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혁개방과 체제전환의 방향을 미리 점쳐본다

포스트사회주의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최근 북미관계남북관계에서 일어나고 있고이로 인해 북한 개혁개방의 전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단편적이지만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북한에도 자본가와 비슷한 집단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이로 인해향후 북한 체제전환의 방향과 관련해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북한 개혁개방에 미칠 영향력과 참조점이라는 측면에서각국의 포스트사회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에 대한 분석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일 것이다.

<역사비평>은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포스트사회주의 국가자본가의 탄생이라는 특집을 준비하게 되었다사회주의 국가들이 처한 국내외적 조건은 매우 다양했지만이번 특집은 포스트사회주의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본가 탄생의 메커니즘과정구조주체에 초점을 맞춰서최대한 비교사회주의 관점에서 사유화’ 혹은 민영화가 이루어진 방식과 경로국가와 자본가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 특집에서 다루는 국가들은 소련중국동독쿠바카자흐스탄베트남그리고 북한 등이다겨울호에는 그 1회차로 중국과 쿠바카자흐스탄이 다뤄졌다각 국가별 집필자는 해당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아무쪼록 이 특집을 통해 독자들이 북한 개혁개방을 예측하고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역사적 경험으로서 포스트사회주의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돋보기로 들여다본 산업화와 개발의 시대

1950~60년대 한국 경제와 이방인들


겨울호 첫 번째 기획은 1950~60년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 외국인들에 대한 연구이다.

한봉석은 1940~50년대 미국 대외원조의 현장에 등장한실무형 근대화론자들과 그 대표격인 윌리엄 원을 주목했다이들은 저개발국에서 산업개발이 아닌 보건위생교육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고삶의 질 유지를 우선시하는 낮은 수준의 근대화를 중요한 원조의 목표로 삼는 이들이었다결론적으로 1950년대 미국의 대한 원조 정책은 저개발국인 한국에 적합한 형태의 개발원조가 아니라 여전히 전후복구적 성격이 강했다. 이동원은 전쟁영웅의 이면밴 플리트의 대한 민간투자 유치 활동을 소개했다밴 플리트는 한국전쟁기 미 제8군 사령관으로서 한국군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었으며, 이승만 정부의 북진과 한국군 증강에 동조하고 박정희의 5·16 쿠데타를 지지하는 등 미국에 맞서는 친한파 미국인으로서 권력 최상층부의 신뢰를 얻었다그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민간자본 투자를 중개했다이는 미국의 대한정책 기조와 민간기업의 이윤 추구밴 플리트의 사적 이해그리고 국외 민간투자 유치를 필요로 했던 한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러나 대한 민간자본 투자의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밴 플리트의 투자 중개인으로서의 한계로 인해 그러한 민간투자 유치는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이정은은 1950년대~1970년대의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 과정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국제 무역상 아이젠버그의 한국 내 활동을 살펴보았다아이젠버그는 대외 무역이 제한적이었던 1950년대 한국에 중개 무역업자로 진출한 뒤 미국의 대한원조 감소와 더불어 차관 도입이 개시되는 1960년대부터 한국이 세계 경제 질서에 미숙했던 초기 조건에서 반사 이익을 얻으며 대표적 차관 중개업자로 부상했다한국의 외자도입 조건이 호전된 이후에는 한국으로의 직접투자는 물론현금(외화차관 등 새로운 외자 형태를 앞장서서 들여왔다그러나 아이젠버그는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만큼 논란도 많았던 인물이다그의 외자도입 사업은 과도한 차관 수수료부실건설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에 끊임없이 휘말렸다특히 박정희 정부와는 광범위한 불법적 결탁을 의심받았다정책과 혁신의 성과로 설명되기 쉬운 당시 고성장에는 이러한 노골적이고 불법적인 이해 추구가 맞물려 있었고이는 공식’ 경제를 떠받치는 또 다른 한 축이었다.

 

 

 

여말선초 연구를 새로운 논쟁의 공간으로

조선 건국과 왕조교체 시기에 대한 또 다른 관점

 

두 번째 기획은 <역사비평>이 지난 1년간 지속해왔던 여말선초 시기 왕조교체의 성격을 다룬 기획연재에 대한 반론혹은 또 다른 입장을 묶어낸 것이다장지연은 왕조 교체를 통해 연속과 변화를 다루는 데 연구방법론상 주의해야 할 점들을 꼽았다. 첫째사상-사회경제적 기반-국가 지향 등은 일원적으로 연동하지 않기 때문에 시기 구분을 염두에 둔 분석을 위해서는 이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둘째변화와 연속을 판단하기 위해 정책의 의도와 결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셋째 모든 사안이 이전 시기 경험의 축적과 연속성 위에서 일어나지만 그 질적 변화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다왕조교체의 연속성과 변화에 대한 연구들은 여전히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므로연구방법론상의 섬세함과 이론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도현철은 성리학 수용을 둘러싼 조선 건국의 의미를 유교 본래의 문제의식과 그 성찰에 기반한 문치 사회를 구현하려 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고려 후기에 성리학은 처음 인성 윤리론으로 수용되었고 점차 사회변동이 심화되면서 성리학의 제도론이 제시되었다조선 건국 후에는 고려 말에 제시된 개혁론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성리학의 제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유교의 이론적 철학적 근거를 마련하였다이로써 유교의 사회화와 제도화가 진전되고문치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차례


책머리에 · 개혁을 늦춰서는 안 된다 박태균

[특집포스트사회주의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 

· 개혁기 중국 지방국가와 자본가의 탄생산시성 메이라오반의 사례 박철현

· 쿠바의 민간 자영업과 체제변화 김기현

· 카자흐스탄 자본가계급의 출현 정재원

[기획 1] 1950~1960년대 한국 경제와 이방인들

· 미국 대한 원조와 윌리엄 원실무형 근대화론자로서 활동과 그 의미 한봉석

· ‘전쟁영웅의 이면밴 플리트의 대한 민간투자 유치 활동 이동원

· ‘공식’ 경제의 이면한국과 세계의 접속자아이젠버그 이정은

[기획 2] “조선 건국 다시보기” 기획에 대한 반론

· 고려 말 조선 초 수도의 이전과 건설연속과 변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 장지연

· 여말선초 성리학의 수용과 문치 확대 도현철

역비논단 · 무류(無謬)를 지향한 이념의 명암송시열이승만김일성이 제창한 이념의 비교 이경구

· 번역과 출판으로 본 북한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수용노동당을 중심으로 김선호

· 대학과 도시재생필라델피아 대학도시(University City)’의 사례 박진빈

서평 · 내선결혼정책/담론과 개인들의 운명 ―『동화와 배제』(이정선역사비평사, 2017) / 서호철

· 우공이산의 역작, 1920년대를 다시 묻다 ―『아베 미치이에-사이토 마코토 왕복 서한집』(이형식 편저아연출판부, 2018) / 장신

· 한반도의 이란성 쌍둥이 동유럽그 침탈과 모순의 역사 ―『동유럽 근현대사제국지배에서 민족국가로』(오승은책과함께, 2018) / 김지영

독자투고 · ‘사이비역사학과 식민사학에 대하여테이 정, 「사이비사학’ 비판을 비판한다」에 대한 논평 안정준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책머리에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올여름 한반도는 111년만이라는 폭염에 휩싸였다뒤를 이은 태풍과 폭우는 기다리던 연내 종전 선언 소식보다 어쩌면 지구 멸망이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망상을 불러일으켰다평양 선언과 군사합의 비준 절차를 둘러싸고북한이 국가이냐 아니냐 하는 해묵은 논쟁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전개되니 더욱 꼬이기만 한다.

 

대학은 보다 직접적인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대학 살생부라고도 불린 8월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평가 결과, 4년제 대학 중에서는 대개 비수도권 대학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대학평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오지만당장 정원을 감축해야 하거나 재정 지원까지 제한받게 되는 일부 대학들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구조조정을 할 태세이다구조조정 방식은 창의융합이라는 명목의 모집 단위 통폐합전임교원정규직원 최소화 및 임금 삭감교원 책임강의 시수증가대형온라인 강의 확대전공학점 축소강사 해고 등등비용을 줄이고 교육 연구의 질도 같이 떨어뜨리는 익숙한 수단들이다한편, 2019년 1월에는 이미 몇 차례 유예된 강사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2010년 모 비수도권 대학 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마련되었던 강사법은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1년 단위의 계약을 통해 방학 동안에도 급여를 보장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했다하지만 학교들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강사들은 대규모 해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해다년간 시행되지 못했다그 와중에 대학은 강의전담 교수 등의 새로운 자리들을 만들어내며강사법에 대처할 수 있는 합법적인 꼼수들을 마련했다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처음으로 대학강사 대표 합의안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변화도 있었겠지만재정 부담은 여전히 각 학교가 강사법 시행에 반대하고 각종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데 동원하는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명목이다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계속되는 무한경쟁의 굴레에 빠지지 않으면서대학을 상품화하고 대학교육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은 어디 있을까.

