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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문연 강좌/2013. 역사적 민주주의

[역사적 민주주의 강의안 및 사진후기] 1강 : 지금 왜 민주주의인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2013 역사문제연구소 연속강좌

역사적 민주주의 : 제도 밖에서 보는 민주주의의 역사

1강 : 지금 왜 민주주의인가

 

김동춘(성공회대 교수)

 

  왜, 지금 민주주의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걸까? 20131024() 저녁 7시 역사문제연구소 민주주의 연속 강좌 제1왜 민주주의인가?’라는 강연(김동춘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성공회대 교수)은 이러한 궁금증에 답변하기 위해 마련된 강좌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정원 댓글 파동, 국가기관, 여당과 관련사회단체의 유착 (십알단과 드위터 교환), 국정원 국방부, 보훈처 등 국가기구와 검찰의 정치구도화, 표적수사, 사법부의 권력편향 판결, 국가기구의 국민 불법 사찰( 총리실, 기무사), 공안기구의 대통령 직속기구화(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등 일일이 거론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각종 사건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폭주기관차처럼 급속도로 확대되는 걸까?

 

 

새로운 파시즘, 전도된 전체주의의 경향?

 

  이명박 정권 이후 파시즘적인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과거와 냉전반공주의처럼 위기에 몰린 정권이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진행되는 점이 있지만, 그러한 이데올로기나 정치세력이 세를 얻고 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에서는 과거와 차별적이다. 과거의 경우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동원한 우익 조직이 위로부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선진 자본주의의의 다른 나라들처럼 자유주의 정치 세력의 무기력, 심각한 경제위기와 양극화 등과 더 깊이 관련되어 있다. 우선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으며 시민사회가 어느 정도 활성화된 현재 한국에서의 파시즘적 경향은 우선 과거 바이마르 공화국 붕괴 이후 독일과 유사한 점이 있다. 특히 아렌트가 말했듯이 이것은 부르주와 문화, 즉 개인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즉 그녀가 말했듯이 극히 경쟁적이고 성취주의 문화가 공공영역에 대한 무관심을 낳았고, 그것이 파시즘의 온상이 되었다는 지적이 자본주의 문화, 개인주의가 훨씬 사회 내 깊이 착근해 있는 현재 시점에서 매우 타당하다. (Arendt, p 307)

 

  이 점에서 한국의 박근혜 정부의 유사 공안통치, 극우반공주의의 재연은 유럽에서의 인종주의, 특히 최근 프랑스에서의 극우정치세력의 지방정치에서 압승한 것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다. 교육받는 중산층보다 훨씬 더 심한 권위주의 퍼스넬리티(authoritarian personality)를 가진 몰락한 자영업자, 하루하루를 약육강식의 시장에서 전쟁을 겪듯이 살아가야하는 빈민과 하층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치적으로는 무관심하지만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을 희구한다. 그들은 강자의 편에 서서 강자의 폭력을 찬양한다. 일베에 환호하는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사회에서 실패자(loser)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 위에서 파시즘은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인간 심성의 가장 악마적 본능, 지역차별주의, 남성중심주의가 매일 드러나는 국정원 댓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이 헌법에 명시된 진정한민주공화국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삼권분립, 대의제, 주기적인 선거, 정당정치가 형식상 유지된다고 해서 그러한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을까? 행정권이 입법권과 사법권에 깊숙이 개입하고, 행정부 위에 대통령과 공안기관이 국가적 의제나 정치적 논의를 좌우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행정권과 선출되지 않은 공안기관이 국민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그러한 체제는 과연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을까? 정보기관이나 공안검찰이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을 표적으로 지목하여 편파적으로 수사하고, 경찰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으로 몰아서 진압한다면, 이러한 권력의 행사는 과연 비폭력적이고 민주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경제적 민주주의의 결여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부유한 자들이 법과 법의 집행을 농단하고 가난한 자들만이 법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권력의 강화와 노동자, 소비자, 주주의 영향력 상실은 법인체의 주권 탈취로 이어지고, 시민은 단순한 소비자로 호명되고 있다. 하루하루를 전쟁터와 같은 삶의 현장에서 부대끼는 하층 노동자들, 중산층에게 정치는 남의 일이 되고, 참여의 의지는 상실되고 있다.

 

  대중, 특히 젊은 세대의 정치적 지향과 감수성의 변화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문화적 요인이다. 기존의 반독재정치계급정치로 담아낼 수 없는 새로운 정치성()? 대중소비사회의 출현, 지식정보사회의 출현, 탈산업사회의 출현, 포스트 모던적인 문화의 등장 등.

 

 

대안을 위한 고민

 

  이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일까? 한국적 민주주의의 길을 고민했던 독립운동가 조소앙은 20세기 등장한 다양한 민주주의의 역사적 실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모두 특정 계급의 독재다. 프랑스나 미국은 군주의 독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났지만 ... 백여 년간 시험해 본 결과 식지파(識智派), 유산자의 독재에 머물러 의회제도가 전 민중을 대변한다는 전 민중을 물과 불 가운데 빠트렸다.... 러시아는 경제민주화를 균등하게 추구했으나 교육민주화도 정치민주화도 불가능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민주화는 형해화 화석화되거나 교육과 경제의 민주화는 꿈에도 볼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조소앙이 생각한 한국 민주주의의 대안은 무엇이었을까? 조소앙이 주도해 만든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1941)은 한국 민주주의가 추구해야할 이상적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민족이 지킬 최고의 공리는 자유가 아닌 사회의 각 계급의 지력과 권력과 부의 향유를 균등하게 하는 것

 

  70년 전에 제시한 이 명제가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