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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정전60주년. 역사, 평화를 이야기하다/행사이야기

[정전협정 60년맞이 평화기행 후기] 일상 속의 전쟁과 평화 (김수지)

"628일부터 72일까지 진행된 평화기행은 정말 살인적이었다."

 

이틀 동안 기행에 참여한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말이다.

(기행의 목적 자세한 내용은 한겨례신문 참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5815.html)

 

   이틀을 겪고 그런 말이 나올 정도니 닷새 내내 함께 , 외국에서 대다수 우리들은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일정만 살인적이었던 아니다. 아마도 이말에 담긴 여러 측면에서 그런 표현이 떠올랐을 것이다. 기행의 목적이 한국전쟁의 과거와 현재를 깊숙히 경험하는데 있었던 만큼 가는 마다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죽음,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은 지극히 일반적이었다. 특히 거창의 박산골 골짜기에서 듣는 전쟁 당시의 잔인함은 주변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환경과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골짜기에는 싸늘한 기운이 돌았고 어떻게 어린아이들 조차 그렇게 무참히 죽음으로 몰아넣을 있는 환경이 조성될수 있었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뿐만은 아니다. 적을 사람이 아닌 괴물로 상정한 냉전과 맞물린 한국전쟁은 아직도 정전협정에 명기된 평화협정으로 종결되지 못했고 그럼으로 인해서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오늘날 까지도 간첩, 좌익사범 등을 신고하라는 안내방송은 지하철에서 마저 일상으로 속속들이 파고들어 있다. 상냥한 목소리는 겉으로의 아름다움과는 대조되는 거창처럼 무시무시함을 품고 있다. 미국에서도 역시 수상한 물건 보면 신고하라는 방송이나 포스터는 있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간첩 어떻게 선별할 것이며, ‘좌익사범 색출하겠다는 공식은 아예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조차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그렇게 일상속에서 전쟁 아닌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평화를 위한 운동 또한 일상적으로 축척 되가고 있다.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마을 등에서 꾸준히 국가폭력에 맞서 평화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주민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고 어둠속에서도 언제나 희망과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있었다. 강정에서 오랜 기간 운동을 하다 지금은 아기를 낳을 어느 활동가가 마지막 눈물을 흘리며 말했듯이, “힘든 운동을 하면서도 생명하나는 건졌다  그래서 살인적 기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없이 모두 열심히 배우고 느낄 있었을지 모른다.

 

  기행 마지막 , 작별 인사를 마치자마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부끄러운 마음에 썬글라스를 끼고 손수건으로 울음소리를 막으려 하니 눈물은 나온다. 버스 차창으로 지나가는 제주도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서글프다. 강화도, 노근리, 거창, 광주, 제주도, 그리고 그외 이름 모를 곳의 한맺힌 혼들이 창밖에서 손짓하는 하다:

 

깊은 오솔길옆 작으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옛날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산 작은 연못” (김민기, “작은연못중에서)

 

  하루 빨리 한반도가 붕어들이 사이좋게 사는 진정한 평화의 연못으로 돌아갈 있기를 바란다.

 

  기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며 다짐한다. 미국사회가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 아닌 현재진행중인 전쟁으로 이해하고 그런 전쟁을 종식시킬 있는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깨달을 있도록 더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고, 활동할 것을.

 

김수지(럿거스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