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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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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75주년에 돌아보는 731부대의 전쟁범죄

민족주의적 소비를 넘어, 진지한 역사 연구와 엄중한 단죄를

 

2020 8월은 해방 75주년이기도 하다. 해방 75주년을 맞이하여 『역사비평』 731부대의 실상에 대한 연구논문과 이 전쟁범죄 행위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일본 연구자와 법률가의 대담을 특집으로 꾸몄다. 731부대는 마루타와 잔혹한 생체 실험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세균전 부대였으며 실제로 세균전을 감행하여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언론 보도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의 잔혹한 장면들만 강조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동원된 사진 자료들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 하세가와 사오리와 최규진의 논문은 731부대에 관한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바로잡으면서 731부대의 역사에 대해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2020 1월 한국 연구자 김옥주, 최규진 등이 이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학자 마쓰무라 다카오, 그리고 변호사 이치노세 게이치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담은 제국주의 전쟁범죄의 진상규명과 보상에 관한 민감한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이들이 기울인 용기와 인내, 그리고 끈질긴 조사 연구와 연대 활동을 잘 보여준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학술연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생각해볼 만하다.

 

 

중첩된 재난 속 피난약자들을 기억하라

우생사상을 거부하는 팬데믹 연대에 대한 새로운 요청

 

지난호에 이어 감염병과 사회적 대응의 두 번째 기획을 실었다. 이상동은 다양한 연구와 자료를 검토하여 541년부터 750년까지 2세기 넘게 광대한 지역에서 창궐한 유스티아누스 역병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대규모 페스트 유행이며 최초의 팬데믹이라고 규정하고, 그 발생과 확산, 사회적 대응을 정리했다. 팬데믹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재앙이지만, 특히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장애인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신지영은 이런 현상을 중첩된 재난으로 파악하고 한국과 일본의 사례들을 비교 연구했다. 그는 기존 대책이 중첩된 시설화와 우생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소통에 입각한 팬데믹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의 장애인들과 활동가, 그리고 간호사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한 이 논문은 이 중첩된 재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 큰 미덕이 있다.

이 기획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역비논단>에 실린 소현숙의 논문은 장애인 인권을 다룬 다. 그는 1960년대 이래 가족계획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우생학적 관점에서 강제불임시술을 허용한 모자보건법의 제정과 시행, 이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장애인 강제불임시술의 실태를 추적하였다.

 

 

발전에 대한 욕망의 경제학적 재조명

개발주의/발전담론의 비판적 재해석

 

사회발전과 자기계발의 이론과 욕망이 확산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비교검토하고자 한 기획이다. 오경환은 1950년대 등장한 발전경제학의 계보가 근대화 이론과 종속이론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이데올로기 스펙트럼에서는 양 극단에 존재하지만, 발전이라는 사회기술적 상상의 시점에서는 일치를 이루고 있으며, 종속이론의 비판 내부에는 여전히 발전에 대한 강력한 욕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록은 1970~80년대 한국의 경영학과 기업경영 현장에서 인간관계론, 인간자원론 등 미국식 인간개발 담론이 확산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복종적 주체와 달리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계발을 시도하는 성과주체가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지역학으로서의 한국학 현주소와 전망을 묻는다

해외 한국학자들의 익숙하고 낯선 목소리들

 

21세기 글로벌 한국학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실제로 여러 지역 대학에서 한국 관련 학과도 생기고, 학술회의도 활발하다. 그런데 정말 글로벌, 혹은 글로컬하다면 각 지역과 공동체에서 한국 혹은 조선학의 의미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역사비평은 해외 한국학을 각 지역의 입장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호에는 일본의 연구자 이타가키 류타가 자신의 학문을 비판적 코리아 연구라 규정지으며 문제의식을 소개했다. 식민주의와 냉전적 사고를 극복하는 학문적 실천으로서 이타가키의 연구방법론은 한국의 연구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차례

 

책머리글 다시 재난과 성찰 / 이기훈

특집: 전쟁과 의학, 그리고 역사적 책임

731부대에 대한 민족주의적 소비를 넘어서731부대 관련 사진 오용 사례와 조선 관계 자료 검토 / 하세가와 사오리·최규진

대담: 731부대와 세균전 연구의 성과와 과제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중심으로

기획 1: 감염병과 사회적 대응 ②

유사 이래 최초의 팬데믹유스티니아누스 역병 / 이상동

중첩된 재난과 팬데믹 연대팬데믹 속 한일 장애 활동가 및 간호사 구술을 중심으로 / 신지영

기획 2: ‘개발주의/발전담론의 비판적 재해석

발전경제학의 계보학발전의 상상과 경제학의 기술정치 / 오경환

동기부여와 인간개발, 자기관리형 인간의 탄생1970~80년대 한국에서 인간개발 담론과 성과주체 생산 / 이상록

연재기획: 해외 한국학 연구의 동향과 의미 ①

비판적 코리아 연구를 위하여식민주의와 냉전의 사고에 저항하여 / 이타가키 류타

역비논단 우생학의 재림과 정상/비정상의 폭력가족계획사업과 장애인 강제불임수술 / 소현숙

미군정기 아동노동법규와 미성년자노동보호법 / 김도민

『임나흥망사』를 통해 본 스에마츠 야스카즈의 역사관 / 정동준

혁명 원조에서 특구 건설로시아누크빌을 통해 본 아시아 냉전의 역설 / 백지운

서평 사상계』를 연구하려는 이들이 통과해야 할 하나의 문―『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사상계』(이상록,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 2020) / 김건우

익숙해진 것들에 대한 낯설음―『서울, 권력 도시일본 식민 지배와 공공 공간의 생활 정치』(토드 A. 헨리, 산처럼, 2020) / 김제정

몽골제국 이후 중앙유라시아 세계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몽골제국의 후예들』(이주엽, 책과함께, 2020) / 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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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27. 15:15 2020년도 행사

 

