전적 대안을 찾아

  이번 호에도 두 연재기획은 계속된다.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의 세 번째 편은 한국과 타이완의 사례다. 정병욱 은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1922년 제2차 조선교육령 관련 서술을 검토하면서 교학사 교과서의 사실 선택과 확인의 문제, 여타 교과서들의 역사적 사실과 괴리를 지적했다.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교과서의 균열을 집단적 역사의식 창출의 계기로, 실감나는 역사교육의 통로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추스제1990년대 중반 이후 타이완 역사교육의 쟁점을 검토한다.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식민지와 분단 경험을 지닌 타이완에서 이 문제가 어떠한 고민과 논쟁을 거쳐 교과서에 서술되어왔는지 흥미롭다. 그는 대만 역사교육을 구출하기 위해서 전세계 진보운동과 연대를 맺으며 역사수정주의일본 식민 통치 미화론과 싸울 것을 촉구한다.

 

 

새로운 시대의 역사학을 찾아서

  ‘21세기 역사학의 여덟 번째 주제는 영상역사이다. 허은은 한국 현대사를 다룬 기록영화들을 비판적으로 활용하여 제국-국민국가서사 외부/너머의 역사를 드러낼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울러 영상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공개 영상자료의 공공재화를 촉구한다.

 

 

 

  역사비평 편집위원회는 이번 호부터 세기를 건너며라는 제목으로 세계의 학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새로 마련하였다. 인류의 역사가 발전을 멈춘 듯한 혼돈의 21세기에 절망과 희망이 극단적으로 오갔던 20세기를 되돌아보며, 더 나은 세계와 학문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남겨둘 것과 챙겨 가야 할 것을 같이 고민해보는 자리이다. 첫 번째 대화 상대는 러시아사에서 출발하여 북한 현대사와 한국전쟁으로 관심을 넓히면서 동아시아 역사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연 와다 하루키이다. 와다는 유토피아 상실의 21세기에 여전히 유토피아의 존재를 증언하는 것이 역사가의 소명이라 한다.

  

 

차          

 

[책머리에] 배반의 시대, 연대를 위해 / 정병욱

 

[시론]

 21세기 한국 사회와 이순신 / 오종록

식민사관의 확대재생산과 한국 언론 / 손석춘

 

[특집: 진상규명,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사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둘러싼 쟁점과 평가 / 강성현

남아공 시민사회와 진실화해위원회 / 김영수

미국 9·11 진상조사위원회 활동과 보고서 / 장준갑·심인보

 

[기획: 동아시아 연구의 관점]

동아시아사 연구의 시각서구·근대 중심주의 비판과 극복 / 배항섭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생각하기 / 황쥔지에(유동재 옮김)

 

[대화: 세기를 건너며 와다 하루키]

유토피아로서 지역주의와 역사가의 임무 / 와다 하루키·남기정

 

[연재기획: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③]

19222차 조선교육령과 현행 한국사 교과서 / 정병욱

대만 지구 중등학교 역사교육의 쟁점중일갑오전쟁 120주년에 즈음하여

 / 추스제(주윤정 옮김)

 

[초점]

미중관계와 한반도1970년대 이후의 역사적 흐름 / 마상윤

 

[기획연재: 21세기 역사학을 찾아서 영상역사]

기록영상물의 공공재화와 영상역사 쓰기제국-국민국가서사를 넘어서 / 허은

 

[역비논단]

두 밀사경성지방법원 정재달·이재복 사건기록과 그 실제 / 임경석

 

[서평]

꺾이고 접힌 식민농정 / 안승택

(정연태, 식민권력과 한국 농업일제 식민농정의 동역학, 2014)

학살에 관한 두터운 기술의 시작 / 최호근

(한성훈, 가면권력한국전쟁과 학살, 2014)

신분상승, 어느 노비 가문에 투영된 연구자의 로망 / 전경목

(권내현,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어느 노비 가계 2백 년의 기록,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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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2014년 가을호(108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무책임한 권력은 자신의 책임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거나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 불행하게도 역사는 그 과정이 폭력적이거나 교활하다는 사실을 되풀이해서 보여준다. 때때로 권력은 무책임으로 빚어진 참상에 일시적으로 공감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일관되게 무책임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것에 질문하는 것을 불온하게 여긴다.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은 시민의 보편타당한 덕목으로 용납되지만 왜 한 사람도 구조되지 못했는지 그 근본 원인을 묻는 것은 불온한 행위로 간주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책임에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는 한 진실은 은폐되고 위로는 순간으로 남게 될 뿐이다. 교황의 위로가 우리 사회에 한 줄기 빛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지만 남은 과제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반복해서 질문을 던지고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일일 것이다."