 

연구자들의 공동연구와 연구성과의 환원을 추구하는 『역사문제연구』의 기본 방침이 대학 밖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문제연구』 40호에는 두 가지 공동연구의 성과들을 특집으로 수록하였다첫 번째 특집은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1980년대 세미나팀의 ‘1980년대 한국사회의 역동성 톺아보기이다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간행 시도에 만인이 만 가지 색으로 저항하라라는 모토로 저항하며 결성된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는이름에 걸맞게 한국사를 다양하고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공동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이번 특집에서는 아직 역사학계의 연구 범위에 안착하지 못한 1980년대를 대상으로 삼아그 시대 복잡한 주체들 사이의 경합갈등봉합 등 사회적 관계를 분석함으로써당대 사회의 역동성을 재해석하거나 기존 시각을 확장하려 한 3편의 논문들을 수록하였다유정환의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부의 사회정화사업 시행과 지역감시체계 재편」문민기의 「1980년대 한국대자본의 중국 경제교류 배경과 인식」정무용의 「1980년대 초 야간통행금지 해제 직후의 풍속도」가 그것이다보다 자세한 기획의도에 대해서는 특집 앞의 소개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두 번째 특집은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젠더연구팀의 감정 (다시읽기역사적 감정일상그리고 젠더의 문화정치학이다이 연구팀 역시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아직 새로운 감정을 역사화하려는 시도를 했다개인이나 집단의 감정과 그것의 문화적 실천이 일상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인식하에불평등한 권력관계에 의해 생산재생산되는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그리고 저항과 변화가 일어나는 일상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김은경의 「미군 위안부의 약물 중독과 우울」허윤의 「여대생’ 소설에 나타난 감정의 절대화」김청강의 「좌절하는 남자다움’」 등 3편의 논문이 수록되었다기획의도에 대해서는 역시 특집 앞의 소개글을 참조하기 바라며특집의 시도들이 널리 관심을 촉발시키기를 희망한다.

저작비평회에서 다룬 이은희의 설탕근대의 혁명도 설탕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통해서 개항 이후 한국 사회의 세계화근대화산업화일상의 변화를 아울러 구명하려 한 새로운 시도이다한국사이면서 세계사이고경제사이면서 사회문화사이기도 한 학문 분야의 벽을 허무는 저작을 논평하기 위해서 역사학과 사회학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전공하신 선생님들이 모였다설탕 소비의 대중화민족계층별 차이와 문화 혼종성현재의 백종원 현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태풍을 뚫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일반 연구논문으로는 4편의 논문이 실렸다양정필의 「근대 개성 공씨가의 삼포 경영과 자본 전환」예지숙의 「1910년대 조선총독부 구제관의 특징과 구제사업의 전개」곽민지의 「사회교육을 통한 국민교육헌장의 이념 보급」최광승의 「창조된 문화유적’ 경주 통일전」이다미리 기획한 것도 아니건만식민지기를 다룬 앞의 두 편은 자본 축적과 빈곤의 문제를현대를 다룬 뒤의 두 편은 박정희 정권기의 국민교육 이데올로기를 각각 다루고 있다쌍을 이루는 두 논문의 시각을 서로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대학과 학문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고 말하면서도, 『역사문제연구』는 2018년 학술지로서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과제를 클리어 했다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에서 등재학술지 등급을 유지한 것그리고 다음 41(2019년 4월호)부터 온라인 투고 및 심사 시스템(JAMS)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그래도 감점을 감수하더라도 학술지의 젊은 기획력을 유지함으로써 학계의 상호 소통과 재생산에 기여하고투고 마감일을 공개 연장함으로써 안팎의 연구자들에게 공평한 투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소소하지만 상생의 시도를 놓치지 않고 있다행사일마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는 부덕한 편집위원장이지만든든한 편집위원 분들 덕분에 이번 호도 큰 탈 없이 간행될 수 있었다감사의 마음을 전하며역사문제연구가 앞으로도 다른 연구자 또는 일반 독자들에게 든든하고 유익한 소통의 장으로 인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정선)

 

목차

■ 특집 1 : 1980년대 한국사회의 역동성 톺아보기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부의 사회정화사업 시행과 지역감시체계 재편 지역정화위원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유정환

1980년대 한국 대자본의 중국 경제교류 배경과 인식 문민기

1980년대 초 야간통행금지 해제 직후의 풍속도 정무용

 

■ 특집 2 : 감정 (다시읽기 역사적 감정일상그리고 젠더의 문화정치학

미군 위안부의 약물 중독과 우울그리고 자살 - ‘위안하는 주체의 ()일상과 정동 정치 김은경

여대생’ 소설에 나타난 감정의 절대화 최희숙박계형신희수를 중심으로 허윤

좌절하는 남자다움’ 섹스영화임포텐스그리고 ’ 치료 담론(19671972) / 김청강

 

■ 저작비평회

한국 근현대사에서 설탕은 무엇이었나

이은희, 『설탕근대의 혁명한국 설탕산업과 소비의 역사』(지식산업사, 2018)

 

■ 연구논문

근대 개성 공씨가(孔氏家)의 삼포 경영과 자본 전환 양정필

1910년대 조선총독부 구제관의 특징과 구제사업의 전개 예지숙

사회교육을 통한 국민교육헌장의 이념 보급(19681972) / 곽민지

창조된 문화유적’ 경주 통일전(統一殿) - 유신을 위한 국민교육도장 최광승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편  /  152x224(신국판)  /  496쪽  /  15,000원  /  ISSN 1227-3627-83  

 책임 편집 정윤경  /   전화 02-741-6125  /   영업담당 정순구  /   팩스02-741-6126

 주소 10497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중로 100, 506호 역사비평사  /  이메일yukbi88@naver.com

 

 

지금 한반도의 격랑을 비춰볼 거울을 소환하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한국인의 선택과 그 결과들


이번 『역사비평』가을호의 특집 ‘20세기 동아시아 격변기의 한국과 한국인은 최근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의 급속한 정세 변화를 역사 속의 유사한 사례들에 대한 기억을 통해 분석하고 전망하기 위해 마련되었다지난 100여 년 동안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몇 차례 큰 정세 변동이 있었다. 『역사비평』은 그중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로 귀결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이 전개된 1945데탕트라는 동서냉전의 완화 속에서 유신독재가 출현한 1970년대를 집중 조명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다룬 배항섭은당시 지식인과 언론들이 보인 정세인식의 대외의존성을 비판하면서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변화의 흐름과 의미를 현명하게 포착해내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45년을 다룬 김성보는종전 당시 미국과 소련 등 연합국이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가 차지하는 지정학적 위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음에도당시 한국의 정치 세력들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읽어내고 대처해 나가는 지정학적 안목이 부족하여 분단이 고착되었다고 비판한다. 1970년대를 다룬 박태균은데탕트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의 기회였지만 유신체제하에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자체가 완전히 봉쇄된 상태에서 한국이 세계사적 흐름을 타지 못했음을 지적한다그리고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응 여하에 따라 국제적인 정세 변화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역설한다이 세 편의 특집 논문들은 모두 외부 정세 변화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능동적인 내부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서울의 봄은 어떻게 긴 겨울로 회귀했나

12·12 쿠데타와 5·17 쿠데타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

 

역사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거센 것과 대조적으로 학계 내부에서는 이렇다 할 학문적 논쟁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이에 역사비평은 가을호에 새롭게 지상논쟁’ 코너를 마련하고 1979년 12·12쿠데타와 1980년 5·17쿠데타의 요인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두 편의 논문을 함께 실었다먼저 강원택은 전두환의 권력 찬탈을 1979년 12월 12일에 시작되어 1980년 5월 17일에 마무리된 긴 쿠데타로 파악한 후김종필을 배제한 최규하-신현확 체제의 미묘한 경쟁과 견제그리고 분열을 긴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유인 요인으로 강조한다반면 정상호는, ‘유인 요인을 강조한 강원택의 주장이 당시 권력의 작동이 마치 신군부와 무관하게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여 ‘1980년 봄의 전체 구도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한다그는 또 1980년 봄의 전체 구도즉 신군부라는 압박 요인과 정치적 상황변수라는 유인 요인의 관계를 공모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 건국 다시 보기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

역사인식과 대외전쟁에서 엿보이는 연속성

 

연재 기획인 조선 건국 다시보기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는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친다. 14~15세기 성리학의 수용과 조선적 문명교화론의 탄생 과정을 검토한 최봉준은, 15세기 조선의 문화적 지향성은 원 간섭기 성리학 수용으로 변형된 고려의 이중적 자아인식즉 중국의 조공국으로서의 자아와 이민족에 대한 해동천자로서의 자아다시 말해 문화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자아와 개별성을 지향하는 자아가 결합된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려 말 조선 초 대외정벌의 성격과 대외 정책의 방향을 검토한 이규철은건국 초기 조선 국왕들이 국정운영을 위해 참고하거나 비교했던 정치가가 공민왕임을 밝히고고려 말과 조선 초의 대외 정책은 분명히 강한 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고려 공민왕부터 조선 성종까지 100여 년의 시간을 한 묶음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그동안 시대구분과 관련하여 고려-조선의 왕조 교체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했던 이 기획은 곧 전체 논문을 재정비하여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청산리 전역의 혁혁한 전과는 과장된 것이다?

