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연구 37호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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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머리에

 

2016129일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대 반대 56으로 가결했다. 탄핵 가결과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다. 그리고 201731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가결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인용하였다.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된 것이다.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하여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의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검찰조사가 본격화되었고 박근혜는 결국 구속되었다. 최순실 사태, 즉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소위 탄핵정국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탄핵정국의 와중에도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던 역사교과서 국정화작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20161128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을 집필진과 함께 공개했다. 이후 약 한 달 간 인터넷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학계와 교육현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여러 문제점, 특히 졸속 제작으로 사실 관계 자체에 오류가 많고, 친일 문제를 축소 혹은 합리화하며, 시대착오적인 냉전의 이분법 및 대결 논리만을 강요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를 미화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애당초 의견 수렴 절차는 요식일 따름이었다. 요샛말로 답정너’(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너는 그냥 대답만 하면 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현장검토본에 대한 큰 수정 보완 없이 국정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졌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세상에 나왔지만 국민 다수의 여론은 계속 부정적이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마저 국회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 당하자 교육부는 일단 한 발 물러섰다. 20161227일 교육부장관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적용 시기를 1년 유예한다고 밝혔다. 대신 2017년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는 기존의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018년도부터는 국정과 검정을 혼용해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는 2015년 이후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시도 때문에 발생한 모든 문제들을 각급 학교와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일부 학교에서는 혼란과 갈등이 커졌다. 최종적으로 단 1개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쓰는 연구학교 신청을 했으나, 이마저도 법원이 연구학교 지정학교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실제로는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왜 이렇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집착했을까? 또 왜 마지막까지도 무책임하게 모든 문제를 다른 데로 떠넘겨 국정 역사교과서를 여전히 논란거리로 놔뒀을까? 그 정확한 이유는 보다 깊이 있게 따져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특정 세력에 의해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휘둘리는 일이 앞으로 절대 없어야겠다는 사실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인적·제도적 보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져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역사학계가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서 일선 교육현장 및 시민사회와 꾸준히 소통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역사문제연구37호의 첫 번째 특집 <‘국정 교과서문제 이후 기억과 역사서술을 생각한다>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특집은 201610월에 있었던 역사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원고들을 수정 보완해서 묶어낸 것이다. 특집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심포지엄이 열렸을 당시만 해도 탄핵정국이 진행되어 결국 대통령이 파면되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사실상 폐기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당장 국정 역사교과서를 비판하고 그 적용을 막는 것 못지않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역사학계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사문제연구소의 연구자들은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역사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의 주제로 국정 역사교과서 이후의 역사학, 특히 기억과 역사서술의 문제를 잡은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상황이 급변한 현재 더욱 절실해졌다. 역사문제연구37호 특집에 실린 4개의 논문이 향후 우리가 모색해야 할 방향을 완벽하게 제시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유의미한 고민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특집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특집 소개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역사문제연구37호의 두 번째 특집 <불안: 구조감지주체의 역사>20172월 역사문제연구소와 상허학회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원고들 가운데 절반 정도를 수정 보완해서 묶어낸 것이다. 최근 한국근현대사 연구의 특징 중 하나가, 국문학계에서 관련 연구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제간 벽이 높은 한국 학계의 현실로 인해, 역사학계의 연구와 국문학계의 연구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문제연구소는 30년 전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학제간 벽을 넘어서고자 노력했다. 역사학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에도 이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마침 국문학계에서 활발하게 근현대사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상허학회가 먼저 공동 학술행사를 제안해 와 이렇게 소중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공동 심포지엄 당시 발표된 7편의 원고 중 역사문제연구에는 3편이 실렸는데, 나머지 4편은 상허학회에서 간행하는 학술지 상허학보에 곧 실릴 예정이다. 이 특집은 학제간 벽을 뛰어넘으려 한 첫 번째 시도의 결과물인 만큼, 앞으로 보다 심화된 소통과 교류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특집의 주제(‘불안’)에 대한 설명과 구체적인 논문 소개는 역시 특집 소개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역사문제연구만의 특별한 기획으로 자리매김한 저작비평회, 이번에 노관범 교수의 기억의 역전전환기 조선사상사의 새로운 이해(소명출판, 2016)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책의 부제가 잘 보여주듯이,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개항기라고 부르는 근대 전환기의 사상, 특히 유교사상의 존재양상과 이후 변용을 다루고 있다. 근대주의에 의한 유교 전통과 서양 근대의 이분법으로는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 다양한 논점들에 대해, 저자와 토론자, 사회자, 청중들이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토론 말미에 신채호의 ()’비아(非我)’의 개념을 둘러싸고 벌어진 열띤 논쟁은 사상사 연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유익한 말씀을 해 주신 저자, 토론자, 사회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이번 37호에는 연구논문으로 4편의 논문을 실었다. 일제강점기 개성 시변(時邊)의 변동 고찰 (양정필), ‘제국의 브로커아베 미쓰이에(阿部充家)와 문화통치 (이형식), 1950년대 신해방지구개성의 농업협동화10월 농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이준희), 195060년대 엘리트 지식인의 빈곤 담론 (황병주) 모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록된 논문들이다. 각 논문이 한국 근현대사 연구를 보다 풍성하게 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장신 편집위원이 지난 36호에 이어 이번에도 1970년대 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자료를 소개 및 해제하는 글을 실었다. 이번에 소개 및 해제한 자료는 19735월 제출된 <국사 교육 강화를 위한 건의내용(2)>으로서, 박정희 정부의 국정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확정되는 시점에 나온 자료라는 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오늘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도 연관된 중요한 자료들을 발굴하여 학계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계시는 장신 편집위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역사문제연구편집위원회가 기획한 여성혐오관련 집담회를 지상 중계했다. 역사문제연구는 이미 201635호에서 혐오관련 특집을 기획한 바 있었다. 오늘날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는 다양한 혐오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그것을 좀 더 역사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이번 37호의 집담회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역사문제연구소 안팎의 젊은 역사연구자들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고, 무엇보다 연구자 스스로가 발 딛고 있는 연구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관련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이것이 혐오 문제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키워주고, 역사적이고 학술적인 접근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집담회 기획에 앞장서 주신 장미현 편집위원과 참여해주신 모든 연구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역사문제연구는 여성혐오를 비롯한 혐오 전반의 문제를 계속 의제화 시켜나갈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 앞에 들어갈 때쯤에는 이미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 있을 것 같다. 이변이 없는 한 새 정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 교과서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교과서 검정제도의 유지나, 관련 기관의 재편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수는 없다. 이미 많은 제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말고 또 멈추지도 말고 우리의 지혜를 모아나가자.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처음 추진되었을 때 현재의 상황을 예측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역사문제연구도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 길에 앞장서겠다. (오제연)