―「책머리에중에

 

 

 

세월호 참사를 예비한 한국사회의 역사와 구조를 돌아본다

[특집] 무책임의역사와제도

  이번호 특집은 세월호 사태를 통해 절감하게 된 무책임의 역사와 제도에 관한 성찰로 꾸며졌다. 염복규의 글은 197048일 준공 세 달 만에 무너진 와우아파트를 통해 붕괴된 도시 개발과 건설 신화를 살펴본다. 단지 일으켜 세워놓은 판자촌에 불과했던 당시의 시민아파트들은 부실공사와 비리, 속도전, 입주권 전매 등으로 준공 전부터 위험에 처해 있었다. 와우아파트의 붕괴는 당시 시장이었던 김현옥류 개발 신화의 종말을 알리는 것이었지만,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가 보여주듯 왜곡된 건설 신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근원을 청산되지 못한 개발독재형 압축 근대화의 유산, 성장의 빛은 과시하되 그 이면의 그늘에 대해서는 눈감아온 권력의 무책임성에서 찾는다.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만일 한국의 원전에서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박진희는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원전 수출과 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으며 안전 정책은 원전 진흥과 확대 정책에 종속되어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원전판 세월호 참사를 막는 길은 시민사회의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과 탈핵, 반원전운동의 강화에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는 한편으로 한국의 관료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원택은 박정희식 경제개발계획의 성공적 수행으로 우리 사회에 관료제에 대한 높은 평가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고 본다. 관료 집단은 유능하고 전문적이며 불편부당하고 비정치적이라는 신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는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정치적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관료 조직은 독자적 자율성을 확대하고 마침내 관피아문제를 야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의 회복, 즉 관료제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장진호는 재벌에 의한 무책임의 경제(economy of irresponsibility)’가 전개되는 양상을 살피고 있다. 식민지시기 국가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성장한 자본은 해방 후 정치적 자본가로서의 속성을 강화하였다. 박정희 정권기 재벌은 국가 경제개발의 하위 파트너로 존재하며 온갖 특혜를 업고 무책임한 부채 의존형 투자에 몰두하였다. 이들은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기조에 편승하여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무책임의 경제를 정당화해 나갔다. 재벌의 무책임 경제는 외환 위기에도 불구하고 결코 축소되지 않았는데, 이는 결국 경제 민주화와 정치 민주화는 물론 국민의 기본적 생존권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경고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이것이 과연 국가인가?’라는 울분 섞인 물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일찍이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풍족한 식량(足食), 풍부한 군사(足兵), 백성의 신뢰(民信)로 보면서도 그 핵심적인 가치를 신뢰에 두었다. 백성의 신뢰 없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는 것이다. 여기에서 신뢰란 위로부터의 책임과 소통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여실히 적용될 수 있는 가치이다. 『역사비평』이 종종 국가의 품격에 관해 언급하였고 이번호에서 무책임의 역사를 고찰하였듯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국가의 존재 이유와 책임에 대해 질문해 나갈 것이다.

 

 

1차대전 100주년에 되새기는 전쟁의 역사와 동아시아적 함의

[기획] 1대전발발100주년

  ‘기획코너에는 1차 대전에 관한 두 편의 글을 실었다. 1차 대전 발발 백주년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우선 강창부는 서구 학계의 1차 대전 연구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1차 대전에 관한 역사서술의 시기별 변화 과정과 쟁점을 다룬 그의 연구는 한국 학계의 관련 연구를 촉발하고 나아가 우리 역사와의 연관성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초 기획했던 1차 대전 당시 한국인들의 인식을 다룬 글이 빠진 것은 아쉽다.

 

  김준석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독일의 급속한 성장과 영국의 불안, 경계심이 1차 대전의 근본 배경이었다고 언급한다. 마찬가지로 21세기 중국의 급격한 부상을 경험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데 1차 대전이 흥미롭고 유용한 교훈을 제공한다고 그는 보고 있다. 1차 대전 당시의 현실, 즉 국력의 불균등한 신장이 미치는 국가 간 갈등, 경제적 기회비용에 대한 고려를 넘어서는 정치적·안보적 이슈, 그러면서도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 민족주의 문제를 오늘날 점증하는 동아시아 갈등에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를 통해 묻는다

[연재기획] 역사교육과역사교과서독일,스페인편

  ‘연재기획은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에 관한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본격화된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은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 파동을 지나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로 치닫고 있다. 1974년 유신 정권이 역사 교과서를 처음 국정화하면서 내세운 통일적 역사인식이라는 철지난 상품을 다시 강매하려는 정부의 반시대적 퇴행이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와는 달리 교과서 발행과 승인 제도가 점차 유연화하면서 검정제로부터 자유발행제로 이행하고 있는 독일의 역사 교과서를 다룬 고유경의 글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과서 통제가 정부에서 시민사회로 바뀌고 교육 당사자들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독일의 상황은 우리의 역사 교과서 제작에서도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내용이다.