전장잡음과 초기 보고의 한계성에 대한 재조명

 

근대 우상과 신화의 탄생’ 코너에서 초기 보고를 중심으로 청산리 전역을 다시 살펴본 신효승은청산리 전역의 전과는 전장잡음’, 즉 전쟁터의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나타난 전장 상황 인식의 왜곡 때문에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으나전역에 대한 초기 보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전과의 전달보다 독립군의 건재와 독립 의지의 표명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대일 개전을 앞당기려는 의도가 작용하여 전장잡음에 입각한 전과가 부각되었다고 주장한다이 원고는 『역사비평』 이전호에 실린 같은 기획의 원고들과 비교해서 검토할 때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차례

책머리에       계엄의 추억 오제연

특집              20세기 동아시아 격변기의 한국과 한국인

                     한반도의 오늘한말의 경험에서 생각한다국제질서 인식의 자율성·냉철성을 중심으로 배항섭

                     21세기에 돌아보는 1945년 한반도의 지정학 김성보

                     데탕트와 한반도실현되지 못한 제3의 길 박태균

지상논쟁       한국 현대 정치사를 다시 본다 ① 신군부 등장어떻게 가능했나?

                    10·26 이후 정국 전개의 재해석전두환과 신군부의 긴 쿠데타’ / 강원택

             ‘1980년 봄을 빼앗아간 신군부와 그 공모자들강원택의 전두환과 신군부의 긴 쿠데타에 대한 반론 정상호

   기획              조선 건국 다시보기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 ⑤ 역사인식과 대외전쟁

         14~15세기 성리학의 수용과 조선적 문명교화론의 탄생 최봉준

         고려 말 조선 초 전쟁과 지도 만들기 이규철

기획연재       근대 우상과 신화의 탄생 

                    ‘보고에서 석고화한 기억으로청산리 전역 보고의 정치학 신효승

역비논단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과학기술자 되기초기 북한 이공계 대학 교원들의 이력 분석 김근배

             소사전투에서 활약한 원숭이 기병대의 실체임진왜란에 참전한 명(원군(援軍)의 특수부대 안대회

            인국의 사상가를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다케우치 요시미와 루쉰동아시아 사상사의 한 궤적 윤여일

문화비평      다시우리의 소원은 통일?4·27 판문점 선언과 북미회담 전후 통일·평화 담론의 전변 천정환

연구노트       러시아혁명을 바라보는 두 시각E. H. 카와 쉴라 피츠패트릭의 러시아혁명』 박원용

서평             베트남전 기억의 이장(移葬)을 위한 길 닦기 최호근

        ―『빈딘성으로 가는 길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전진성책세상, 2018)

        공간에서 읽어낸 조선 건국기의 정치와 사상 강문식

        ―『경복궁 시대를 세우다새 권력은 왜 새 수도를 요구하였나』(장지연너머북스, 2018)

                  한국 화교 다시 보기낯선 과거와 익숙한 미래’ 사이에서 박준형

        ―『이주와 유통으로 본 근대 동아시아 경제사동순태호 담걸생 이야기』(강진아아연출판부, 2018)

                  제국의 눈으로 제국대학을 보다 강명숙

    ―『제국대학근대 일본의 엘리트 육성 장치』(아마노 이쿠오 지음박광현·정종현 옮김산처럼, 2017)

독자투고      사이비사학’ 비판을 비판한다 테이정(Tay Jeong)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편 / 152x224(신국판)|480/ 15,000/ ISSN 1227-3627-82

책임 편집 정윤경 / 전화 02-741-6125 / 영업담당 정순구 / 팩스02-741-6126


68혁명 50주년, 68과 한국

68은 한국에 어떤 의미였고, 어떤 의미인가

올해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이 세계를 흔들었던 68혁명 50주년이다. 그동안 68은 한국과 무관한 세계사적 사건으로만 다루어졌는데, 이번 역비는 한국인에게 68은 무슨 의미였는지 따져보았다.

민유기는 촛불 이후의 한국 사회에 대한 역사적 거울로서 프랑스 68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낡은 권위가 붕괴한 이후 부각된 생활민주주의의 원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황병주는 1960년대 한국 지식인들이 유럽 현지에서 바라본 68을 분석했다. 지상과제였던 근대화의 목표지점인 서구 사회에서 나타난 자기비판과 세대 갈등을 한국의 지식인들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다. 김도민은 1968프라하의 봄에 대한 남북한의 반응을 검토했다. 그는 여기에서 단순한 냉전적 이분법만이 아니라 새로운 냉전시대에 대응하는 전략을 읽고 있다. 오제연은 1968년의 스튜던트 파워논란이 한국에서 어떻게 이용되었으며, 실제 당시 한국 학생운동과 스튜던트 파워의 공통점과 차이는 무엇이었는지 분석했다. 송은영은 청년문화 속에서 68운동의 영향을 찾았다. 일상과 소비, 특히 성의 영역에서 문화적 혁명적 변화를 추구한 청년세대의 저항과 그 한계점을 잘 보여주는 참신하고 도전적인 글이다.

  

격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 남과 북

역사적 검토와 미래의 전망

<시론>으로 실린 박태균의 정전협정과 종전선언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와 과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평가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내야 할 전쟁으로서 한국전쟁을 연구해온 필자에게, 이번 회담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할 것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정상회담 이후 현재 정전협정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려할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정세변화에 맞춰 기획한 것은 아니었으나, <논단>에 실린 한모니까의 남북한 수복지구’·‘신해방지구주민 편입 비교국민/인민 전환을 중심으로도 분단 체제 변화의 한 고비에서 역사 연구의 현실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논문이다. 남북한은 38선 이북과 이남이었다가 한국전쟁 중의 군사분계선 남과 북으로 바뀐 지역을 각각 수복지구신해방지구라 불렀다. 한모니까는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국민/인민 전환의 과정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 갈등과 상처의 흔적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앞으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교류를 위해 성찰해야 할 경험들이기도 하다.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중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사상사적 검토 

최근 중국이 제시한 정책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기획이며 세계 전략이다. 백지운은 <특별기고>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가져올 현실적 변화만큼이나 강력한 사상사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해양에서 대륙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공간적 중심의 변화와, 새로운 인식과 실천의 영토로서 유라시아에 대한 우리의 사상적 과제까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준다.

‘일대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이 중국을 포위하는 근대 지정학에 맞서, 지정학적 중심을 태평양에서 유라시아로 이동시킨 것이다. 물론 지구적 프로젝트로서 일대일로의 성공은 자유와 민주 같은 서구적 가치에 대항할 대안적 가치체계를 창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 2000년대 후반 중국의 부상과 함께 학계에서 힘을 얻고 있는 제국론이다. ‘일대일로제국론이 그려내는 유라시아 중심의 새 지정학은, 한때 동아시아론이 제기했으나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탈근대의 물음이 여전히 중요한 지적 사상적 과제임을 말해준다.

 

조선 건국 다시 보기, 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

불교, 유불교체의 파고를 넘다

조선 건국 다시 보기기획은 이번호에도 계속된다. 시간을 다루는 학문으로서 역사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시대구분이다. 역사비평은 이번호까지 네 번에 걸쳐 시대구분의 기준으로 조선 건국에 대한 쟁점들을 다루었다. 역사비평이 실은 글들은 사건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논쟁이라기보다, 14~15세기의 연속과 변화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었다. 이번호는 불교가 주제이다. 필자들은 정치이념과 시대사조가 유교로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불교의 사상과 신앙, 제도에서는 연속성이 유지되었다고 본다. 김용태는 사상과 신앙의 영역에서, 박광연은 불교 정책과 종단 운영의 측면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기존의 통념과 다른 승려집단의 사회적 실체에 접근하면서 대불교 정책의 연속성을 고찰한 양혜원의 논문도 흥미롭다. 손성필은 15세기 서적 간행을 재검토하여 유교화를 합리화라고 이해하는 기존 관행을 비판하면서, 불교 제도와 전통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민족 신화의 역설, 김정호와 <대동여지도>

민족주의가 낳은 허상은 어떻게 일제에 이용당했나

연재 중인 근대 우상과 신화의 탄생은 대동여지도와 김정호를 다룬다. 대동여지도는 19세기 조선의 지리학과 지도 제작 기술이 나은 훌륭한 문화유산이고, 이를 만든 김정호는 뛰어난 지리학자요 지도 제작자다. 그러나 그가 전국을 몇 번씩 직접 답사했고 백두산에 세 번 올랐다는 답사설, 대원군이 탄압해 목숨을 잃었다는 옥사설은 모두 근거 없는 신화일 뿐이다. 이기훈은 우리에게 익숙한 김정호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민족주의 위인이 식민지배당국에 의해 전유되는 역설이 어떻게 성립했는지 보여준다. 부정확한 정보와 과장, 날조가 뒤섞이며 시대의 문화적 소산인 대동여지도는 부정되고, ‘위인김정호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 문화유산 대동여지도를 만든다는 신화가 등장했다. 이 신화 속에서 조선은 야만과 미지의 땅이 되었다. 김정호 신화는 특정한 목적하에서 만들어낸 역사가 얼마나 쉽게 권력의 이데올로기로 전환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욕망이 왜곡한 역사적 우상과 신화의 운명이라 하겠다.