일본군‘위안부’ 다큐 <보드랍게> 상영회&시네토크

-2020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수상(미개봉작품)

 

 

“내 이야기 해가지고 ‘어이구 그랬구나!’ ‘하이고 참 애뭇다(매먹었다)’ 이렇게 보드랍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고 김순악 님이 마음의 병을 고백하면서 한 말)

 

“한 인물을 성스럽게 포장하거나 박제화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을 생생히 기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박문칠 감독이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리 상을 수상하면서 밝힌 소감)

 

<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순악 할머니가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위안부’ 피해자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는 기존의 ‘위안부’ 관련 재현과 달리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좀처럼 말하기 어려웠던, ‘소녀’와 ‘할머니’ 사이 누락되었던 해방 후의 ‘침묵의 삶’을 중심에 두고 전시 성폭력이 한 개인의 삶에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큐는 고인의 삶을 과장되게 묘사하거나 극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모순되고 충돌되는 상황도 감독 자신이 받은 느낌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순악의 증언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 활동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로 낭독하고 다큐 말미에 그들의 느낌과 감상을 듣는 인터뷰를 통해, 김순악의 이야기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로, ‘너’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재의 우리와 ‘나’의 이야기로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큐는 고인의 삶이 강요당했던 ‘침묵의 시간’을 우리가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다큐를 보고 <보드랍게>가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신청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20년 8월 12일 (수) 오후 6시 30분

장소 : 역사문제연구소 5층 관지헌(1호선 제기동역 1번 출구 방향, 도보 3분)

 

1부 <보드랍게> 상영(감독 : 박문칠, 다큐멘터리, 73분)  18:30∼19:43 

 

2부 시네토크 : 다큐 <보드랍게>가 던지는 질문들  20:00∼22:00

 

진행 : 장원아(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패널 : 박문칠(다큐 <보드랍게> 감독) 

       김은경(한성대 상상력교양대학 조교수) 

       박정미(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박정애(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 연구위원)

 

*참가비 : 현장 참여 1만원(회원 5천원), 온라인 참여 5천원(시네토크만 참여)

*문의 : 02-3672-4191 / kistory@kistory.or.kr  

*입금계좌 : 신한은행 100-012-850436 역사문제연구소 

*온라인 참가신청 : https://forms.gle/PunRvfP3BQNU8PBm6

 

*다큐 <보드랍게>를 온라인으로 상영할 수 없는 점에 관해 양해를 구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사전신청을 통해 30명만 현장에 모시고자 합니다.

*다큐 상영 이후 시네토크는 온라인 강의 툴인 '줌(ZOOM)'을 활용하여 오후 8시부터 온라인으로 송출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참가자에게는 비공개 링크를 문자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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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머리에

 

잔인했던 봄이 지나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봄비는 늘 세월호의 기억과 함께 내렸다. 올해는 2월 중순 이후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거나 적어도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 평범한 일상을 포기했다. 3월에는 역사문제연구소의 큰 어른이신 이이화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 따뜻해야 할 늦봄까지도 추위는 매서웠다.

코로나19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주었다. 감염병의 매개체로 간주된 중국인(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을 위한 공공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 사람과 물자의 국내외 이동 또는 통제, 인간이 활동을 자제하니 나타난 동물들과 사라진 미세먼지 등등. 사람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기억해야 할 장면들이다.