 

  한편 스페인 역사 교과서가 제2공화정~프랑코 독재 시기를 서술하는 방식과 내용의 변화를 살핀 김원중은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교과서의 객관성과 균형도 확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역사적 피해자들에 대한 화해 조치의 내용과 그 조치가 갖는 의미나 한계에 대한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함을 비판한다. 프랑코 체제의 만행을 교과서에 자세하게 언급하는 것 이상으로 망각의 어둠에 묻혀 있는 희생자들의 상황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의 과거사 청산과 교과서 서술에도 참고할 만하다.

 

 

차         

 

[책머리에] 무책임을 향한 중단없는 질문 / 권내현

 

[특집] 무책임의 역사와 제도

  붕괴된 신화, 지속되는 신화김현옥 건설시정과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남긴 것 / 염복규

  원자력 진흥에 속박된 원전의 안전 / 박진희

  한국의 관료제와 민주주의어떻게 관료를 통제할 것인가 / 강원택

  한국 재벌과 무책임의 경제’ / 장진호

 

[기획] 1차 대전 발발 100주년

  교착과 돌파서구 학계의 제1차 세계대전 연구 동향과 쟁점 / 강창부

  1차 세계대전의 교훈과 동아시아 국제정치 / 김준석

 

[연재기획]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변화하는 독일 역사 교과서자유발행제와 다원주의적 정체성을 향하여 / 고유경

  스페인 역사 교과서의 수정과 국민적 화해 / 김원중

 

[기획연재] 21세기 역사학을 찾아서 이주사 I

  이주와 이주사 / 폰 바바라 뤼티

 

[역비논단]

  식민지근대에서 좋은 의사로 살기좁고 위태로운, 불가능한 행복 / 조형근

 

[서평]

  1950~60년대 노동운동사의 재발견과 고정관념의 극복 / 이종구

  (남화숙,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박정희 시대의 민주노조운동과 대한조선공사, 후마니타스, 2013)

  급변하는 북한 이해하기체제 해석의 이론적 모델 검토 / 김재웅

  (와다 하루끼,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 창비, 2014)

  “짧은 시기에 끝나 더 아름답다” / 김현수

  (이영석, 『지식인과 사회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의 역사, 아카넷,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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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2014년 여름호(107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흔히 사람들은 역사를 거울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성찰은 역사에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는 행위다. 역사비평은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회피하거나 방기하지 않고 책임있게 수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복원력강화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번호 표지가 평소와 달리 회색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 회색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표시이자 맡겨진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역사비평의지의 표현이다."

―「책머리에중에서

 

 

 

 

우리사회의복원력강화를염원하며

[지금여기] ‘세월호기억저장소만들자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또 문제해결을 위해 요란한 대책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크게 바뀐 것 없는 일상으로 돌아갔다가 결국 언젠가 똑같은 사건을 맞이한다. 이런 악순환을 우리는 너무 많이 경험해왔다. 한국인들에게 한국전쟁과 맞먹는 트라우마를 안겨준 세월호 사건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김익한은 지리멸렬하며 무책임하기까지 한 정부를 배제하고 시민의 힘으로 기억 저장소로서 아카이브를 만들어 세월호 사건을 성찰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아카이브 구성 과정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가치(신뢰성, 민주적 참여, 소통)를 제시하고 아카이브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 과정에 대해 언급한다. 현재 시민사회 곳곳에서 세월호 사건 관련 기록을 모으고 정리하고 지켜내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 글은 유용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정부에만 맡길 수 없는 만큼, 민간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관련 기록의 수집과 보존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역사교육과역사교과서에대한모색의출발점