 

 차 례

책머리에          역사학현장과 기억 사이에서 / 이기훈

 

특집: 68과 한국  프랑스 68운동과 한국 ‘촛불항쟁’ 이후의 민주주의 / 민유기

                        1960년대 지식인의 68운동 담론 / 황병주

                        1968년 ‘프라하의 봄’에 대한 남북한의 인식과 반응 / 김도민

                        1970년 전후 한국 학생운동의 새로운 양상과 68운동의 ‘스튜던트 파워’ / 오제연

                        사이키델릭 문학그리고 변방 히피들의 뒤틀린 성

                       ―68정신의 문화적 영향과 1970년대 문학의 대항문화적 실천 /송은영


시론             정전협정과 종전선언 / 박태균

 

특별기고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제국의 지정학 / 백지운

 

기획                조선 건국 다시보기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 ④ 불교유불교체의 파고를 넘다

                         [조선 불교고려 불교의 단절인가 연속인가? / 김용태 234-264

                         [불교 정책과 종단―조선은 고려와 다른가 / 박광연 267-286

                         [조선 초 도승제(度僧制강화의 역사적 의의 / 양혜원 287-310

                         [] 15세기 불교서적의 재발견

                         ―조선의 유교화 담론과 불교서적의 소외 손성필 311-339


기획연재           근대 우상과 신화의 탄생 ③

                         근대 신화의 역설―고산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의 경우 / 이기훈

 

역비논단          현대 일본의 ‘애국여성’과 ‘반()위안부’ 활동 / 이은경

                     남북한 ‘수복지구’·‘신해방지구’ 주민 편입 비교

                         ―국민/인민 전환을 중심으로 / 한모니까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 정권과 재벌의 동학을 살피다
―1960~1970년대 산업화의 다이내믹스, 주요 산업별 접근
『역사비평』 이번호의 특집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산업화 정책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성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다. 이 연구들은 한국 경제성장의 이유를 찾기 위해 주로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초점을 맞추었고, 공히 성공적인 성장이라는 결론을 내려왔다. 그러나 단순히 수출액의 증가와 성장률이라는 수치만 갖고서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다각적인 접근을 할 수 없고, 각각의 산업 분야에 대한 실증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과 경제개발계획만 강조한다면 경제성장의 ‘신화’만 써내려갈 뿐이며, 1980년대 초의 경제위기와 안정화 정책, 그리고 산업합리화 정책이 실시된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번 특집에서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였으며 현재 한국 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철강, 정유, 조선, 자동차, 그리고 면방직업 등 각각의 산업 분야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정부 정책에 대한 연구만으로는 각 산업 분야의 성장과 시행착오의 과정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 공통적인 결론으로 도출되었다. 특히 각 산업 분야를 주도한 특정 기업의 역할과 정치적 요소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것이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특징을 밝히는 데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이번 한 번으로 결론을 맺을 수 없다. 『역사비평』은 연구가 축적되는 대로 각각의 산업 분야에 대한 실증적 접근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 과정의 특징을 밝히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여말선초, 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교체
―성리학의 이해와 제도 정비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왕조 교체기를 새롭게 조망하기 위한 기획연재는 이번호에도 계속된다. 이번호에는 ‘성리학의 이해와 제도 정비’라는 주제로 세 편의 논문을 수록하였다. 세 편의 논문은 서로 상이한 관점에서 조선 개창의 의미와 성격을 바라보는 듯하지만, 고려시대의 유산을 조선왕조가 완전히 청산한 것이 아니라 계승하고 수용한 측면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첫 번째 논문에서는 조선 개창 찬성파와 반대파의 성리학 이해 정도에 차이가 없고, 나아가 여말선초의 성리학 이해와 16세기 이후 사림의 성리학 이해도 연속의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두 번째 논문은 조선 개창 이후 명의 관복 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 이전 원 간섭기의 고려가 당대의 보편문화로서 몽골의 복식을 수용하여 자신의 관복제도로 받아들인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보았다. 세 번째 논문은 고려 말 전제개혁으로 기존의 토지지배권은 전면 부정되었으나, 조선 개창 후에도 민의 변정 정책과 노비 관련 법제는 고려 후기의 것을 그대로 계승하는 상황이 나타났음을 지적하였다.


세계적인 탈이념화 추세를 거스른 ‘촛불’의 힘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돌아보며
2017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지난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고’를 게재하였다. 1990년을 전후하여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하면서 한국사에서 공산주의 운동사가 연구의 뒷전으로 밀렸던 것과 같이 러시아혁명에 대한 관심과 연구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20세기를 뒤흔든 러시아혁명의 충격과 영향을 모두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이루어진 1917년 러시아혁명에 대한 최근 연구성과의 흐름과 경향에 대해 분석하였다. 주목할 점은 세계적으로 탈이념화의 관점에서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한국에서는 그 반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최근 촛불항쟁을 통해 사회개혁과 변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과 기념식 다시 보기
<역비논단>에 실린 윤대원의 논문(「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과 기념식 다시 보기」)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일을 확인하고, 1937년에 임시정부에서 그리고 1990년에 대한민국 정부에서 첫 기념식을 개최한 정치적 배경을 고찰하고 있다.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3일’은 1919년 9월 임시정부에서 국제연맹에 제출하기 위해 편찬한 『한일관계사료집』 4권 3장 「독립 운동에 관한 짧은 역사」를 근거로 한 것이다. 1932년 상하이일본총영사관 경찰부가 이 기록을 참고하여 『조선민족운동연감』에 1919년 ‘4월 13일’에 정부수립을 선포했다고 썼다. 그리고 1967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이 연감을 참고하여 『한국독립운동사』3을 편찬하면서 이후 ‘4월 13일’이 임시정부 수립일이 됐다. 반면에 임시정부는 정부 수립일을 ‘4월 11일’로 인식하고 1937년에 첫 기념식을 가졌다. 이후 1938년, 1942년, 1943년 및 1945년 등 네 차례의 기념식 개최 사실이 임시정부 측 기록과 중국 신문 등에서 확인된다. 따라서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 13일’이 아니라 ‘4월 11일’이란 사실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차례
책머리글 해외 한국학 연구의 질적 도약을위하여 / 박태균
특집: 1960~1970년대 산업화의 다이내믹스, 주요 산업별 접근
철강공업의 설비경쟁과 산업육성 정책 / 이상철
대자본의 정유업 진출경쟁과 정책 견인 / 이정은
조선산업―수출전문산업으로의 극적 전환 / 배석만
자동차산업의 형성과 산업 정책 / 여인만
수출의 확대와 면방직업의 성장 / 서문석
기획: 조선 건국 다시보기, 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 ③ 성리학의 이해와 제도 정비
여말선초 성리학의 수용과 그 성격 / 강문식
고려 말 조선 초 관복제의 변화와 문화적 지향 / 김윤정
고려 후기 전민변정과 조선 초기 노비 정책의 의의와 한계 / 박진훈
특별기고 탈이념화된 기억―러시아혁명 100주년 기념을 돌아보다 / 노경덕
기획연재: 근대 우상과 신화의 탄생 ②
비상(非常)의 시대, 비상(飛上)의 시학―이사도라 던컨 / 김성연
문화비평 세대담론 2018, 그리고 영화 <1987> / 천정환
역비논단 ‘김대중기념관’과 기억의 정치학 / 정헌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과 기념식 다시 보기 / 윤대원
위기감과 자부심 사이―북한 ‘민족문화’ 개념의 분화와 변화 / 이하나
근대 초기 실학의 존재론―실학 인식의 방향 전환을 위하여 / 노관범
기획서평 이영(李領)의 왜구 주체 논쟁과 현재적 과제 / 박경남
서평 더 많은, ‘이름 없는 여/성’의 역사를 위하여 / 양지혜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소현숙, 역사비평사, 2017)
하이브리드한 시각의 하이브리드한 일상 분석 / 염복규
―『제국일본의 생활공간』(조던 샌드 지음, 박삼헌·조영희·김현영 옮김, 소명출판, 2017)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生/買)는가? / 염운옥
―『소비의 역사』(설혜심, 휴머니스트, 2017)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여말선초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교체

세계인식과 국제관계

 

2017년 겨울호의 특집은 지난 호에 이어서 여말선초 시기의 변화와 연속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이번호에서는 당시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서 몽골(), 명과의 외교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고려와 조선이 어떻게 왕조의 위상을 설정하고 통치의 기반을 수립했는지 살펴보면서 조선 건국을 전후한 시기의 연속성과 단절성을 분석하고자 했다이러한 시도는 조선의 건국을 새로운 사회와 체제의 탄생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연구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서향후 학계의 생산적인 논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5세기 천하질서하에서 고려와 조선의 국가 정체성」(최종석)은 원 복속기를 기점으로 고려와 조선의 자기정체성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원 복속 이전의 고려는 중국 왕조와 대외 방면에 한해 군신 의례를 매개로 결합하였을 뿐국내적으로는 독자성이 뚜렷했다그러다 원 복속기를 분수령으로 하여 국가(국왕)의 자기정체성 설정 방식이 혁명적으로 변화하였다원 복속 하에서 고려는 국내적으로도 신하+군주’ 위상과 제후국 체제를 받아들였다자신이 보통의 오랑캐와 달리 중화 문명(문화)을 추구·구현하였고 원의 천자를 정점으로 한 천하 질서 내에서 제후()라는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정당화하였다이는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를 경과하면서 더욱 내향적·자기 신념적 면모를 강화해 나갔다.