학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즉각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도입되었다. 대학, 선생님, 학생 모두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온라인 강의에 던져졌다. 2주면 끝나리라 예상했던 온라인 강의가 한 달, 두 달, 혹은 한 학기 전체로 연장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의 질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선생님들도 강의계획을 수정하고 영상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사비로 구매하는 등 대면 강의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온라인 수업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한 것처럼 보일지언정, 온라인 수업은 결코 대면 수업의 손쉬운 대체재가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대면 수업이 기본임을 모두 통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모임이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도 절감했다. 내 경우, 서울에서 열렸을 행사나 회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2~3시간 모임을 위해 길에서 허비해야 했던 서울·광주 왕복 6시간, 교통비 10만원,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단순히 기존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낡음을 버리고 새로움으로 내달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지금 시점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역사문제연구』 43호의 특집과 기획에 실린 논문들은 한국 근현대 신문·잡지를 기본 자료로 활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연구방법을 취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특집 근대전환기 미디어의 조선 역사·문화론은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HK+사업단의 연구결과물이다. 1896~1910년 발간 신문·잡지에 실린 조선 역사·문화 관련 기사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빅데이터)를 구축한 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양적 연구방법을 사용했다. 홍정완은 「근대전환기 한국학 지형 다시 읽기」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소개하고, 조선 역사·문화 관련 기사가 대외항쟁의 역사 또는 조선 후기 실학을 중심으로 증가했음을 밝혔다. 심희찬의 「근대전환기 신문·잡지 역사 관련 기사 데이터베이스 검토」는 역사(한국사)를 각 신문·잡지가 어떻게 서술했는지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기타 잡지들을 비교했고, 조형열의 「『황성신문』이 주목한 조선의 역사문화」는 『황성신문』에 실린 조선 역사·문화 기사의 연도별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등 주요 필자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정유경은 「텍스트의 계량 분석을 활용한 근대전환기 신문의 시계열적 주제 분석법」에서 『황성신문』 논설에 구조적 토픽 모델링과 공기어 네트워크 분석 방법을 적용해 주요 주제(토픽)의 연도별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반면 기획인 ‘『서울신문』으로 읽는 1950년대는 역사문제연구소 1950년대 연구반이 4년에 걸쳐 『서울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한 후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해서 쓴 논문들이다. 『서울신문』은 남은 기록이 많지 않은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의 논리와 시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다른 자료들과 함께 분석함으로써 1950년대의 사회·정치·경제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1950년대 연구반은 ‘『서울신문』으로 읽는 1950년대로 워크숍(2020.3.6.)을 개최했고, 『역사문제연구』 43호 기획에는 이때의 발표논문 중 2편이 게재되었다. 이동원의 「1950년대 한국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기술 도입과 냉전적 변용」은 원자력 기술 도입을 둘러싸고 다양한 욕망들이 표출되었음에도 전술핵무기 도입의 마중물로 귀결되었음을 분석하였다. 김수향의 「1950년대 후반 이승만 정권의 농업정책과 그 한계」는 이승만 정권이 미곡담보융자제도와 농촌고리채정리안을 마련했음에도 주요 지지층인 농촌이 몰락해갔음을 분석했다. 특집과 기획을 함께 읽으며 전통적인 질적 연구방법과 새로운 양적 연구방법의 특징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의식과 연구대상에 맞는 연구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의 대대적 확산 직후였던 2020 2 20일에 진행된 저작비평회는 아직까지도 역사문제연구소의 마지막 일반공개 오프라인 행사로 남아 있다. 취소와 단행의 고민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정영환의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독립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읽고 참석해주셨다. 정영환 선생님은 서울대 집중강의 후 누적된 피로에도 불구하고, 재일조선인 문제사가 아닌 재일조선인을 주체로 한 재일조선인을 위한 역사서술, 정책사와 운동사·민중사의 종합적 이해, 한국과 일본의 국경을 넘는 역사, 해방 공간에서 반공주의와 식민주의의 관계 등등의 문제의식을 열정적으로 토로했다. 김아람 선생님의 매끄러운 진행 속에, 정계향, 하종문, 홍정완 선생님도 각각 재일조선인사, 일본사, 한국사의 관점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토론을 이어주셨다. 사회적 재난을 뚫고 함께해주신 선생님들과 참석자 분들께 다시금 감사 인사를 드린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많은 일반논문이 투고되어, 『역사문제연구』 편집위원회는 심사 통과된 논문을 다음 호로 이월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43호에는 홍문기의 「갑오개혁 이후 중추원의 변화와 중추원=언관(言官)’ 논리의 등장」, 남기현의 「토지조사령에 규정된 사정과 소유권 확정의 차이」, 백선례의 「전시체제기 전염병 예방접종의 강화」, 이정민의 「함흥 전후복구사업을 통해 본 북한-동독 관계」, 유경순의 「1980년대 여성평우회의 기층여성 중심의 활동과 여성운동의 방향 논쟁」, 5편이 수록되었다. 개별논문 소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하지만, 연구 시기가 189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고르게 포괄된 점은 기쁘게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통상 4월호에 수록한 역사문제연구소 정기심포지엄 특집이 43호에 실리지 못한 것이다. 2019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정기심포지엄 만세후의 시대-3·1운동 이후의 융화와 불화는 『역사문제연구』의 지면과 필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다음 44호로 이월되었다. 기대하셨을 독자분들께는 죄송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 2020년에는 또 1950년 한국전쟁, 1960 4·19,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1980 5·18 등 한국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기념하는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다소 소략해진 상반기 행사들이 아쉬운 만큼, 하반기에는 더욱 따뜻하고 치열하게 함께 마주 앉아 이야기할 자리가 많길 기대한다. (이정선)

 

 목차

 

 특집: 근대전환기 미디어의 조선 역사 · 문화론

홍정완, 「근대전환기 한국학 지형 다시 읽기  신문 · 잡지의 한국 역사 · 문화 관련 텍스트 계량 분석을 중심으로」

심희찬, 「근대전환기 신문 · 잡지의 역사 관련 기사 데이터베이스 검토 - ‘한국사 서술의 변화 양상을 중심으로」

조형열, 「『황성신문』이 주목한 조선의 역사문화  관심 소재의 정량적 · 시계열적 분석을 통한 조선연구의 기반 검토」

정유경, 「텍스트의 계량 분석을 활용한 근대전환기 신문의 시계열적 주제 분석법 - 『황성신문』 논설을 대상으로」

 

 기획: 『서울신문』으로 읽는 1950년대

이동원, 「1950년대 한국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기술 도입과 냉전적 변용」

김수향, 「1950년대 후반 이승만 정권의 농업정책과 그 한계」

 

 저작비평회

재일조선인 역사의 다층적 해석

정영환, 『해방공간의 재일조선인사 - ‘독립으로 가는 험난한 길』(푸른역사, 2019)

저자: 정영환

사회: 김아람

토론: 정계향, 하종문, 홍정완

 

 연구논문

홍문기, 「갑오개혁 이후 중추원의 변화와 중추원=언관(言官)’ 논리의 등장」

남기현, 「토지조사령에 규정된 사정과 소유권 확정의 차이」

백선례, 「전시체제기 전염병 예방접종의 강화  장티푸스를 중심으로」

이정민, 「함흥 전후복구사업을 통해 본 북한-동독 관계」

유경순, 「1980년대 여성평우회의 기층여성 중심의 활동과 여성운동의 방향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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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8. 15:58 2020년도 행사

 

 

일시: 2020 6 20 () 오후 3

 

안내글: 2019년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2015년 우산혁명 이후 일견 잠잠해졌던 것으로 보였던 시위가 더 큰 규모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홍콩 시위대는 범죄자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는 동시에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요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벌였습니다.