[특집] 역사교육을묻는다

역사교육과역사교과서에대한4개의질문,10인의응답

  이 특집은 작년부터 이어진 한국사 교과서 논쟁을 돌이켜보며, 보다 근본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작년 교학사 교과서를 중심으로 진행된 한국사 교과서 파동은 결국 교학사 교과서 채택율 0%라는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사 교과서를 아예 국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더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기존 논쟁들을 잘 살펴보면, 논의가 우편향이냐 좌편향이냐, 민족적이냐 반민족적이냐의 이분법적 구도로 진행된 면이 강하다. 이는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풍부한 논의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 이제는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할 때다. 이에 역사비평은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번 특집에서는 그 첫 순서로 역사교육을 묻는 4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그리고 한국사학계의 원로, 중견, 신진학자는 물론 현직 교사, 그리고 동·서양사, 철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각기 자신의 관점에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나, 대부분 역사교육이 가져야 할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자세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개입이 역사교육의 퇴행을 가져올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폭주하는 국가가 역사교육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이는 역사와 역사교육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디 우리 사회가 전문가들의 고언을 진지하게 경청해주었으면 한다.

 

 

자연과인간의역사는어떻게만날있는가

[기획] ‘17세기위기론중국,조선의사회변동

  1990년대 이후 한국사학계에서는 17세기가 소빙기였고 이러한 자연현상이 당대 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거대담론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소빙기론은 새로운 거대담론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와 관련한 실증적인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소빙기 혹은 자연재해의 영향을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당대 사회 변화에 끼친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먼저 김성우의 논문은 17세기 조선 사회가 단순히 위기 상황에만 처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시에 경제적으로 번성했음을 보여준다. 17세기 중에서도 1660년대까지는 꾸준하게 경제가 성장했으나 1670년대 이후에는 사회양극화, 소빙기적 대재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역사 연구에서 연구 대상이 되는 시기를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중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준다. 조영헌의 논문은 중국사를 중심으로 17세기 위기론과 관련한 최근의 연구성과를 정리하면서, 은 유입의 감소와 비정상적인 기후 변동이 17세기 전반기, 특히 1630년대 후반에서 1640년대 전반기에 동시적·집중적으로 발생함으로써 명조의 멸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영헌은 역사 연구의 시야를 인간과 자연의 역사로 확대하는 새로운 지구사적인 인식론과 방법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역사 연구에서 시야를 확대하면서도 연구 대상이 갖고 있는 다양성과 복잡성을 함께 고민하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언제나 중요한 덕목이다.

 

 

베트남전쟁낯설게보기

[기획] 베트남파병50,다른시선

  올해는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군대를 파병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현대사에 베트남전쟁 파병이 갖는 의미를 고려한다면 벌써 다방면에서 관련 행사들이 줄을 이을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조용하게 넘어가는 것 같다. 이는 최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껄끄러운 과거의 적대 경험이 다시 기억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술적인 차원에서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파병은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의 인식틀을 뛰어넘어 베트남전쟁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보다 확대시켜야 한다.

 

  재미사학자인 곽태양의 논문은 원래 영어로 작성된 글을 번역한 것이다. 곽태양은 베트남전쟁 파병이라는 특정 사건에만 주목한 기존 연구들과는 달리, 베트남전쟁이 박정희 정권 18년을 관통하는 결정적인 동력이었으며 베트남전쟁이 없었다면 박정희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한국의 발전 모델은 전쟁과 군사주의라는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문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논문은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몇몇 논쟁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존 논의와 구별되는 거시적인 관점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재용의 논문은 우리에게 베트남전쟁을 오키나와를 통해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김재용은 베트남전쟁과 조선인 종군위안부문제를 다룬 오키나와 작가 마타요시의 소설을 분석하면서, 그 속에 담긴 아시아적 상상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아시아적 상상력을 통해 베트남전쟁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1차 세계대전 이래의 미국의 신제국주의를 비판적으로 통찰한다.

 

 

차     례

 

[책머리에] 우리 사회의 복원력강화를 염원하며 / 오제연

 

[지금여기]

     세월호 기억 저장소를 만들자 / 김익한

    드레스덴, 한반도 통일 역사의 에피소드? / 이동기

 

[특집 역사교육을 묻는다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에 대한 4개의 질문, 10인의 응답]

    정부 간섭은 역사교육의 퇴행을 가져올 뿐 / 이만열

    비판과 성찰, 문제해결과 창의력의 토대로서 역사교육 / 강선주

    무엇을 고민할 것인가 / 최우석

    ‘비판적 국민형성을 위한 역사교육으로 / 장미현

    정체성 교육을 넘어 시민 형성으로 / 김육훈

    역사학, 역사교육, 민주주의 / 하종문

    문자 그대로의 역사교육과 민주시민 양성 / 나인호

    역사교육을 향한 철학적 제안/ 박구용

    배우는 자의 권리를 생각한다 / 정병욱

    역사학계의 관심과 자율적 개입의 확대 / 권내현

 

