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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역사비평』 통권133호 / 2020년 겨울호 독일 재통일을 둘러싼 강대국의 역학관계 ―독일 재통일 30주년에 들여다보는 미·프·영·소의 속사정 온갖 소란 속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바이든 정부의 시대가 곧 열릴 것이다. 곧 외교 안보 정책의 새로운 가닥이 잡힐 것이며,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대북 정책과 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은 분명하다. 남북 문제는 이제 남한과 북한의 문제로만 다룰 수 없게 되었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 체제를 정착시키려면,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개입과 실천이 필요하다. 분단의 사례로 자주 비교되었던 독일이 공식적으로 통일된 지도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역사비평』 133호의 특집은 독일 재통일을 다뤘다. 독일 통일은 한반도보다 더 복잡하고 강력하게 여러 나라들의 이해.. 더보기
『역사문제연구』 44호 (2020년 하반기) ∎ 책머리에 만화를 보며 자라던 때, 2020년은 어떤 해일까 그렸었다. 상상보다 훨씬 암울하고 고단한 해가 지나고 있다. 팬데믹 때문만이 아니다. 올해 여름은 지루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길었던 장마를 겪었다. 언제나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퍼부었던 비에 냉해까지 겹쳐서 농심(農心)은 타기만 했다. 그 피해가 조금은 덜하기를 바랄 뿐이다. 연구자들은 이 가을을 특히 분주하게 보내리라 짐작한다. 역사에서 ‘주년’으로 기억할 사건이 많은 해이기도 하고, 상반기로 예정했던 여러 학술행사가 연기되었다. 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6월에 사북항쟁 40주년 심포지엄을 열었고, 전태일 분신 50주년을 기억하는 학술회의가 11월 13일에 맞춰 열린다. 2020년 정기심포지엄에서는 40주년이 된 5․18항쟁과 그 전후 사.. 더보기
『역사비평』 통권132호 / 2020년 가을호 해방 75주년에 돌아보는 731부대의 전쟁범죄 ―민족주의적 소비를 넘어, 진지한 역사 연구와 엄중한 단죄를 2020년 8월은 해방 75주년이기도 하다. 해방 75주년을 맞이하여 『역사비평』은 731부대의 실상에 대한 연구논문과 이 전쟁범죄 행위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일본 연구자와 법률가의 대담을 특집으로 꾸몄다. 731부대는 ‘마루타’와 잔혹한 생체 실험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세균전 부대였으며 실제로 세균전을 감행하여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언론 보도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의 잔혹한 장면들만 강조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동원된 사진 자료들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 하세가와 사오리와 최규진의 논문은 73.. 더보기
『역사문제연구』 43호 (2020년 상반기) ● 책머리에 잔인했던 봄이 지나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봄비는 늘 세월호의 기억과 함께 내렸다. 올해는 2월 중순 이후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거나 적어도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 평범한 일상을 포기했다. 3월에는 역사문제연구소의 큰 어른이신 이이화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 따뜻해야 할 늦봄까지도 추위는 매서웠다. 코로나19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주었다. 감염병의 매개체로 간주된 중국인(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을 위한 공공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 사람과 물자의 국내외 이동 또는 통제, 인간이 활동을 자제하니 나타난 동물들과 사.. 더보기
『역사비평』 통권131호 / 2020년 여름호 “이이화가 바라본 민중사는 다만 변혁운동으로서의 민중운동사가 아니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민중들, 때로는 침묵하고 나약하게 인종의 길을 걷던 그들의 삶과 민중의 용트림, 곧 민중운동이 별개의 것이 아니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또한 그는 역사 대중화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추구해왔다. 그는 “일반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와 문장을 역사책에 담아내야 대중화되는 것이죠. 혼자만 아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쉬운 글쓰기를 촉구하였다. 민중사 연구는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폐쇄된 학문이나 빛바랜 진리를 위하여 생애를 맡긴 선비도 또한 오늘의 우리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말, 곧 시대와 함께하는 혹은 민중의 삶을 생각하는 연구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이이화의 민중사가 우리에.. 더보기
