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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해방 70주년 연속기획: 해방/행사공지

[역사문제연구소 해방 70주년 연속기획; 해방; 영화와 포럼; 맛보기 에세이] '사랑과 맹세'에서 '자유만세'로 (정병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역사문제연구소 해방 70주년 연속기획]해방

 

'사랑과 맹세'에서 '자유만세'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정병욱

 

  해마다 8월이 되면 동아시아는 기억의 홍수에 잠긴다. 조선과 타이완을 식민지로 삼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를 점령했던 일본이 1945년 8월 15일 연합군에 항복했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10년 단위의 주년에 되는 해는 더욱 기억이 범람한다. 올해도 식민통치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끊임없는 저항을 상기하는 자료와 증언 보도가 이어질 것이다. 연례행사로서 해방의 날이 거듭되면 될수록 ‘해방’에 무뎌지는 것은 왜 일까? 그 상투성에 하도 지쳐서 더는 아무것도 붙잡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늘날 우리의 무기력함이 반영된 것인지 모르겠다.

 

 


  무감각과 무기력을 넘어 ‘해방’을 새롭게 보기 위해 당시로 돌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해방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8월 15일은 동아시아의 누군가에게 해방의 날이었지만 누군가에겐 패전의 날이었으며, 누군가에겐 기쁨이자 희망, 누군가에겐 굴욕이자 절망의 날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지나고 보니 해방이 아니라 또 다른 지배와 피지배의 시작인 경우도 많았으며, 희망과 절망은 교차했다. 많은 사람들은 꿈과 불안을 안고 위기와 기회의 강을 건넜다. 그 경험은 국가나 지역별로 나누어지기도 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도 사람마다 달랐다. 작지만 다양한 ‘해방’을 복원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

 

 

 

  1945년 5월 식민지 조선의 경성에서 영화 ‘사랑과 맹세(愛と誓ひ)’가 개봉됐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선전하는 내용으로 “현존하는 일제시대 선전영화 중 가장 노골적인 군국주의 영화”로 평가 받는다. 이 영화는 이마이 타다시(金井正)와 최인규(崔寅奎)가 공동 감독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인규도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했다. 그로부터 채 2년이 되지 않은 1946년 10월 서울에서 최인규가 감독한 ‘자유만세’가 개봉됐다. 독립운동가의 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로 크게 히트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사이 8.15 해방을 감안하면 내용 변화는 당연하더라도 같은 사람이 감독했다니? 더욱이 관객의 격한 반응은 또 뭐냐, 집단 기억 상실? 아니면 이러 의문을 품는 현재의 우리가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당시 시대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해방 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감독 최인규의 변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 것인가? 사실 이런 변신이야 근현대사에서 너무 자주 봐왔고 대부분의 사례가 그러하듯이 당대부터 지금까지 한편에서 나름의 변명과 옹호가, 다른 한편에선 이런 저런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대조적인 주장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해방 전후 영화계의 상황, 이후 현대사의 흐름과 식민지 기억을 둘러싼 경쟁을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비판하는 측과 옹호하는 측 대부분이 함께 공감하는 ‘속죄 영화’론, 즉 최인규가 식민지 시절 친일 영화들을 찍었던 죄를 씻기 위해 독립운동 영화를 찍었다는 주장에 의문을 가져보자. 영화를 보면 볼수록 변한 건 최인규가 아니라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최인규에게 ‘해방’은 무엇이었을까?

 

  다음으로 격하게 반응한 관객은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가? 자유만세는 해방 이후 상영 영화 중 흥행 수입 제2위였다거나 외화의 공세 속에서 ‘조선 영화’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심어줬다는 보도들로 볼 때 관객의 호응이 뜨거웠던 것 같다. 만원 관객에 대해 ‘속죄 의식’의 발로라는 해석도 있다. 항일운동 영화에 열광하면서 식민지 시절 협력하거나 굴종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에 대한 자책감을 씻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웃고 손뼉 치며 울었던 관객들의 속마음을 알 길 없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들이 본 영화가 항일영화인지 의문이 든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과 의식을 갖고 영화를 보거나 평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시 관객들에게 영화는 무엇이었는지, 그들에게 해방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영화를 통해 알아보자.

 

 


 

정병욱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교수. 한국근대사 전공으로, 경제사, 에고도큐먼트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식민지 불온열전』, 『한국근대금융연구-조선식산은행과 식민지 경제』가 있으며, 엮은 책으로 『식민지라는 물음』, 『일기를 통해 본 전통과 근대, 식민지와 국가』등이 있다.

 

  '영화와 포럼 :해방과 제국의 잔영-한국'은 정병욱 선생님의 강의로 7월 18일(토)16시에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한국

영화 《사랑과 맹서》(최인규 감독, 1945)

        《자유만세》(최인규 감독, 1946)

강연 정병욱(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일시 7월 18일(토) 16시

장소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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