「성지(聖旨)를 통해 본 여말선초의 정치·외교환경」(이명미)은 황제의 말씀즉 성지(聖旨)가 고려 혹은 조선의 정치에서 작용하는 양상을 통해 고려 말 조선 초의 정치·외교 환경이 갖는 연속적인 측면을 살펴본 것이다중국 황제가 고려의 내정 문제를 언급하고그 성지가 고려 정치에서 실제로 작용한 것은 원 복속기에 처음 발생한 현상이다이 현상은 명과의 관계에서는 변화를 보여명 황제권은 고려 혹은 조선의 내정 문제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그러나 고려 말 조선 건국 세력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명 황제권을 소환했고명 홍무제의 성지는 해석의 과정을 거쳐 폐가입진(廢假立眞)’이라는 조선 건국의 명분을 제공했다.

「몽골제국의 붕괴와 고려-명의 유산 상속분쟁」(정동훈)은 고려가 명나라와 공존하던 25년 동안 어떤 식으로 관계를 설정하였는지 검토하고 있다몽골제국은 이전 시기의 송·금에 비해 중국의 크기를 키우고 위상을 높여놓았고명은 이를 고스란히 계승하고자 하였다고려는 의례적 차원에서 과거 몽골제국에 보였던 공순한 자세는 그대로 취했지만영토나 인구 등 실질적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자신의 이권을 챙기고자 하였다. 1388명의 철령위 개설과 이에 반발한 고려의 요동 공격 시도는 그 갈등이 폭발한 장면이었다결국 양국은 의례적 차원에서는 양자의 상하관계를 엄격히 밝히고실질적 차원에서는 관할 영역과 인구를 분명히 가르는 방식으로 유산 상속 분쟁을 마무리지었다이렇게 마련된 양국 관계의 기본 틀은 이후 조선-명 관계에서도 대체로 준수되었다.

「고려·조선의 국제관계에서 역서가 가지는 의미와 그 변화」(서은혜)는 역서의 반사 양태를 통해 원-명과 고려-조선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다조선의 역서 편찬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조선이 천자국의 시간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관념하에 중국에서 반사한 역서와 완전히 동일한 역서를 편찬하고자 했다는 점이다그 전제는 중국으로부터의 정기적인 역서 반사 시행이었다정기적인 역서 반사는 몽골 복속기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여말선초 시기에 명은 고려국왕을 책봉하고 정기적으로 역서를 반사하고자 했으나 양국관계의 악화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했다영락제 즉위 후 매년 역서를 반사해주는 것을 제도로 삼았다이에 조선은 천자국의 시간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관념을 역서 편찬에서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근대 신화와 우상의 탄생

거북선이 잠수함이 된 까닭은?

 

근대 우상과 신화의 탄생을 주제로 하는 기획연재는 이번호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호 1~2편씩 연재를 이어갈 예정이다이번호 거북선-잠수함론을 시작으로 허황한 소문이 역사적 사실로 둔갑하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우상과 신화 탄생의 배경과 그 실체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한국 근대의 속살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억의 독점은 과장과 왜곡을 낳는다특히 민족’ 이야기라는 거대서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이를 주도하는 권력과 지식인들은 민족’ 혹은 국가의식의 창출을 위해 구미에 맞도록역사를 활용한다거북선이 잠수함이라는 신화는 3·1운동 직후 한국의 민족주의가 한국인들의 문화적 역량을 입증해 보이려는 과정에서 창출되었다최초의 시작은 철갑선이라고 해야 할 것을 철갑잠항정이라고 몇 글자 더해 번역한 것에 불과했다그러나 매체와 매체를 건너 전하면서오역은 확신에 찬 민족주의적 감성과 결합했다학술적 검증은 물론이고 상식적인 의문조차 거치지 않은 채거북선-잠수함론은 의심할 수 없는 역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이제 잠수함 거북선의 역사가 생생하게 날조되었다자연스럽게 이순신은 위대한 과학 영웅으로 재조명되었고발명 천재 이순신의 일화들이 스스럼없이 만들어졌다거북선-잠수함의 신화는 해방 이후에도 바로 사라지지 않고 반세기 이상 한국인들의 민족주의적 감성을 자극하며 떠돌아 다녔다이는 민족주의적 역사가 어떻게 가공되고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며 확산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차례 

 

책머리에 항산항심(恒産恒心) / 박태균

특집조선 건국 다시보기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 ② 세계인식과 국제관계

13~15세기 천하질서하에서 고려와 조선의 국가 정체성 최종석

성지(聖旨)를 통해 본 여말선초의 정치·외교 환경 이명미

몽골제국의 붕괴와 고려-명의 유산 상속분쟁 정동훈

고려·조선의 국제관계에서 역서가 가지는 의미와 그 변화 서은혜

시론 사드(THAAD)와 한국 보수주의의 중국인식 김희교

대담 한국전쟁과 동아시아 냉전 체제 션즈화·정근식

특별기고 10년 전의 기억새로움을 위한 제언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5·18 조사 활동과 평가 노영기

기획연재근대 우상과 신화의 탄생 

발명왕 이순신과 잠수함이 된 거북선민족주의 신화의 형성과 확산 이기훈

반론 왜 백성의 고통에 눈을 감는가광해군 시대를 둘러싼 사실과 프레임 오항녕

역비논단 군함도산업유산과 지옥관광 사이에서 한정선

박정희 시대 빙과열전(氷菓熱戰) / 이은희

인조의 대중국 외교에 대한 비판적 고찰 조일수

스탈린 외교를 바라보는 한 시각, 1927~1953 / 노경덕

서평 군인 박정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박태균

―『Park Chung Hee and Modern Korea: The Roots of Militarism, 1866~1945』(Carter J. Eckert, Harvard University Press, 2016)

일제하 개신교와 독일 가톨릭 선교 이용일

―『Koloniale Zivilgemeinschaft. Alltag und Lebensweise der Christen in Korea(1894-1954)』(You Jae Lee, Frankfurt a.M.: Campus Verlag, 2017)

반지성주의와 지식인의 한계 박진빈

―『미국의 반지성주의』(리처드 호프스태터 지음유강은 옮김교유서가, 2017)

역사교육에서 시민교육의 길 찾기 김한종

―『역사는 왜 가르쳐야 하는가민주시민을 키우는 새로운 역사교육(키쓰 바튼·린다 렙스틱 지음김진아 옮김역사비평사, 2017)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책머리에

2017년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 관한 최종 권고안을 의결해 발표했다. 건설 재개를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 건설 중단은 40.5%였다.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에 핵발전소 건설 재개를 권고했고, 정부는 곧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은 다양한 입장에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 재개라는 결과만 가지고 ‘승리’ 혹은 ‘패배’로 단정할 수도 있겠고,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모색된 ‘집단지성’ 혹은 ‘숙의민주주의’에 주목할 수도 있겠고, 과연 이 문제가 ‘공론화’의 대상인지에 대해 ‘엘리트주의’는 물론 그 대척점에 있는 ‘피해주민의 당사자성’에 기반 해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겠고, 환경 문제의 해결을 ‘규범화’ 했다는 차원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핵발전소 건설 재개에 대한 찬성과 반대 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관심의 대상 중 하나다. 9월 13일 시민참여단 500명이 구성되었을 때 건설 재개에 대한 의견은 찬성 36.6%, 반대 27.6%, 판단유보 35.8%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10월 20일 최종 권고안 발표 때의 비율은 찬성 59.5%, 반대 40.5%였다. 산술적으로만 보았을 때 약 1달 사이에 판단유보 35.8% 중 22.9%가 찬성을, 12.9%가 반대를 선택한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찬반 양측의 지속적인 토론과 설득 과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과는 토론과 설득에서 찬성 측이 반대 측에 우위를 점했음을 보여준다.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 결코 그것이 옳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왜 반대 논리가 찬성 논리에 밀렸는가는 반드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진보 언론이 시민참여단 10명을 선별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론화위원회 활동 중 가장 큰 문제로 ‘팩트 체크 없음’이 꼽혔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찬반 양측은 수많은 상반된 데이터를 제시했는데 특히 찬성 측의 데이터 공세가 집요했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에 있다. 이 경우 데이터 공세에서 기선을 잡은 측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대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졌던 데에는 이러한 데이터 싸움에서 밀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역사학과 관련해서도 데이터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근현대사 연구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식민지근대화론’은 수많은 계량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기존 역사학계의 민족주의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그리고 일정한 영향력을 획득했다. 보수 정권을 등에 업고 식민지근대화론은 그 힘을 ‘교과서’로까지 확장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성공할 수 없었다. 1차적으로 역사 왜곡을 막으려 했던 시민사회의 적극적 대응 덕분이었지만, 이에 더해 역사 연구자들이 역사의 수많은 구체적 사례들을 근거로 식민지근대화론의 데이터와 이에 기초한 그들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반박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식민지근대화론의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근대화’, ‘개발’, ‘발전’ 그 자체를 문제시하며 복잡하고 모순된 한국근현대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안적인 역사상을 모색하는 역사 연구자들도 점차 늘어났다.

