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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역사비평 & 역사문제연구

역사비평 2014년 봄호 (106호) 소개

 

역사비평 2014년 봄호(106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모든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수준에서 사상과 행동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시기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신세대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고 있고, 이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들은 인간다운 삶에 대한 기대가 난망할 때 사회를 전복적으로 바꾸고자 할 것이다.
 
1950년대 말 철학자 김형석은 인간성의 파멸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생산의 인간 지배’와 함께 ‘악마적 집단의지’를 지적했다. 그가 말한 악마적 집단의지란 ‘잘못된 정치’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쟁’이다. 남북한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토분쟁과 전쟁을 당연시하는 극우 정치 세력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국내적 차원과 동아시아 차원의 깊은 상호관계를 인식하고 국제적인 실천 연대를 강화하며 변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머리에」 중에서
 
 

 

평화는 어떻게 발명되고 쟁취되는가

[특집] 역사속의평화,평화의역사
  21세기 초입, 탈냉전 이후 동북아 질서의 재구축 과정에서 ‘영토분쟁’이 고조되고 ‘전쟁’이라는 망령이 다시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동기, 허수, 정용욱, 남기정, 네 명의 필자가 참여한 이번 특집은 한국 역사학계에서 미개척 분야인 평화사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아울러 한국 및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평화의 발명’이 어떻게 이루어져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동기에 따르면 평화사 발전의 배경은 20세기 후반 냉전과 핵전쟁이 초래한 위기에 대한 서구 역사학계의 의식적 결집과 집단적 노력이었다. 그는 한국의 평화사 연구가 결과주의 역사해석이나 이데올로기적 이상화에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국사회는 짧은 인식과 편협한 정치적 의도를 넘어서는 ‘평화’ 논의를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역사학의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수는 한국 근대사에서 평화론 전개에 큰 계기가 되었던 러일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 기간 ‘평화’ 인식의 변화를 추적했다. 러일전쟁은 국제사회가 일본의 동양평화론을 부정하는 계기가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윌슨의 14개조 선언과 워싱턴회의를 거치면서 드러난 국제사회의 냉혹함은 국제적 공론이나 기구를 통해 평화를 달성하려는 기대를 위축시켰다. 그는 국내적 역량 확보와 국제적 지역연대를 동시에 고려해야 평화 실현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용욱은 6․25전쟁 이전 북한의 평화운동을 분석했다. 북한에서는 1949년 4월에 파리에서 개최된 평화옹호 세계대회를 계기로 대대적인 평화운동이 전개되었다. 남한 정부와 달리 유엔의 승인을 받을 수 없었던 북한 정부는 국제적으로 위신을 높이고 통일 방침의 대외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평화옹호 세계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국토완정을 추진하고 있던 북한은 평화운동을 통일운동과 직결시키고 평화적 통일의 방해 세력 타도가 주요한 과제임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남기정의 글은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와 평화운동의 복잡다단한 전개 과정을 명료하게 정리하며, 감정적 반감이나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경도되지 않고 ‘문제적 일본’을 직시할 수 있게 해준다. 아베 정부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외피를 쓰고 ‘전후 평화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남기정은 일본의 평화주의가 개인의 심성으로 침잠했던 이유가 일본의 평화와 동아시아의 비평화가 대립하며 공존하는 역설의 구조에 있음을, 그리고 이를 해체해야 진정한 동아시아의 평화가 보장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프롤레타리아의 밤’은 어떻게 진화했나
[기획] 아래로부터 역사 읽기
  민중사 또는 아래로부터 역사를 재구성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1980년대 영국 맑스주의 역사가들에서부터 최근 포스트 콜로니얼리즘의 문제의식까지 흡수하며 진행되어왔고, 그 결과 훌륭한 연구성과들이 제출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한국 민중사’가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역비 편집진은 이러한 역사방법론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글쓰기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오제연과 천정환의 글은 둘 다 지식인과 민중의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같지만 ‘아래로부터 역사’가 타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혹은 주체적으로 기록되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오제연은 ‘4월혁명’ 시기 ‘도시하층민’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사실을 주목한다. 자신들의 의사와 요구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차이는 운동방식의 차이를 낳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도시하층민에게는 ‘힘의 행사’가 언어였고, 따라서 이들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밤’에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오제연은 대학생과 지식인이 주도한 혁명의 수습 과정이 시위 공간을 넘어 자신들의 의사를 확산시킬 언어를 갖지 못한 도시하층민들을 혁명주체에서 배제하는 과정이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1980년대 노동자들은 ‘4월혁명’ 시기 도시하층민과 달리 자기 역사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그들의 밤은 ‘4월혁명’ 시기 도시하층민의 밤과 전혀 달랐다. 천정환은 70~80년대 노동자들이 자기 언어와 이름을 갖지 못한 ‘산업노예’적 존재에서 자기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자신감에 찬 존재’로 급변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는 ‘노동자 글쓰기’의 역사적 의미는 일부 뛰어난 노동계급 출신들이 ‘노동문학’ 영역을 개척했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아래로부터의 문학은 무명의 개개인의 집합적 실천이자 ‘앎-혁명’의 잠재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차     례

[책머리에] 새로운 사상과 행동을 갈구하는 시대 / 허은
  
[특집 : 역사 속의 평화, 평화의 역사]
   평화사란 무엇인가? / 이동기
   20세기 초 한국의 평화론 / 허수
   6·25전쟁 이전 북한의 평화운동 / 정용욱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원류와 전개, 그리고 현재 / 남기정
  
[기획 : 아래로부터 역사읽기]
   4월혁명의 기억에서 사라진 사람들―고학생과 도시하층민 / 오제연
   그 많던 ‘외치는 돌멩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1980~90년대 노동자문학회와 노동자 문학 / 천정환
  
[초점]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다시 읽기―출간 50주년에 부쳐 / 김대륜
   정대협 운동사의 현재를 담다―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 박정애
 
 [지금여기]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문제와 대통령 기록물 관리 / 김익한
  
[역비논단]
   G2시대의 중국 사회주의―역사적 관점에서 본 중국의 개혁개방 / 강진아
   폭력 개념에 대한 고찰―갈퉁, 벤야민, 아렌트, 지젝을 중심으로 / 이문영
 
 [서평]
   평범치 않았던 시기, 평범한 사람들의 속삭임
    (올랜도 파이지스 지음, 김남섭 옮김, 『속삭이는 사회―스탈린시대 보통사람들의 삶, 내면, 기억』 1·2, 교양인) / 이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