한편,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에 유행하면서 중국이 중국 바깥의 세계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보여준 대처는 감염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전파에 관해 정보를 통제하고 우한의 상황을 SNS에 알린 언론인과 의료인들을 처벌하는 등 비민주적 통치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전망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민주주의는 앞으로도 세계적인 문제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서구가 식민주의적 시선으로 중국에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민주주의와 식민주의를 둘러싼 복잡한 갈등 속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는 중국 문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좌담회는 역사문제연구소가 홍콩의 민주화 요구에 연대하면서 동시에 동아시아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를 모색하고자 마련한 자리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프로그램

 

[상영회] 영화 <십 년>

 

15:00~16:30 [발제] 홍콩 시위가 던지는 질문

1) 홍콩 시위의 현황과 사회경제적 배경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2) 홍콩 시위의 정동과 일국양제’ (윤영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3) 홍콩과 한국의 민주화운동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휴식)

16:50~18:00 [패널 및 청중토론]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양두영 구리갈매중 교사, 전영욱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신청서 작성: https://forms.gle/tPuyh6TYojKJ8YoN8

 

 본 좌담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서 온라인 강의 툴인 '(ZOOM)'을 활용하여 진행합니다. 또한 영화 <십 년>을 온라인으로 상영할 수 없는 점에 관해 양해를 구합니다. 좌담회 영상은 오후 3시에 시작되는 발제부터 온라인으로 송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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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가 바라본 민중사는 다만 변혁운동으로서의 민중운동사가 아니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민중들, 때로는 침묵하고 나약하게 인종의 길을 걷던 그들의 삶과 민중의 용트림, 곧 민중운동이 별개의 것이 아니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또한 그는 역사 대중화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추구해왔다. 그는 일반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와 문장을 역사책에 담아내야 대중화되는 것이죠. 혼자만 아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쉬운 글쓰기를 촉구하였다. 민중사 연구는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폐쇄된 학문이나 빛바랜 진리를 위하여 생애를 맡긴 선비도 또한 오늘의 우리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말, 곧 시대와 함께하는 혹은 민중의 삶을 생각하는 연구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이이화의 민중사가 우리에게 남긴 또 다른 과제이다.”배항섭, 이이화의 삶과 민중사 연구 중에서.

 

 

▶◀ () 이이화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

 

 

 

5·18 40주년에 돌아보는 20세기 세계의 국가폭력

, 어떻게 국가가 시민에게 총을 쏘는가?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20세기 세계의 국가폭력을 특집으로 기획했다. 우리의 질문은 이것이다. “, 어떻게 국가가 시민에게 총을 쏘는가?” 모든 국가들이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던 20세기 후반, 세계 도처에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배반하는 참혹한 국가폭력이 광범위하게 나타난 현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했다.

문수현은 국가와 폭력의 관계에 대한 슈미트, 벤야민, 아렌트 등의 논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이를 1980년 광주의 상황에 다시 적용하여 가해-피해의 단선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권력과 엘리트, 대중의 상황을 설명할 단서를 제공한다. 국가 테러리즘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은 극히 문명화된 것처럼 보이는 국가라고 해도 폭력적일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의 공화국은 어떠한가? 서지원은 인도네시아 1965~66년 학살의 배경과 전개, 현재까지의 연구 경향과 사건에 대한 해석을 소개했다. 적어도 수십만 명 이상이 공산당원이거나 관련되었다는 의심만으로 처형당한 이 사건은, 군부가 개입하고 주도한 국가폭력이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년단 등 민간인들에 의해 더욱 대규모로 자행되었다.

하남석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을 단순한 자유민주주의적 저항이나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의 투쟁으로 보는 관점 대신, 사회주의 내부의 계급투쟁과 민주적 사회주의 지향이 공존한 저항운동이었다고 보았다. 이 혼종적인 저항의 역사는 일회적이지 않다. 문화대혁명-천안문 사건-2018년의 노학연대와 홍콩 시위까지 일련의 저항과 탄압의 역사적 경험과 트라우마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한은 1980년 광주에서의 학살이라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범죄, 5·16 12·12라는 두 번의 쿠데타, 베트남전쟁 경험에서 배태된 것이라고 보았다. 쿠데타를 거치며 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공수부대를 정권을 위한 기동타격대로 사용했고, 베트남전쟁 참전 장교와 하사관들의 경험과 기억은 5·18을 또 다른 내전으로 상상하도록 하여 학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인철은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이 자행한 국가폭력과 민주화 이후 칠레의 과거사 청산 과정을 분석했다. 민주화 이후 한 세대가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국가폭력의 문제들이 제기되고 독재의 기억을 둘러싼 대립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매우 시사적이다. 과거사 청산은 과거의 진상을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폭력의 재발을 방지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길이라는 지적을 유념하자.

 

 

인문학은 의료에 사회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감염병과 사회적 대응

기획 감염병과 사회적 대응은 질병의 공포에 직면한 인간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실제 역사 속에서 살펴보았다. 김호는 18세기 경상도 지방에 살았던 처사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을 통해 역병이 일으킨 가혹한 피해의 실태 속에서도 도덕적 삶을 유지하고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한 지식인의 생활 태도를 보여주었다. 김호는 스스로 공동체를 지키려는 이런 자발적인 사()의식이 역병의 시대를 버틴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박윤재는 식민지 시기 총독부의 방역 사례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총독부가 실시한 경찰 중심의 강제적 방역이 실제로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으며, 시민의 자발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코로나 시대 인문학은 의료에 사회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의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김호와 박윤재가 각각 개인과 국가·사회의 차원에서 감염병에 대한 대응을 다뤘다면, 이영석은 19세기 후반 방역을 위한 국제공조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국제협력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도 고민해볼 문제다.

 

 

당대의 시각에서 당대의 정세를 재평가하다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은 연재 기획으로 6회째가 되었다. ‘삼국통일전쟁론 백제통합전쟁론의 논쟁에 대해 여호규는 두 논의 모두 전쟁의 의미를 한반도에만 국한시킨 한계가 있으며, 전쟁의 의도나 목표가 아닌 결과의 차원에서 평가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7세기 전쟁이 삼국을 비롯해 수··왜 등 만주·한반도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주체들이 참여한 국제전이었고, 최종적으로 이 지역의 지정학 지도를 재편했다는 점에서 ‘7세기 만주·한반도 전쟁으로 명명할 것을 제안했다.