 

『역사문제연구』 38호의 특집 ‘식민지 개발과 조선사회 되묻기’ 역시 이러한 모색의 결과물이다. 한국사회의 ‘개발 경험’에 대한 대안적이고 세밀한 역사를 서술하자는 데 의기투합한 일군의 젊은 역사 연구자들은 그동안 식민지 조선에서 벌어진 ‘개발’ 경험에 대해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국정교과서’ 간행 시도에 맞서는 과정에서 결성된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내 학술 팀으로 전환하여 지난 2017년 8월 학술대회를 가졌다. 이번 특집에 실린 3편의 논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들이다. 패기 있는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답게 식민지 조선의 사회경제에 대한 ‘수탈’과 ‘발전’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지양하고, 식민지시기 개발 양상과 사회경제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자 했다. 또 이를 통해 한국의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성찰과, 개발의 시대에 형성된 관행에 대한 비판을 시도했다. 각 논문의 완성도에 편차가 있으나 식민지 조선 사회는 물론 오늘날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개발 신화, 개발 이데올로기를 설득력 있게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구체적인 특집의 문제의식 소개와, 식민지시기 ‘토건’, ‘철도’, ‘수도’ 문제를 다룬 특집 논문 3편의 내용 소개는 특집 맨 앞에서 제시한 ‘소개글’로 대신하겠다.

 

『역사문제연구』의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는 ‘저작비평회’의 경우,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2권의 책, 이정선의『동화와 배제 - 일제의 동화정책과 내선결혼』(역사비평사, 2017)과 소현숙의 이혼 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 근대적 이혼제도의 도입과 젠더』(역사비평사, 2017)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최근 역사학계의 여성사(젠더사) ․ 가족사 분야에서 주목할 성과들을 제출하고 있는 두 연구자가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을 바탕으로 한 저작을 연이어 간행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두 책을 묶어서 ‘한국의 여성사’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 애초 의도였다. 하지만 두 책이 각자 개성이 강하고 무엇보다 각 책별로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 제한된 시간 동안 두 책을 함께 묶어 논의하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의 하위부문으로 ‘여성사’가 아니라 역사학의 패러다임을 전복하는 방법으로서 ‘여성사’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자리였다. 특히 여성(젠더) 관련 정책의 규정력(모순까지 포함)과 당사자로서 여성 주체의 능동적 힘 사이의 긴장관계는 앞으로 보다 천착될 필요가 있겠다. 진솔하고 성실하게 저작비평회에 임해주신 저자, 토론자, 사회자 그리고 자리를 가득 메워주신 청중 등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38호에는 저작비평회와 별도로 2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게재했다. 대상 서적 중 하나는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과 일본의 아시아민중사연구회가 공동으로 간행한 『민중경험과 마이너리티』(경인문화사, 2017)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호의 『박정희 경제신화 해부: 정책 없는 고도성장』(회화나무, 2017)이다. 김성보는 『민중경험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서평에서, 최근 한일 양국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는 ‘민중사’ 연구의 독특한 구별 양상을 지적하고, 특별히 ‘민중의식의 독자성 여부 및 그 사회적 토대’ 문제와 ‘민중의 폭력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를 쟁점으로 제시했다. 김보현은『박정희 경제신화 해부: 정책 없는 고도성장』에 대한 서평에서, 경제성장의 인과성에 초점을 맞춘 저작의 패러다임이 경제성장의 규범적 이해를 암암리에 전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은 단지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는 성장주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켜야 박정희 정부 시기의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술 서적의 간행은 물론 서평이 부재한 시대에, 꼼꼼하고 날카롭게 서평을 해 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연구논문으로는 모두 5편의 논문이 실렸다. 박형진의 「1930년대 아시아적 생산양식 논쟁과 이청원의 과학적 조선학 연구」, 김선호의 「북한 보안간부훈련대대부의 간부구성과 당·군의 정치연합체제 출현」, 이선우의 「한국전쟁기 거제도수용소 내 ‘친공포로’의 저항과 딜레마」, 김아람의 「1950년대 후반~60년대 전반 정착사업의 변천 과정과 특징」, 유경순의 「노동조합의 지도력과 젠더정치: 청계피복노조의 여성지도력 형성시도와 좌절(1970-1987)」이다. 지면 관계상 각각의 내용 소개는 생략하겠지만, 모든 논문이 그동안 연구 시야에 잡히지 않았던 한국근현대사의 중요 지점들을 짚어내고 있다는 점만은 강조하고자 싶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도움 덕분에 이번에도『역사문제연구』를 나름대로 알차게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냥 ‘우리 끼리’ 읽고 자족하는 학술지로 머물기를 바라지 않는다. 역사학계는 물론 비슷한 대상과 주제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학술지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설득력 있는 역사 지식과 인식을 제공하는 매체가 되었으면 한다.『역사문제연구』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근현대사의 복잡하고 중층적이며 모순적인 모습을 보다 구체적이고 성찰적으로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그 길에 많은 응원과 질정(叱正)을 부탁드린다. (오제연)

 

목 차

특집 식민지 개발과 조선사회 되묻기

식민지 토건업자의 ‘과점동맹’ : 1920~30년대 초 조선토목건축협회 연구/고태우

1930년대 조선총독부의 사설철도 매수 추진과 특징/박우현

수돗물 분배의 정치경제학 : 1920년대 경성의 계층별 수돗물 사용량 변화와 수돗물 필수재 담론의 정치성/주동빈

저작비평회

한국의 여성사 연구, 어디까지 왔나? 내선결혼 정책의 자기모순과 이혼소송에 나선 여성의 주체성

- 이정선, 『동화와 배제 - 일제의 동화정책과 내선결혼』(역사비평사, 2017)

- 소현숙, 『이혼 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 근대적 이혼제도의 도입과 젠더』(역사비평사, 2017)

연구논문

1930년대 아시아적 생산양식 논쟁과 이청원의 과학적 조선학 연구/박형진

북한 보안간부훈련대대부의 간부구성과 당·군의 정치연합체제 출현/김선호

한국전쟁기 거제도수용소 내 ‘친공포로’의 저항과 딜레마와 폭동/이선우

1950년대 후반~60년대 전반 정착사업의 변천 과정과 특징/김아람

노동조합의 지도력과 젠더정치- 청계피복노조의 여성지도력 형성시도와 좌절 (1970~1987)/유경순

 

서평

민중의 민낯을 직시하기,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하기-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아시아민중사연구회, 『민중경험과 마이너리티』(경인문화사, 2017)/김성보

정말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박근호, 김성칠 역,『박정희 경제신화 해부: 정책 없는 고도성장』(회화나무, 2017)/김보현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비평> 2017 가을: 120호


 

 

역사문제연구소편 | 152x224(신국판452쪽 15,000원 | ISSN 1227-3627-73

책임편집정윤경 전화02-741-6125 영업담당정순구 팩스02-741-612

주소1049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중로 100, 506호 역사비평사 이메일yukbi88@naver.com

 

 

여말선초조선 건국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재해석

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교체

여말선초 시기에 대한 재해석은 이미 오래 전에 본격적으로 검토되었어야 할 주제이다예전부터 국내·외 학계 일각에서는 고려와 조선의 왕조교체를 중세와 근세의 분기점으로 보는 국내 주류 학계의 통설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이 개진되어왔다하지만 토론이나 논쟁의 활성화로 확산되지는 못하였다역사비평이 지난 1년간 수차례의 필자회의를 거쳐 야심차게 준비한 이 특집은여말선초의 시대적 성격을 고려 후기로부터 조선 전기까지 이어지는 연속성의 관점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이 특집은 가을호 정치 세력과 통치 제도에 대한 검토에 이어 3호에 걸쳐 계속될 것이며다양한 매개를 통하여 몽골 간섭기에서 조선의 건국을 거쳐 조선 중기 사림의 집권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의 변화를 재조명하고자 한다특집이 진행되는 동안 가능하면 반론도 게재하여치열한 논쟁의 공간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21세기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프랑스미국남미에서 바라보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회

올해는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다양한 학회와 매체가 러시아혁명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하는 와중에역사비평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보고자 했다.우리는 러시아혁명이 민주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고 보고오늘날 서양 사회에서 표출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그 대안에 대한 검토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인식하에서서양 주요 국가들에서 포착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돌아보기로 했다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세계화시대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가 파국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프랑스에서 인민전선의 강세작년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트럼프 민주당원의 역설을 지역사와 세계사의 맥락에서 검토하는 한편최근 난무하는 레토릭으로서의 포퓰리즘이 어떤 실체와 한계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라틴아메리카에서 나타난 세 가지 유형의 포퓰리즘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살펴보았다.

