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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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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모임 차별과 폭력을 넘어서 1. 섹슈얼리티

네번째 모임(2015.8.14) 후기

  그들과 친구사이가 되기 위해. 컨그레츄! 레이션~!

 친구사이(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년사』(2014)

 

 문 민 기

 

 

 

성소수자의 비율은 전세계 인구의 10% 정도라고 한다. 물론 성소수자의 비율을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하지만 많은 성소수자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성소수자들을 쉽게 만날 수 없다. 이는 성소수자가 존재하지 않기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한국의 상황 때문이다.

 

혹자는 방송인 홍석천 씨가 TV에 나오는 것을 보며 동성애자가 방송에 나와 탑게이라고 일컬어지는 세상인데, 뭐가 부족하다는 거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서, 지금도 많은 성소수자들은 아웃팅과 여러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홍석천 씨도 스스로 방송에서 커밍아웃을 하고, 몇 년간은 사람들의 폭력적인 시선을 받으며 방송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홍석천 씨가 이렇게 방송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쉽게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얻어진 변화는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4초동회부터 시작된 투쟁의 역사는 친구사이끼리끼리의 역사로 이어졌고, 어느새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사실 나 역시도 말로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과의 연대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들이 싸워온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이론적인 내용이나, 웹툰·영화·드라마 등의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만을 접한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이번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된 친구사이이종걸 사무국장님과의 간담회는 나의 무지를 깰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노란 꽃이 수놓아진 탐나는 예쁜 셔츠를 입고 오신) 이종걸 사무국장님은 친구사이20년 역사를 정말 재미있게 말씀해 주셨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의 역사를 짧은 시간에 설명하시기 위해 말씀하시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지만, 그럼에도 이야기 하나하나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진귀한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친구사이의 역사는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이기도 했기에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활동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흥미로웠다. 그리고 퀴어문화축제, 커밍아웃, 제도화 투쟁 및 정치세력화 문제, 보수기독교계로 이야기되는 차별선동세력/차별조장세력에 관한 이야기도 직접 들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종걸 사무국장님께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가졌던 참석자들 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시간에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들도 제기되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그리고 고민스러웠던 이야기 두 가지를 옮겨보고자 한다.

 

우선 동성결혼으로 주로 이야기되는 동성애자간의 파트너십에 관한 문제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결혼으로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목소리들이 많이 터져 나오면서 이슈화가 되기도 했다. 동성결혼이 이슈화 되면서 동성애자들이 모두 결혼을 원하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잡한 문제가 숨어 있었다. 사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실이 꼭 결혼일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이들이 굳이 결혼이 아니어도 파트너십을 인정받고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결혼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서로 주고받을 수 없다거나, 사고가 나서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할 때 보호자로서의 자격을 행사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있다. 동성결혼을 요구하는 것에는 이러한 한국적 문제와 맥락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동성애자들도 결혼이라는 지옥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결혼식 날, 한국기혼자협회에서 내건 현수막 문구는 이랬다. “주여! 동성커플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따라서 결혼과 같은 제도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생활동반자나 가족구성권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해서 활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게이 커뮤니티 내부의 다양성에 관한 문제이다. 다양성에 관해서는 먼저 게이의 이미지화에 대한 질문부터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는 왜 퀴어퍼레이드나 공연 등에서 몸 좋은 사람만 드러내고, 옷을 벗느냐라는 직설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게이 중에서도 다양한 외형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겠지만 드러내야 하는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이면서 성소수자인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들의 드러내기에 대한 고민도 많다고 들었다.

 

다양성에 관해서는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드러나는 가부장성에 대한 고민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이들은 성소수자이면서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생물학적 남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도 여성혐오는 있을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한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페미니즘 운동이나 레즈비언 운동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 많은 장애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면서, ‘게이라는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있는 이들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사고했던 것을 반성하고,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담회는 당사자들 스스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는 다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같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었다. 그것은 역사학을 공부하는 우리가 이들의 고민과 투쟁의 역사에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과연 역사학이라는 학문을 연대의 도구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넘어서라는 기획모임을 꾸리게 된 것도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그리고 그러한 고민의 답은 아직 찾아가는 중이다.

 

 

 

간담회가 끝나고 나서는 뒷풀이가 이어져 많은 이야기와 고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 부족하지만, 이미 친구사이가 된 듯 화기애애하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뒷풀이 시간이 간담회 시간의 두 배 이상 되었던 것 같다. 그 때 나왔던 많은 이야기들은 직접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만 공유하는 보상으로 남겨두겠다.

마지막으로 그날 배운 건배사를 다시 복습하면서 글을 맺고 싶다. 게이들의 술자리에서 건배사는 이렇게 한단다. 선창하는 사람이 컨그레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레이션~!” 하면서 잔을 부딪치는 거다.

 

역사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어떻게 쓰일지를 고민하면서, 그들과 연대하고 그들과 친구사이가 되기 위해.

 

 

컨그레츄!

레이션~!

 

 


 

 

문민기: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객지생활 13년차.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대학원에서 따끈따끈한 석사논문을 썼고, 앞으로 소수자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는 인연이 닿아 416기억저장소에서 활동 중.

 

 


 

 

 

다음 모임은 1탄 섹슈얼리티의 마지막 모임입니다.

9월 11일(금)에 애너매리 야고스의 『퀴어이론 입문』(여이연, 2012)을 읽고 '최근까지의 퀴어이론 전개'에 대해 이야기나누고자 합니다.

 

마지막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자세한 공지사항은 다음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kistoryblog.tistory.com/124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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