임기환은 7세기에 신라의 김춘추가 당과 군사동맹을 맺을 당시 직접적인 목표는 백제병합이었으나, 당 태종과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평양 이남의 고구려 영역을 차지하기로 했던 것 역시 중요한 외교적 성과였고, 그렇게 자신들에게 귀속되는 실질적 영토를 삼한으로 규정한 것이 일통삼한 의식의 근간이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7세기 전쟁을 백제병합론으로 한정시키거나 삼국통일로 확대시키는 시각 역시 경계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홍보식은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삼국의 물질문화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 보았다. 건물지나 고분 등 건축문화에서는 백제 지역에서 자기 양식을 상당 기간 유지하다 신라 양식으로 변화하였으나, 식생활에서는 신라토기가 빨리 보급되고 고구려나 백제 양식의 시루가 보급되는 등 삼국문화가 융합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고 파악했다.

 

 

차례

 

○책머리에      

위기 속의 역사학 / 이기훈

특별기고      

이이화의 삶과 민중사 연구 / 배항섭

○특집

5·18광주민중항쟁 40주년: 20세기 세계의 국가폭력

국가와 폭력국가가 실패하는 순간에 대한 고찰 / 문수현

광주 학살의 내재성쿠데타, 베트남전쟁, 내전 / 김정한

1989년 천안문 사건과 그 이후역사의 중첩과 트라우마의 재생산 / 하남석

국가폭력인가 집단 간 폭력인가?인도네시아 1965~66년 학살에 대한 해석들 / 서지원

칠레의 국가폭력과 미완의 과거사 청산 / 정인철

기획 1             

감염병과 사회적 대응

방역에서 강제와 협조의 조화?식민지 시기를 중심으로 / 박윤재

시골 양반 역병(疫病) 분투기18세기 구상덕의 『승총명록』을 중심으로 / 김호

19세기 후반 전염병과 국제공조의 탄생 / 이영석

기획 2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김춘추, 당 태종의 협약과 일통삼한’ / 임기환

7세기 만주·한반도 전쟁과 지정학 구도의 재편 / 여호규

물질문화로 보는 삼국통일고고학적 접근 / 홍보식

역비논단      

정사  비사1950년대 미국의 6·25전쟁사 연구와 냉전문화 / 정용욱 

금강산의 식민지 근대1930년대 금강산 탐승 경로와 장소성 변화 / 김백영

학설의 유령당대 중국 동아시아사 인식 중의 임나일본부설’ / 유용태

루소의 사회계약 이론에 대한 역사적 독해 / 김민철

서평           

베를린장벽에서 38선을 보며―『동독민 이주사, 1949~1989』(최승완, 서해문집, 2019) / 김아람

당대적 맥락이라는 연구의 실천―『병자호란과 예, 그리고 중화』(허태구, 소명출판, 2019) / 김창수

동아시아의 근대와 메이지유신의 위치―『메이지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박훈,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 / 이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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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27. 11:02 2020년도 행사

 

2020년은 사북항쟁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80년 사북항쟁 발발 후 참여자들은 2000년까지 침묵할 수밖에 없었으며,

사북항쟁은 당시 탄광촌의 생활상, 광부의 노동조건 등에 대해 폭발적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음에도

사북항쟁에 대한 역사적 분석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입니다.

 

2019년 사북민주항쟁동지회는 경찰 고문치사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를 촉구하며 특별위원회를 발족하였으며

2020년에는 사북항쟁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을 위해 '사북민주항쟁 4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발족하였습니다.

 

이번 사북항쟁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은 사북항쟁의 의미를 노동과 정치, 사회 각 분야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에 기조강연과 좌담회를 마련하였으니 많은 분들은 관심과 신청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사전신청을 받아 25분만 현장에 모시고자 합니다. 

*역사문제연구소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서 심포지엄을 생방송으로 송출하고자 하오니, 사전신청을 하지 못하신 분들도 심포지엄을 참관하실 수 있습니다.

 

사전신청 링크 : https://forms.gle/nWQX8p8gC3DWsCrr9

역사문제연구소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istory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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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공포는 분노와 증오를 가져온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야말로 가장 두렵고 억울한 일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싶고, 위험의 요소 자체를 사회 속에서 폭력적으로 배제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위협받는 2020년의 한국 사회에도 온갖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고, 단절과 거부, 추방 등의 혐오에 가득 찬 발언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들이 증명하듯 공포는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전염병이 중세 유럽을 휩쓸 때 병의 근원으로 지목당한 유태인들이 공격당했고, 마녀 사냥은 한층 극성이었다. 간토 대지진 때는 재일본 한국인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공포의 시간에서 인내와 성찰이야말로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다. ―「책머리에」중

 

 

대중문화와 민족주의, 반일과 페미니즘의 전선에서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

이번호 『역사비평』에서는 대중문화와 민족주의의 측면에서 우리의 3·1운동 100주년을 돌이켜보았다. 작년 한 해 우리는 민족 민족주의에 관한 수많은 사건과 곡절들을 겪었다. 3·1운동 100주년의 수많은 이벤트들을 시작으로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한국 사회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지소미아 연장 논란, 심지어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까지. 한국 사회는 이념적 전장이 되었으나, 전선은 불분명했고 내용은 불충분했으며 의미도 뚜렷하지 않았다. 천정환의 글은 이 특집의 총론으로 작년 한 해 이렇게 복잡하게 전개된 민족주의 대중정치의 양상을 정리하고 분석했다. 국내, 국제 정치의 복잡한 양상 속에서 민족주의의 다면적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따져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운동 주체와 지식사회의 과제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른 필자들은 영화, 출판, 드라마, 뮤지컬·오페라의 대중문화 영역에서 3·1운동 100주년의 상황을 분석했다. 이화진과 전지니의 3·1운동 소재 영화와 드라마 연구는 대조적인 두 작품을 다뤘다. 성공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실패한 드라마 <이몽>. 그 사이에는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영웅 이야기가 있거니와,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현재의 사회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해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용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관련 대중 출판물과 베스트셀러 동향, 그리고 일본 서적 불매운동 등 출판시장의 전반적 동향을 분석했다. 그의 분석은 역사학계와 대중미디어 사이의 명확한 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우형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와 오페라 <1945>를 다뤘다. 역사비평』이 오페라나 뮤지컬 작품을 분석한 글을 싣는 것도 드문 일이다. 작품을 소개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거니와, ‘사이공간 반영웅이라는 특징을 지적한 것이 더욱 신선하다. 이화진, 전지니, 전우형의 글을 비교하며 읽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지성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 3·1운동 100주년