 

 

기본소득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 이론의 역사적 검토와 한국적 적용

2017 장미대선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한때 이상론으로 치부되었던 기본소득의 아이디어가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지 세력을 얻고실제로 부분적으로나마 현실에 적용된 지도 오래다. ‘기본소득’ 논의는 지금까지 세 번의 밀물과 썰물을 타며 개혁의 수면에 올라왔다 가라앉기를 반복했고이제 네 번째 밀물을 타고 다시금 우리 시야에 유의미한 가능성으로 포착되고 있다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적 노력으로서세계사적 차원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발전해온 맥락을 살피고한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 모형을 통계적으로 검토하면서 개념과 발전 가능성을 점쳐본다.

 

 

촛불의 힘은 계속되어야 한다

문빠’ vs ‘··’ 대립 너머 촛불혁명’ 지키기

이번호 문화비평은 촛불항쟁 이후 나타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상을 2000년 초 노사모까지 거슬러 올라가 되짚어보고 있다팬덤정치와 반지성주의라는 비난과 폄하 이면에는 죄의식과 증오의 정치라는 한계와 동시에 대중지성의 가능성도 엄연히 존재한다촛불항쟁의 성과가 과거의 항쟁들처럼 정치적 소용돌이에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은 중요하다.

 

 

 

차례

 

책머리에 헌법 개정을 앞두고

특집 1: 조선 건국 다시 보기연속성의 관점에서 본 왕조 교체 ① 정치 세력과 통치 제도

· 고려 말~조선 전기 정치 세력의 이해’ 다시 보기 송웅섭

· 고려 후기~조선 전기 수령 중심 군현 편제의 전개와 연속성 정요근

· 고려 말 조선 초 토지제도 개혁과 사회 변화 이민우

· 고려 말 조선 초 재정 구조의 연속성과 공납제 운영 소순규

특집 2: 21세기 민주주의의 위기

· 프랑스 민족전선의 인종정치와 반이민 담론의 형성 신동규

· 2016년 미국 대선과 민주주의의 역설 이찬행

·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의 세 가지 유형과 민주주의의 연관성 박구병

기획기본소득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서양의 기본소득 논의 궤적과 국내 전망 안효상

·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등장 배경도입 방안그리고 예상 효과 전강수·강남훈

연속기획: ‘과학대통령 박정희라는 신화 

· ‘전국민 과학화운동과학기술자를 위한 과학기술자의 과학운동 문만용

· 박정희 정권 시기 저항 세력의 사회기술적 상상 김상현

역비논단 · ‘재독 한인 여성에서 한국계 이주민 여성으로재독한국여성모임의 정치운동 한운석

문화비평 · 촛불항쟁 이후의 시민정치와 공론장의 변화문빠’ 대 한경오’, 팬덤정치와 반지성주의 천정환

서평 · ‘해방과 통일’ 사이 후지이 다케시

―'한국전쟁과 수복지구'(한모니까푸른역사, 2017)

· ‘경성의 프리즘을 통해 식민지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 염복규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 37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문제연구는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역사문제연구에 수록된 글들은 역사문제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책머리에

 

2016129일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대 반대 56으로 가결했다. 탄핵 가결과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다. 그리고 201731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가결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인용하였다.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된 것이다.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하여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의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검찰조사가 본격화되었고 박근혜는 결국 구속되었다. 최순실 사태, 즉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소위 탄핵정국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탄핵정국의 와중에도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작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20161128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을 집필진과 함께 공개했다. 이후 약 한 달 간 인터넷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학계와 교육현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여러 문제점, 특히 졸속 제작으로 사실 관계 자체에 오류가 많고, 친일 문제를 축소 혹은 합리화하며, 시대착오적인 냉전의 이분법 및 대결 논리만을 강요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를 미화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애당초 의견 수렴 절차는 요식일 따름이었다. 요샛말로 답정너’(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너는 그냥 대답만 하면 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현장검토본에 대한 큰 수정 보완 없이 국정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졌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세상에 나왔지만 국민 다수의 여론은 계속 부정적이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마저 국회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 당하자 교육부는 일단 한 발 물러섰다. 20161227일 교육부장관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적용 시기를 1년 유예한다고 밝혔다. 대신 2017년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는 기존의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018년도부터는 국정과 검정을 혼용해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는 2015년 이후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시도 때문에 발생한 모든 문제들을 각급 학교와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일부 학교에서는 혼란과 갈등이 커졌다. 최종적으로 단 1개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쓰는 연구학교 신청을 했으나, 이마저도 법원이 연구학교 지정학교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실제로는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왜 이렇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집착했을까? 또 왜 마지막까지도 무책임하게 모든 문제를 다른 데로 떠넘겨 국정 역사교과서를 여전히 논란거리로 놔뒀을까? 그 정확한 이유는 보다 깊이 있게 따져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특정 세력에 의해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휘둘리는 일이 앞으로 절대 없어야겠다는 사실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인적·제도적 보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져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역사학계가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서 일선 교육현장 및 시민사회와 꾸준히 소통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역사문제연구37호의 첫 번째 특집 <‘국정 교과서문제 이후 기억과 역사서술을 생각한다>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특집은 201610월에 있었던 역사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원고들을 수정 보완해서 묶어낸 것이다. 특집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심포지엄이 열렸을 당시만 해도 탄핵정국이 진행되어 결국 대통령이 파면되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사실상 폐기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당장 국정 역사교과서를 비판하고 그 적용을 막는 것 못지않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역사학계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사문제연구소의 연구자들은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역사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의 주제로 국정 역사교과서 이후의 역사학, 특히 기억과 역사서술의 문제를 잡은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상황이 급변한 현재 더욱 절실해졌다. 역사문제연구37호 특집에 실린 4개의 논문이 향후 우리가 모색해야 할 방향을 완벽하게 제시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유의미한 고민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특집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특집 소개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역사문제연구37호의 두 번째 특집 <불안: 구조감지주체의 역사>20172월 역사문제연구소와 상허학회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원고들 가운데 절반 정도를 수정 보완해서 묶어낸 것이다. 최근 한국근현대사 연구의 특징 중 하나가, 국문학계에서 관련 연구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제간 벽이 높은 한국 학계의 현실로 인해, 역사학계의 연구와 국문학계의 연구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문제연구소는 30년 전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학제간 벽을 넘어서고자 노력했다. 역사학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에도 이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마침 국문학계에서 활발하게 근현대사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상허학회가 먼저 공동 학술행사를 제안해 와 이렇게 소중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공동 심포지엄 당시 발표된 7편의 원고 중 역사문제연구에는 3편이 실렸는데, 나머지 4편은 상허학회에서 간행하는 학술지 상허학보에 곧 실릴 예정이다. 이 특집은 학제간 벽을 뛰어넘으려 한 첫 번째 시도의 결과물인 만큼, 앞으로 보다 심화된 소통과 교류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특집의 주제(‘불안’)에 대한 설명과 구체적인 논문 소개는 역시 특집 소개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역사문제연구만의 특별한 기획으로 자리매김한 저작비평회, 이번에 노관범 교수의 기억의 역전전환기 조선사상사의 새로운 이해(소명출판, 2016)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책의 부제가 잘 보여주듯이,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개항기라고 부르는 근대 전환기의 사상, 특히 유교사상의 존재양상과 이후 변용을 다루고 있다. 근대주의에 의한 유교 전통과 서양 근대의 이분법으로는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 다양한 논점들에 대해, 저자와 토론자, 사회자, 청중들이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토론 말미에 신채호의 ()’비아(非我)’의 개념을 둘러싸고 벌어진 열띤 논쟁은 사상사 연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유익한 말씀을 해 주신 저자, 토론자, 사회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이번 37호에는 연구논문으로 4편의 논문을 실었다. 일제강점기 개성 시변(時邊)의 변동 고찰 (양정필), ‘제국의 브로커아베 미쓰이에(阿部充家)와 문화통치 (이형식), 1950년대 신해방지구개성의 농업협동화10월 농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이준희), 195060년대 엘리트 지식인의 빈곤 담론 (황병주) 모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록된 논문들이다. 각 논문이 한국 근현대사 연구를 보다 풍성하게 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장신 편집위원이 지난 36호에 이어 이번에도 1970년대 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자료를 소개 및 해제하는 글을 실었다. 이번에 소개 및 해제한 자료는 19735월 제출된 <국사 교육 강화를 위한 건의내용(2)>으로서, 박정희 정부의 국정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확정되는 시점에 나온 자료라는 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오늘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도 연관된 중요한 자료들을 발굴하여 학계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계시는 장신 편집위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역사문제연구편집위원회가 기획한 여성혐오관련 집담회를 지상 중계했다. 역사문제연구는 이미 201635호에서 혐오관련 특집을 기획한 바 있었다. 오늘날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는 다양한 혐오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그것을 좀 더 역사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이번 37호의 집담회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역사문제연구소 안팎의 젊은 역사연구자들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고, 무엇보다 연구자 스스로가 발 딛고 있는 연구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관련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이것이 혐오 문제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키워주고, 역사적이고 학술적인 접근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집담회 기획에 앞장서 주신 장미현 편집위원과 참여해주신 모든 연구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역사문제연구는 여성혐오를 비롯한 혐오 전반의 문제를 계속 의제화 시켜나갈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 앞에 들어갈 때쯤에는 이미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 있을 것 같다. 이변이 없는 한 새 정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 교과서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교과서 검정제도의 유지나, 관련 기관의 재편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수는 없다. 이미 많은 제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말고 또 멈추지도 말고 우리의 지혜를 모아나가자.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처음 추진되었을 때 현재의 상황을 예측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역사문제연구도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 길에 앞장서겠다. (오제연)