[기획 17세기 위기론과 중국, 조선의 사회변동]

    전쟁과 번영17세기 조선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 김성우

    ‘17세기 위기론과 중국의 사회 변화명조 멸망에 대한 지구사적 검토 / 조영헌

 

[베트남 파병 50, 또 다른 시선]

    한국의 베트남전쟁 참전 재평가 / 곽태양

    오키나와에서 본 베트남전쟁 / 김재용

 

[아래로부터 역사읽기]

    총을 든 시민들, 시민군 / 노영기

 

[기획연재 21세기 역사학을 찾아서 소비사]

    서구 소비사의 현황과 전망 / 설혜심

 

[역비논단]

    카이로회담의 한국 문제 논의와 카이로선언 한국조항의 작성 과정 / 정병준

 

[기획서평]

    역사를 옹호하며역사적 유물론과 실천적 실재론 / 장문석

 

[서평]

    평화의 정치는 가능한가? / 이재승

    (김동춘, 『』전쟁정치한국정치의 메커니즘과 국가폭력, , 2013)

    누가 북폭의 상흔에 응답할 것인가? / 김학재

    (김태우,폭격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 창비, 2013)

    식민지의 일상, 지배와 저항의 함수 / 백승종

    (정병욱, 식민지 불온열전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 역사비평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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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31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문제연구는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머리말

 

  20144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였다. ‘전원 구조라는 초기보도는 어이없는 오보였고, 실제로는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 학생 일행을 포함한 대다수의 승객들을 선내 대기시킨 채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탈출한 충격적인 침몰사고였다. 악몽과 같은 상황은 연일 계속되어갔다. 해경은 우물쭈물대며 구조작업의 황금시간대를 놓쳤고,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의 바램을 정면으로 배반하며 구조없는 구조 활동만이 지속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승객을 더 많이 싣기 위해 배를 구조변경한 점, 화물을 더 많이 싣기 위해 평형수를 적게 넣고 출항한 점, 해양관료들과 해운업체 사이의 끈끈한 유착관계로 불법 운항의 관행 등이 묵인되어온 점 등 기성세대의 과욕과 부조리 위에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다수의 승객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다.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바지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한 채 유유히 구조선에 오른 선장이 내리자마자 젖은 지폐를 말리고 있었다는 보도내용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선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한 그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포기한 예외적 개인인 동시에 삶의 기준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데 정향되어 있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인간상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체제를 지탱하도록 하는 주체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잘 살아보자는 미명 아래 성장의 한 길로 달려온 한국인들이 성장의 결실에 취해 어렴풋이 선진국 의식에 만족하고 있는 사이,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지는 않았는가. 10대는 대입을 향해, 20대는 취업의 관문을 뚫기 위해 경쟁지옥 속에서 젊음을 희생하고 맹목적으로 주어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경쟁사회에서 성장지상주의적 삶을 강요하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세월호의 악몽으로부터 어쩌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지구온난화, 황사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은 산업화 이후의 자본주의적 생활양식과 성장지상주의발전주의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디스토피아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발전해왔는가? 혹시 그 신념에 기반한 지식(권력)의 작동 효과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가?’, ‘과연 우리는 진보(進步, Progress)”라는 가치를 계속 추구해야 하는가?’, ‘진보역사학자들이 믿어온 진보의 기의는 이미 화석화되어 가고 있거나 보수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진보의 개념과 그 실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등 작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번 역사문제연구 31호는 진보역사학계의 자기성찰을 모색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은 기획들로 구성되었다. 그 성찰과 비판의 대상은 여기 수록된 글을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필자들과 기획 참여자 자신의 사유와 글쓰기를 포괄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집1: ()식민 역사학의 주체와 방법>은 지난 20131116일에 개최되었던 역사문제연구소 정기심포지움에서 발표된 글들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구성되었다. 이 심포지움 기획의 문제의식은 당시 어느 토론자의 표현을 빌자면, ‘탈식민 역사학의 시선으로 반()식민 역사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사학사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근현대 역사학은 식민사학의 극복을 목표로 정립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한국 근현대 역사학의 자기정립 과정은 식민사학의 의제를 근대적지표에 맞추어 그 주체를 뒤집어놓은데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식민주의의 극복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선 식민사학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한국사학계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한국사학계 내에서는 워낙 강력하게 작동해온 당위적전제를 건드리는 것이어서 다분히 도발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이 특집에 수록된 글들이 과연 얼마나 도발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이 내려주실 것으로 믿는다.