3·1운동 100주년의 학술 담론

지난호에 다 싣지 못했던 3·1운동 100주년의 학술 활동 평가를 첫 번째 기획으로 묶었다. 오제연은 최근 다시 부각된 ‘3·1혁명론을 학술과 이념 지형의 변화 속에서 분류하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3·1운동을 촛불혁명까지 연결시키는 장기혁명론의 학술적 정치적 의미를 명료하게 정리,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볼 수 있을 것이다. 3·1운동 50주년, 70주년, 90주년, 100주년은 그 자체로 학술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종호는 각 시점에서 대규모 학술 기획들이 어떤 지성사적 의미를 갖는지 비교하고 분석하였다.

 

 

동아시아 속 한반도, 삼국통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은 벌써 다섯 번째 기획을 이어 나간다. 기왕에 다각적인 학술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거니와, 이번호에서는 시야를 달리하여 당(중국)과 왜국(일본)의 입장에서 삼국통일 혹은 고구려와 백제의 멸망 문제를 다뤘다. 이기천은 당의 장기적인 국제 전략을 추적하면서 고구려, 백제의 멸망 및 당과 신라의 전쟁을 분석했다. 반면 이재석은 일본의 지배층이 사후적 시점에서 7세기 중·후반 동북아시아의 정세 변화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국민국가의 기원 찾기가 아닌 방식으로 동아시아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례

책머리에 · 재난과 성찰 / 이기훈

[특집]우리는3·1운동100주년을어떻게기억했는가?  대중문화와민족주의

· 3·1운동 100주년의 대중정치와 한국 민족주의의 현재 / 천정환

· 3·1운동 100주년의 역사영화와 여성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실과 <항거: 유관순 이야기> / 이화진

· ‘3·1운동 100주년 불매운동 속의 대중 출판물 / 이용희

· 반일 이슈와 TV 드라마가 구현하는 민족주의<이몽>(2019)을 중심으로 / 전지니

· 사이공간과 반영웅들의 재현 정치2019 뮤지컬-오페라의 독립운동 / 전우형

[기획 1] 3·1운동 100주년의 학술담론

· 3·1운동 100주년의 연구와 ‘3·1혁명론’ / 오제연

· 3·1운동 연구의 흐름과 매듭들100주년을 맞이하여 / 이종호

[기획 2]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의 재조명 

· 당의 입장에서 본 신라의 통일 / 이기천

· 왜국(일본)에서 본 백제·고구려의 멸망 / 이재석

[역비논단] · 역사적 관점으로 본 자본주의와 건강, 그리고 한국의 의료민영화 / 박지영

· 안과의사, 시각장애인에게 타자를 가르치다맹인부흥원과 공병우의 시각장애인 자활운동 / 김태호

· 1910~20년대 내선융화 선전의 의미일본인과 부락민·조선인 융화의 비교 / 이정선

· 근대 동아시아 설탕 시장과 홍콩 제당업상인 디아스포라는 지속 가능한가? / 강진아

[서평] · 결국 동아시아사는, 아니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이재환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동아시아사의 행방』(이성시, 삼인, 2019)

· ‘중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국제적 토론 / 김선민

―『전통 시기 중국의 안과 밖중국 주변 개념의 재인식』(거자오광 지음, 소명출판, 2019)

· 한국 온돌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정합적 결론 / 이종서

―『한국 온돌의 역사최초의 온돌 통사』(송기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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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11. 10:52 2020년도 행사

<대상저작>

정영환,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 ‘독립’으로 가는 험난한 길", 푸른역사, 2019

 

 

<초청의 말>

2019년 하반기 한일 관계는 극단적인 대치 상태에 놓였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2018년 판결한 이래, 일본 정부는 핵심 소재의 수출을 규제했고 한국인들은 그에 대해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맞섰습니다. 일제 식민지기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이가 갈등의 배경에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나아가 한국의 식민지 경험을 1945년에 끝난 ‘과거사’로만 치부할 수 없음을 다시금 떠올리려 합니다. 부모가 1945년 이전 식민 본국이었던 일본으로 건너간 후, 일본에서 태어나 여전히 일본에 거주하면서 대한민국 국적, 혹은 식민지기의 ‘조선적’으로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에게 식민지 문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역사문제연구소 2020년 첫 번째 저작비평회에서는 정영환 선생님의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를 통해, ‘해방 5년사’(1945~1950)를 중심으로 재일조선인의 삶과 투쟁을 되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시기 일본에서 조선인 지배의 틀이 새롭게 만들어질 때 식민지배 경험과 냉전체제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재일조선인의 삶을 ‘민족·동포’, 일본 내 ‘소수자’, ‘지역민’ 등등 어떠한 정체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그리고 1945년 이후의 영토와 국민을 중심으로 설정된 한국사 및 일본사의 주류 인식이 재일조선인의 역사와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식민지’, ‘냉전’, ‘분단’, ‘독립’을 종횡무진하게 될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일시> 2020 2 20() 오후 3

 

<장소> 역사문제연구소 5층 관지헌 (제기동 1번 출구, 도보 3)

 

 

* 패널

 

<저자> 정영환(메이지가쿠인대)

 

<토론> 정계향(울산대), 하종문(한신대), 홍정완(연세대)

 

<사회> 김아람(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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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11. 10:51 2020년도 행사

 