 

 

*** 목차

 

책머리에

 

특집 1: 국정 교과서문제 이후, 기억과 역사 서술을 생각한다

박정희정권기 역사교육학계의 민족주체성 인식과 국사교육 강화 / 이봉규

8, 90년대 진보적한국사학계의 올바른 역사인식이라는 자기규정 / 전영욱

국민에서 시민으로-새로운 동아시아사 인식의 가능성과 의미를 찾아서- / 신주백

역사교과서와 지역사, 기억의 굴절-‘울산공업센터의 역사와 기억을 중심으로 / 허영란

 

특집 2: 불안 - 구조, 감지, 주체의 역사

가면을 따라 걷기-전시체제기 어느 전화교환수의 일기(1941~1942)와 피식민지민의 내면’ / 양지혜

냉전과 ()월북 의제의 문화정치 / 이봉범

1960~70년대 증대하는 유동성과 불안, 그리고 위험 관리로서의 사회개발 / 정무용

저작비평회

유교 전통과 서양 근대의 이분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노관범, 기억의 역전-전환기 조선사상사의 새로운 이해 , 소명출판, 2016.

 

연구논문

일제강점기 개성 시변(時邊)의 변동 고찰 / 양정필

제국의 브로커아베 미쓰이에(阿部充家)와 문화통치 / 이형식

1950년대 신해방지구개성의 농업협동화10월 농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 이준희

195060년대 엘리트 지식인의 빈곤 담론 / 황병주

 

자료소개

해제-국사 교육 강화를 위한 건의내용(2)/ 장신

 

집담회

젊은 역사연구자들이 바라본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역사비평 2017년 여름호(119호)가 나왔습니다.

 

<<역사비평>>은 1.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2. 역사비평사에서 정기구독을 신청하시거나 3.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1과 2를 추천해드립니다. :)

>>>>>>>>>>>>>>>>>>>>>>>>>>>>>>>>>>>>>>>>>>>>>>>>>>>>>>>>>>>>>>>>>>>

 

 

 

87년체제와 87년 헌법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시민사회의 힘과 요구는 어떻게 모아지고 배신당했나

 

 

2017역사비평여름호의 특집은 ‘87년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편집위원회가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념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정한 주제다. 다양한 매체에서 87년체제를 논의할 것이고, 그 논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학회와 조직에서 6월 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역사비평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비평의 선택은 1987년의 상황을 다시 보는 것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봄으로써 87년체제의 문제를 그 출발점으로부터 찾고자 한 것이다. 87년체제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그 출발에서 문제를 찾는 시도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87년체제의 출발점을 그대로 분석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논쟁을 시도했다. 87년체제의 출발, 그리고 개정된 헌법에 대한 평가를 의제로 삼았다. 역사학(박태균)과 정치학(강원택)의 관점에서 글을 쓰고, 이에 대해서 역사학, 정치학, 문학 전공자가 토론하는 좌담의 형식을 도입했다.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폭발했던 시민사회의 힘과 요구대통령 직선제라는 이름으로 헌법에 반영되었지만, 여야 정치지도자들만의 밀실협의, 정치협상 과정에서 시민은 배제되고 말았다.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담보했던 87년 헌법은 30년의 세월 동안 한국 사회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것이 사실이다. 이제 또 다른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서 87년체제와 87년 헌법을 어떻게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지식인학생의 간첩사건 조작의 원형을 찾아서

50년 후 돌아보는 동백림 사건

 

 

올해로 동백림 사건이 50주년을 맞는다. 젊은 세대들은 동백림이라고 하면 무슨 숲 이름인가?’ 생각하겠지만, 동베를린을 부르는 한자식 이름이다. 냉전시대 동독 지역에 위치했던 베를린은 동과 서로 나뉘어 있었고, 동과 서를 구분하는 장벽을 넘다가 비극을 맞이한 동베를린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냉전시대 북한은 동독과 유난히 가까웠고, 서독에 거주하던 교포들 중에는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과 접촉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대다수는 분단으로 인해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었던 분들이다. 독일 교포들 중 일부가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북한의 기관원들을 접촉하고 북한에 다녀오기도 한 일이 밝혀지자 이들을 간첩혐의로 체포한 것이 바로 동백림 사건이었다.

동백림 사건의 전체적인 내용과 역사적 의미, 논란의 쟁점을 정리한 글(오제연), 동백림 사건을 전후한 시기 한국과 독일의 경제협력 관계에 대한 글(이정민), 그리고 동백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회적 담론에 대한 글(임유경)까지 세 편을 기획에 담았다. 세 글 모두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중요한 내용이다. 특히 사회적 담론에 대한 글은 문학 전공자가 쓴 글인 만큼 당시의 상황과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들이 경험했던 1960년대와 유신시대를 다시 회고하게끔 해준다. 분단시대의 비극이 한반도라는 경계를 넘어 진행되었던 동백림 사건을 보면서, 최근에 무죄로 재판결이 있었던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박정희 신화는 어디까지인가

과학대통령 박정희라는 신화

 

연재기획 <‘과학대통령 박정희라는 신화>는 원래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를 장식(?)하고자 작년 초부터 준비해오던 것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 기획이 끝나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스스로 퇴장하는 길을 택했다. 이번 호에는 과학영농에 대한 글이 실렸다. 197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에 박히게 들었던 과학영농통일벼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과학영농이라는 말이 언제 시작되었고 왜 유행했는지, 통일벼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선전하고 싶어 했던 새마을운동이 성공했다면 과학영농도 그 실체가 있어야 했는데, 지금 농촌의 현실은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지역의 농촌으로부터 냉전적 보수세력이 표를 얻고 있다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과학영농에 대한 글은 역사비평이 앞으로 천착해볼 만한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져주고 있다.

 

 

국제사회에 대한 절실한 외침, 3·1운동을 준비한 또 하나의 탄환

몽양 여운형, 윌슨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가 발견되다

 

몽양 여운형이 서거한 지 70년을 맞는 올해, 3·1운동 직전 여운형의 활동을 규명하는 글을 특별기고로 게재했다. 특히 이 글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여운형과 관련된 소중한 자료를 발굴·소개했기에 더더욱 그 가치가 크다. 파리강화회의를 앞두고 윌슨 대통령의 특사로 아시아에 파견되었던 크레인에게 여운형이 보낸 간곡한 편지와, 윌슨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탄원서가 그것이다. 비록 이 탄원서는 윌슨 대통령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일제의 조선 침략이 조선 백성의 뜻을 짓밟은 무도한 행위임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은 미주와 일본 등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3·1운동으로의 대폭발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탄환이 되었다.

 

 

 

차례

 

책머리에 왜곡된 프레임과 좌절된 개혁 / 박태균

특집: 87년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87년 헌법의 개헌 과정과 시대적 함의 / 강원택

왜곡된 87년체제―󰡔민주화의 길󰡕 분석을 중심으로 / 박태균

좌담: 6월 항쟁 30주년, ‘87년체제를 평가한다

기획: 50년 후 돌아보는 동백림 사건

동백림 사건의 쟁점과 역사적 위치 / 오제연

한독 경제협력과 동백림 사건 / 이정민

불고지죄와 증언동백림 사건을 통해 본 권력의 히스테리와 문학 / 임유경

특별기고: 여운형 서거 70주년

    3·1운동의 기폭제여운형이 크레인에게 보낸 편지 및 청원서 / 정병준

연속기획: ‘과학대통령 박정희라는 신화

    ‘과학영농의 깃발 아래서박정희 시대 농촌에서 과학의 의미 / 김태호

역비논단 1956년 헝가리 사태에 대한 남한의 인식과 대응 / 김도민

    19568월전원회의 직후 중·소의 개입과 북한 지도부의 대응 / 이재훈

서평    학병세대의 탈식민 근대화 전략은 무엇이었나 

           ―『대한민국의 설계자들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김건우, 느티나무책방, 2017) / 이상록

     공간이 기억을 배반하는 신형 민족사

      ―『독일사 깊이 읽기: 독일 민족 기억의 장소를 찾아』(고유경, 푸른역사, 2017) / 전진성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