 

 

*** 목차

 

책머리에

 

특집 1: 국정 교과서문제 이후, 기억과 역사 서술을 생각한다

박정희정권기 역사교육학계의 민족주체성 인식과 국사교육 강화 / 이봉규

8, 90년대 진보적한국사학계의 올바른 역사인식이라는 자기규정 / 전영욱

국민에서 시민으로-새로운 동아시아사 인식의 가능성과 의미를 찾아서- / 신주백

역사교과서와 지역사, 기억의 굴절-‘울산공업센터의 역사와 기억을 중심으로 / 허영란

 

특집 2: 불안 - 구조, 감지, 주체의 역사

가면을 따라 걷기-전시체제기 어느 전화교환수의 일기(1941~1942)와 피식민지민의 내면’ / 양지혜

냉전과 ()월북 의제의 문화정치 / 이봉범

1960~70년대 증대하는 유동성과 불안, 그리고 위험 관리로서의 사회개발 / 정무용

저작비평회

유교 전통과 서양 근대의 이분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노관범, 기억의 역전-전환기 조선사상사의 새로운 이해 , 소명출판, 2016.

 

연구논문

일제강점기 개성 시변(時邊)의 변동 고찰 / 양정필

제국의 브로커아베 미쓰이에(阿部充家)와 문화통치 / 이형식

1950년대 신해방지구개성의 농업협동화10월 농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 이준희

195060년대 엘리트 지식인의 빈곤 담론 / 황병주

 

자료소개

해제-국사 교육 강화를 위한 건의내용(2)/ 장신

 

집담회

젊은 역사연구자들이 바라본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