2020 2 22 12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연회장에서 열리는 『정석종, 그의 삶과 역사학』출판기념회에 회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0년은 한국 민중운동사 1세대 연구자이자,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소장이었던 정석종 교수가 타계한 지 2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이에 역사문제연구소는 고인이 몸담았던 영남대학교 국사학과 총동창회와 함께 지인들의 회고를 담은 추모글과, 고인의 논문 중 민중운동사 관련 논문을 골라 뽑은  『정석종, 그의 삶과 역사학』을 편찬하고, 이를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함께 자리하셔서 그의 삶과 역사학에 대해 추억하고 축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시   2020 2 22() 12~3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연회장

 

주최   역사문제연구소, 영남대학교 국사학과 총동창회, 정석종기념문집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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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시야에 조선 민중의 삶을 드러낸 정석종을 기억하다

 

―‘민중사학 1세대’의 선두주자 정석종의 삶과 역사학

 

 

“종래에는 조선시대의 정치 현실을 당쟁사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이는 일면적인 것이므로 지양되어야 한다. 물론 치자 계층 내부의 갈등으로서 당쟁 자체도 조선시대 정치사의 일부지만, 치자와 피치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루어지는 피치자의 사회운동이나 그 갈등의 폭발인 민란들도 정치사에 포함되어야 한다. 어떠한 정치 현상으로서의 입법 조치나 새로운 시책의 결정 등은 하층 민중의 반항과 그 지향에 대한 일정한 양보 또는 타협의 산물이거나 그 지향을 억압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사실들도 아울러 고려해야 할 것이다.”―정석종, 「조선 후기 정치사 연구의 과제 II」 중에서.

 

“조선 후기 당쟁사를 민중과 연결시켜 해석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 해석이 기발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증 자료가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논문들은 조선 후기 정치사, 경제사, 신분사, 사상사 연구에 큰 획을 긋는 업적이 되었다. 민중을 강조하던 정석종이 드디어 조선 후기 민중운동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신분적으로, 사상적으로, 다각적으로 밝혀내 화려한 파노라마를 펼쳐놓은 것이다.”―한영우(서울대 명예교수)

 

1945년 이후 분단 구조와 이승만 독재 정권 아래에서 일제 식민사학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했고, 한국 사학계는 대부분 왕조사관에 매몰되어 있었다. 근대사의 이론이 정립되지 못한 학문 풍토에서, 이를 재정립하고 타파하려는 소장 연구자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이들은 민족 문제와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이승만 독재 정권과 박정희 군사 정권 및 유신 정권 아래에서 방황과 고통을 겪었다. ‘모순과 갈등의 시대에 역사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역사는 현실에 맞서 교훈과 무기가 될 수 있는지’라는 화두를 품고 치열하게 학문을 탐구했다. 이들 소장 그룹의 한 멤버로서 한국 역사학계에 ‘민중사’라는 새로운 시선과 영역을 개척한 정석종은 기존의 연구에 안주하지 않고 창의적인 이론을 제시하면서 독창적인 학문 세계를 수립했다. 특히 범죄인 조사·신문·재판 기록인 『추안급국안』을 발굴하여 장길산 부대, 무신난, 홍경래난 등에 참가한 인물들의 정치·사회경제·사상사적 궤적을 생생한 역사적 사실로 그려냄으로써 민중운동사를 개척한 제1세대로 평가받는다. 그의 사후 20, 이제 동료와 후학들이 그의 삶과 역사학을 되돌아봄으로써 ‘역사학자’로서, 그리고 ‘시대의 증인’으로서 늘 눈앞의 과제를 정면 돌파하고자 했던 인간 정석종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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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머리에

 

전 세계가 시위의 열기로 뜨겁다. 6월 홍콩에서 시작된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대표적이다. 한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다시 홍콩에서 돈을 훔친 사건에 대해, 홍콩에서는 홍콩에서 일어난 절도만 처벌할 수 있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언뜻 보면 범죄인을 대만에 인도해 살인죄도 적용할 수 있게 한다는 송환법의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0만 홍콩 시민이 그에 반대해 거리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정부에 대한 오랜 불신이 있었다. 홍콩은 아편전쟁 이후 150년 동안 영국에 할양되었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되었고, 중국의 일개 행정구역이면서도 독자적인 헌법, 행정부, 법원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행정장관을 간접 선출하게 하는 등 홍콩의 입법·행정에 간여했고, 2017년부터 직접선거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하고도 후보자는 중국에서 추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맞서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시위가 2014년의 우산혁명이었다. 홍콩 시민들은 이러한 대치 국면에서 중국 정부가 정치범을 제거하는 데 송환법을 악용할 것을 우려하며 반대 시위에 나섰고, 송환법이 철회된 뒤에도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 한국 5·18단체 등 국내외에서 지지와 연대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위를 정치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자본가들은 중국 공산당과 손잡았고, 부동산 개발업자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이 싼값에 방매한 토지를 사들여 호화 아파트를 지었다. 그 결과 홍콩의 빈부 격차, 주택 문제, 부동산 투기 문제가 심각해진 데다가 청년 실업까지 겹쳤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 엘리트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홍콩에서는 송환법이라는 촉매제를 만나 폭발한 것이다.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 50, 레바논에서는 메신저 앱에 부과된 세금 20센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물파이프 담배값, 인도에서는 양파값이 촉매제가 되었다고 한다.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무한경쟁에 내던져진 청년층에게, 고매한 정치보다도 일상의 폭력과 그를 외면하는 기득권의 위선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한국에서도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검찰개혁이라는 민주적 요구에 우선순위를 부여한 구 386세대와 불공정한 입시 제도를 목격하면서 계급적 박탈감을 절감한 20~30대 사이에 현저한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우리는 말 그대로 일상이 정치가 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제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재점검할 때가 되었다.

