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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정전60주년. 역사, 평화를 이야기하다/평화 에세이

정전협상의 국제정치 (서재정 교수)

[평화에세이] 서재정, 정전협상의 국제정치

  오는 7월 27일이면 정전협정이 조인된 지 60주년이다. 정전협정을 위한 협상은 1951년 7월 10일부터 시작됐지만 그 협상과정이 2년 이상을 끌어 1953년에나 조인이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정전협상은 왜 2년이나 걸렸을까?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1951년 11월부터 불거진 포로송환 문제 때문이었다. 즉 중국과 북은 제네바협정 118조에 따라 전원 자동 송환을 주장했으나, 유엔군측은 인도주의를 제기하며 포로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전협정에 반대하고 있던 이승만 대통령은 이 와중인 1953년 6월 18일 포로수용소에서 2만7천명을 일방적으로 석방시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 한반도 주변국가들에게 전쟁의 지속은 그들의 국익과 일치하는 것이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스탈린은 당시 북이 당하던 피해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전투원 사상자뿐만 아니라 미군의 폭격에 의한 피해를 잘 알고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여론동향까지 추적하고 있었다. 정전협상이 지연됨에 따라 북의 피해는 늘어만 가고 여론도 악화되고 있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스탈린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며 “조선은 전쟁으로 생긴 사상자 이외에는 아무런 피해를 본 것이 없다”고 궤변을 펼쳤다. 소련에게는 미군을 동북아시아에 묶어두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2차대전의 폐허에서 경제를 재건하고 동유럽을 공고화할 시간이 필요하던 당시 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였다.

  모택동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정전이 되면 소련이 공여하던 군사원조가 감축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스탈린은 “미국이 이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절대로 대만을 획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모택동도 전쟁이 계속되면 미군이 한반도에 묶여 다른 데 관심을 돌릴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했다. 모택동은 김일성이 정전협상을 조속히 종결짓자고 종용하자 이를 스탈린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하고는, 그 날 스탈린에게 정전협상의 조속한 종결에 반대한다는 전문을 보내기까지 한다.

  트루만에게 한국전쟁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2차대전 종식과 함께 세계최강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1950년 전후 세계전략으로 NSC 68을 채택했다. 전세계적 규모에서 공산권을 군사적으로 봉쇄한다는 이 전략은 한 가지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여론이 군대의 증강과 국방예산의 증액을 지지하지 않고 있었고, 국방예산은 계속 삭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계기로 1950년 GDP의 5%였던 국방예산이 1953년에는 14.5%로 3배가 증액됐다. 애치슨의 말대로 “한국전쟁이 [NSC 68]을 구제해준 것”이다. 거기다 정전협상에서 공산권 포로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많은 이들이 자유세계를 선택했다고 선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한국전쟁을 세계적 냉전으로 진화시키는데 결정적인 것이었다.

  각국의 이해관계로 정전협상이 지지부진 2년을 끄는 동안 피해를 본 것은 군인과 민초였다. 이 기간에 유엔·국군과 공산측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대부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엔군과 국군은 12만 이상, 공산측에서는 25만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기간 북은 미 공군의 폭격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주변강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2년이나 더 전쟁을 치룬 끝에 정전조약이 체결되기는 했지만, 이 조약 4조 60항이 요구하는 “평화적 해결”은 60년이 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평화적 해결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이익을 본 건 누구고 피해를 입은 건 누구일까? 정전협정 60주년을 앞두고 그 협상과정을 되새겨 봐야 할 이유이다.

2013년 6월 10일, 서재정(존스홉킨스대학)

서재정 대학 교수
출생1960년 00월 00일
출생지대한민국
경력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서재정 교수님께서는

 7월 6일(토) 14시부터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학술토론회>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 평화의 길을 묻다'에서

발표를 하실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