 

  장용경은 한국 근현대 역사학의 반식민 주체와 역사의 정상화에서 그동안 식민사학의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역사학계가 한국사 속에서 발전성내재성을 증명하고자 노력해온 것이 동등함 또는 정상성에 대한 강박적 추구의 발로였을지도 모른다며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하였다. 김종준은 한국사학계 반식민 역사학 정립 과정에서 실증사학의 위상 변화에서 식민사학과 공모해온 실증사학에 대해 민족사학은 비판배제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지만, 민족사학자들은 필요에 따라 실증사학을 소환하여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왔음을 밝혔다. 홍종욱은 ()식민주의 역사학에서 반()역사학으로에서 세계사의 기본법칙에 입각하여 식민지=아시아의 주체성을 옹호했던 동아시아 전후 역사학의 자장 속에서 북한역사학은 일국사적 발전론을 통해 정립되어왔지만, 사회주의적 애국주의와 주체사상을 강화하면 할수록 반식민주의의 문제의식은 형해화되고 반역사학으로 귀결되고 말았음을 분석하였다. 이 특집의 문제제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 역사학과 역사서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인식 지평을 열어나갈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특집2: 일제시기 지역사회의 변화와 지역정치>는 지난 20131130일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주최 워크샵 일제시기 지역사회와 공공성에서 발표된 논문 2(한상구, 허영란)에 추가로 새 논문 1(이용기)을 보태어 구성한 것이다. 이 세 편의 문제의식은 동일하지 않으나, 집합행동읍면협의회주민운동사회운동 등을 매개로 일제시기 지역정치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특징을 지닌다. 한상구는 일제시기 지역주민의 집합행동과 공공성에서 윤해동 등의 식민지 공공성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상구는 주민대회 등을 통해 공공성을 민중 스스로 창출하고 있는 점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제시기 공공성에 부착되어 있던 식민지성을 떼어내고 현대 한국 시민사회 공공성의 연원으로 위치지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부분적 반론은 특집 말미에 수록된 황병주의 논평문 빙공영사(憑公營私)와 민중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허영란은 일제시기 읍면 협의회와 지역정치에서 식민지 조선인들이 조선총독부가 내세우는 공공공익의 장을 재전유해 현실의 차별해 대응해나갔던 지점과 1930년대 지역사회운동과 지역정치의 퇴조에 맞물려 식민통치가 면 협의회등을 매개로 재강화되는 상황을 분석하였다. 이용기는 일제시기 지역 사회운동의 주도세력 변화와 그 함의-전남 장흥군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지역 사회운동을 통에서 근대로’, ‘부르주아적 계몽주의에서 사회주의로와 같은 식의 단선적 발전론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문제시하며, 지역사회운동은 전통적 권위질서의 결을 타고 발전하기도 하고 양반적 성향의 세력에 의해 사회운동의 이념적 급진화가 주도되기도 하는 등 보다 복합적으로 해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30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저작비평회를 지상중계하는 코너를 마련하였다. 이번호에는 식민지 불온열전(정병욱 저, 역사비평사, 2013)을 비평 대상으로 삼아 식민지 불온의 정치적 함의, 이야기체 역사서술의 난점과 가능성 등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수록하였다. 치밀한 비평과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해주신 비평자(이혜령, 조형근, 이기훈)와 감기 몸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응답해주신 저작자(정병욱)에게 감사드린다.

 

  특집 이외에 이번호에는 6(박종린, 최우석, 윤상현, 홍양희, 고태우, 송은영 저)의 연구논문을 수록하였다. 이번호에도 새로운 연구분야나 연구주제를 개척하는 연구,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시도하는 연구,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문제제기를 던지는 연구들로 가득하다. 역사문제연구는 기존의 학계 문법을 다소 위반(?)하더라도 실험적이고 참신한 연구들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할 계획이다.

 

  현실비평에는 한영인의 영화 <변호인>이 불편한 이유를 수록하였다. 이 글은 한영인이 같은 주제로 프레시안지에 기고하였던 칼럼(영화 <변호인>이 말하지 않은 것들)을 보완하여 쓴 비평문이다. 영화 <변호인>을 매개로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재현인식되고 소비되는 방식 자체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어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뒷담화라는 제명을 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