우연이지만 필연적이게도 『역사문제연구』 42호의 특집에는 ‘1980년 사북사건-배경, 주체, 지역이라는 주제 아래 사북사건이라는 시위를 새롭게 해석하는 논문들이 수록되었다.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사북팀이 2016년부터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공동연구해온 결과물이다. 김아람은 「1960~70년대 석탄산업 정책과 동원탄좌」에서 정부의 석탄 증산정책에 기대어 동원탄좌가 불법행위를 자행하며 성장한 것이 사북사건의 구조적 배경이었음을 밝혔다. 김아람의 연구가 사북사건의 원인에 대한 정통 역사학적 접근인 데 비해, 문민기는 「탄광사고를 통해 살펴본 사북사건의 배경」에서 사북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탄광에서 함께 일하던 전우 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본 광부들의 감정에 주목했다. 장용경은 「1980 4월의 사북, 광부들의 폭력과 폭력 앞의 광부들」에서 광부들의 노조지부장 부인 린치 사건을 국가 폭력에 대한 항쟁의 일환으로 쉽게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장미현은 「사북사건의 여성들」에서 여성의 사북사건 참여에 주목하면서 그들의 활동이 드러나지 못했던 사회적 맥락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세림은 「사북사건 이후의 사북」에서 전두환 정권이 지역에 약속한 후생복지가 국가 폭력 및 기업의 일상적 감시와 결합하면서 결국 사북사건 참여자들을 소외시키고 지역공동체를 와해시켰다고 주장하였다. 이 특집논문들은 사북사건을 독재국가 또는 악독기업에 맞선 항쟁으로 제한시키기보다는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각 논문과 논문들 앞에 위치한 사북팀의 취지 설명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저작비평회와 집담회에서도 다양한 주체와 새로운 시각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저작비평회에서는 이정희의 『한반도 화교사』를 통해, 1880년대부터 한반도에 살아왔지만 한국인의 뇌리에서 잊혀진 한반도 화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남아시아 화교와 다른 한반도 화교만의 특수성, 한반도 화교 내부의 출신 지역 및 계층에 따른 격차, 한반도 화교와 한국인의 관계를 억압 또는 피억압의 관계로 보려는 공식을 넘을 수 있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대화들이 이어졌다. 집담회에서는 한국 장애사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집담회는 당장 논문으로 발표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당대의 이슈를 다루는 코너였는데, 당초 서평으로 장애사를 다루려던 기획이 집담회로 커지면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되었다. 참석자들은 장애사가 기존의 역사서술에서 비가시화된 장애인의 존재를 드러내는 동시에, 장애 또는 장애인이 역사적으로 구성되었음을 밝혀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갖는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는 정상과 비정상,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근대주의적 인식 틀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양하고 중층적인 정체성을 전제로 한 새로운 역사인식,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삶의 태도를 모색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상례화된 가을 태풍과 일상의 무게에도 마다하지 않고 두 기획에 참여해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역사문제연구』 42호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연구논문이 투고되었다. 그리고 마치 근대사의 비중이 적은 것을 아쉬워한 지난 호의 책머리에에 호응하기라도 한듯이, 근대사 논문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권기하의 「독립협회의 정치운동 모색 과정에서 의리 관념의 역할」과 이기훈의 「만세 현장의 미디어와 상징체계, 3·1운동의 깃발과 선언서」는 전통적인 관념과 시위 수단이 근대적 운동의 매개가 되어 공존하는 양상을 그렸다. 윤현상은 「1920년대 군산 지역 학교 설립 과정에서의 민족 간 협력과 갈등」에서 조선인과 일본인의 관계에 주목한 반면, 장원아는 「근우회와 조선여성해방통일전선」에서 근우회를 일본인에 대항한 민족통일전선으로만 이해하는 민족주의적 서술을 비판하고 여성해방을 위한 통일전선이었음에 주목한다. 식민권력과 토건업계의 통제 및 타협 관계를 다룬 고태우의 「1920년대 말~1930년대 전반 토목담합사건 연구」와 함께, 이들 연구는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 길항하는 역동적인 역사상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예진이 「1920~1930년대 조선 배우들의 고용불안정성 인식 및 다각적 생계활동에 관한 연구」에서 배우를 고용불안정 상태에 놓인 생활자로 접근하고, 임유경이 「메이퀸과 페미니즘」에서 메이퀸을 통해 한국의 여대생 표상과 여성 담론의 변화 양상을 추적한 것은 주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연구논문들 덕분에 모처럼 역사문제연구 42호에서는 근대사와 현대사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었고, 동시에 일정한 문제의식이 전체를 관통하면서 『역사문제연구』만의 색깔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여기 수록된 다양한 코너와 논문들이 독자들과 함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상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목차

 

 특집: 1980년 사북사건  배경, 주체, 지역

김아람, 「1960~1970년대 석탄산업 정책과 동원탄좌」

문민기, 「탄광사고를 통해 살펴본 사북사건의 배경」

장용경, 「1980 4월의 사북, 광부들의 폭력과 폭력 앞의 광부들」

장미현, 「사북사건의 여성들  사라진 억센 여자들과 말하는 여성들」

김세림, 「사북사건 이후의 사북 - ‘복지라는 외피를 쓴 일상적 감시」

 

 저작비평회

 

한반도 화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정희, 『한반도 화교사  근대의 초석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경제사』, 동아시아, 2018.

사회: 김헌주

논평: 김종호, 박준형, 임광순

 

 연구논문

 

권기하, 「독립협회의 정치운동 모색 과정에서 의리와 관념의 역할」

이기훈, 「만세 현장의 미디어와 상징체계, 31운동의 깃발과 선언서  판결문 자료를 중심으로」

윤현상, 「1920년대 군산 지역 학교 설립 과정에서의 민족 간 협력과 갈등」

장원아, 「근우회와 조선여성해방통일전선」

고태우, 「1920년대 말~1930년대 전반 토목담합사건 연구」

차예진, 「1920~1930년대 조선 배우들의 고용불안정성 인식 및 다각적 생계활동에 관한 연구」

임유경, 「메이퀸과 페미니즘  1960~1970년대 한국의 대학문화와 여성 담론의 변천」

 

 집담회

 

한국 장애사의 현황과 과제

사회: 이정선

참석: 문민기, 박은영, 소현숙, 이순영, 하금철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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