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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정전60주년. 역사, 평화를 이야기하다/평화 에세이

병역거부자로 살기(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용석) [평화에세이]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용석, 병역거부자로 살아가기 나는 평화주의자여서 병역거부를 한 게 아니다. 물론 나도 군대 가기 싫어하는 수많은 남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대학시절 내가 속한 학생운동 그룹이 병역거부 운동을 열심히 했고,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병역거부를 접하지 않았다면 나는 군대 가기 싫어하다 억지로 끌려가는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군대에 다녀왔을 것이다. 내가 평화주의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히려 병역거부자가 되고 난 뒤였다. 병역거부자가 된다는 건, 내게는 단순히 군대 2년 대신 감옥 1년 6개월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다. 평생을 평화주의자로 살아가며, 폭력이 작동하는 구조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병역거부는 평화주의자로 살아가는 한 시기에 거쳐 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폭.. 더보기
일상이라는 전장 (도시락밴드) [평화에세이] 도시락밴드, 일상이라는 전장 나는 지금 카페에 앉아 있다. 꽤 넓은 이 곳엔 그 넓이 만큼 많은 테이블과 사람들이 있고, 그 만큼 많은 목소리들이 있다. 친구,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온 이들의 목소리는 경쾌하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바깥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말쑥한 차림을 한 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주보며 웃는다. 슬픔 따위는 없어 보인다. 그런 게 어디에 있단 말인가? 모두가 웃고 있다. 슬픔은 어디로 갔을까? 모든 아픔과 고통은 마치 정기적으로 수거되는 쓰레기 봉지처럼 어딘가로 옮겨진 걸까? 우리는 수거된 쓰레기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슬픔이 옮겨간 자리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만 보인다. 휠체어를 탄 사람, 한 쪽 팔이 없는 .. 더보기
다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한홍구 교수) [평화에세이] 한홍구, 다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본 글은 정주하 사진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눈빛, 2012)에 서문으로 들어갔던 글을 저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어, 어, 어, 후쿠시마 2011년 3월 11일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고 연이어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TV로 생중계되는 폭발장면을 나 역시 극한의 불안감과 극한의 무기력함 속에서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년, 미약하나마 평화운동을 한답시고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는데, 평화란 것이 저렇게 느닷없이, 저렇게 한방에, 저렇게 참담하게 깨져나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세상은 온통 지진과 쓰나미와 핵발전소 이야기였다. 독일은 탈핵을 결정했고, 발.. 더보기
어느 비정한 평화의 영화적 기록 (김한상) [평화에세이] 김한상, 어느 비정한 평화의 영화적 기록 영화와 물질적 현실의 친화성에 대한 글에서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삶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영화적 매체만이 지닌 고유한 특징임을 지적한다. 연속체로서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숱한 감정과 생각, 가치 역시도 그러한 끝을 알 수 없는 흐름에 포함된다. 사건을 증명하는 증거로 자주 쓰이는, 고정된 무엇을 보여주는 사진과는 다른 영화의 이러한 특징은 훗날 연속체로서 ‘역사’를 사유하는 그의 이론적 여정에 큰 바탕이 되었다. 지금 소개하는 푸티지는 아마도 그러한, 사건과 사건 사이의 삶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적 기록일 것이다. 제임스 H. 하우스만, 이른바 “한국 국군의 아버지”로까지 불렸던 미군 대위가 찍어 남긴 이 푸티지는 1949년 3월을 떠.. 더보기
정전협상의 국제정치 (서재정 교수) [평화에세이] 서재정, 정전협상의 국제정치 오는 7월 27일이면 정전협정이 조인된 지 60주년이다. 정전협정을 위한 협상은 1951년 7월 10일부터 시작됐지만 그 협상과정이 2년 이상을 끌어 1953년에나 조인이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정전협상은 왜 2년이나 걸렸을까?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1951년 11월부터 불거진 포로송환 문제 때문이었다. 즉 중국과 북은 제네바협정 118조에 따라 전원 자동 송환을 주장했으나, 유엔군측은 인도주의를 제기하며 포로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전협정에 반대하고 있던 이승만 대통령은 이 와중인 1953년 6월 18일 포로수용소에서 2만7천명을 일방적으로 석방시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 한반도 주변국가들에게 전쟁.. 더보기
평화는 바로 우리의 일상의 문제 (김동춘 교수) [평화에세이] 김동춘, 평화는 바로 우리의 일상의 문제 사람들은 평화는 자신과 관계없는 아주 고상한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국가들 간의 전쟁과 갈등에 무력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가 간의 전쟁은 국회조차도 통제하기 어려운 최고 권력자들의 고도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그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 결정과정에서 보았듯이 애초 이라크 파병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대통령이나 정부조차도 결국 전통적인 한미관계의 틀을 넘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실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 간 전쟁과 갈등 문제에 관한 한 더욱 무력감을 갖고 있고,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수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