『역사비평』 통권130호 / 2020년 봄호 재난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공포는 분노와 증오를 가져온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야말로 가장 두렵고 억울한 일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싶고, 위험의 요소 자체를 사회 속에서 폭력적으로 배제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위협받는 2020년의 한국 사회에도 온갖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고, 단절과 거부, 추방 등의 혐오에 가득 찬 발언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들이 증명하듯 공포는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전염병이 중세 유럽을 휩쓸 때 병의 근원으로 지목당한 유태인들이 공격당했고, 마녀 사냥은 한층 극성이었다. 간토 대지진 때는 재일본 한국인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공포의 시간에서 인내와 성찰이야말로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 더보기
『역사문제연구』 42호 (2019년 하반기) ● 책머리에 전 세계가 시위의 열기로 뜨겁다. 6월 홍콩에서 시작된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대표적이다. 한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다시 홍콩에서 돈을 훔친 사건에 대해, 홍콩에서는 홍콩에서 일어난 절도만 처벌할 수 있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언뜻 보면 범죄인을 대만에 인도해 살인죄도 적용할 수 있게 한다는 송환법의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0만 홍콩 시민이 그에 반대해 거리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정부에 대한 오랜 불신이 있었다. 홍콩은 아편전쟁 이후 150년 동안 영국에 할양되었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되었고, 중국의 일개 행정구역이면서도 독자적인 헌법, 행정부, 법원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행정장관을 간접 선출하게 .. 더보기
『역사비평』 통권129호 / 2019년 겨울호 주보돈의 시론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가야사 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원로 고대사학자는 역사가 지역 정치와 개발의 소재로 오용되는 와중에, 학문적 연구와 성찰은 사라지고 이벤트성 행사와 역사상의 왜곡만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가야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역사가 정치에 종속될 때 역사는 오히려 그 사회적 효용성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역사가 정치와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없다. 역사는 끊임없이 현실에 의해 부름받기 때문이다. 역사의 정치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정치에 매몰되지 않는 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주체의 자발적 봉기, 혹은 공화국 시민주체의 확립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최근 3·1운동에 대해 진지한 .. 더보기
『역사비평』 통권128호 / 2019년 가을호 2019년 한국 사회에서는 현실의 정치가 역사를 광범위하게 동원하고 있다. 역사의 정치성을 부정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과정에서, ‘동원된 역사’들은 역사를 오용하고 남용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동원된 역사들은 현재에 이어지는 우리의 과거를 민주주의와 번영을 향한 ‘대한민국’의 일관된 발전 과정으로 묘사한다. 이렇게 절대적 과거, 부동의 역사를 상상하는 것은 이미 역사학의 영역 밖으로 벗어난 것이다. 우리는 항상 특정한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할 수밖에 없고, 기억되지 못한 과거의 단면을 찾아내고 사회적 기억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역사학의 임무 중 하나다. 자신의 방법과 기술만이 과거를 확증할 수 있다는 독선을 ‘실증’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실증’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 더보기
『역사비평』 통권127호 / 2019년 여름호 과거사 청산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하여 지금 필요한 것은 한일관계 ‘개선’이 아닌 ‘재구축’ 하노이 합의 불발 이후 국내외로 난제들이 부상하는 가운데 한일관계가 문재인 정부 성패의 최대 난관으로 등장했다. 한일관계는 지금 거의 붕괴 직전이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남기정 교수는 ‘시론’에서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두 개의 전후’로 이어지는 전쟁 상태를 끝내는 일을 꼽았다. ‘두 개의 전후’란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가 냉전이라는 이름의 전쟁 상태로 이어지고, 한국전쟁의 전후가 정전이라는 이름의 전쟁 상태로 중첩되어 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일본은 이 두 가지 전쟁에 책임이 있는 국가로서, ‘두 개의 전후’를 해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나라다. 결국 ‘두 개의 전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