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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블로그는 사단법인 역사문제연구소의 블로그입니다.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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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31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문제연구는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머리말

 

  20144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였다. ‘전원 구조라는 초기보도는 어이없는 오보였고, 실제로는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 학생 일행을 포함한 대다수의 승객들을 선내 대기시킨 채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탈출한 충격적인 침몰사고였다. 악몽과 같은 상황은 연일 계속되어갔다. 해경은 우물쭈물대며 구조작업의 황금시간대를 놓쳤고,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의 바램을 정면으로 배반하며 구조없는 구조 활동만이 지속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승객을 더 많이 싣기 위해 배를 구조변경한 점, 화물을 더 많이 싣기 위해 평형수를 적게 넣고 출항한 점, 해양관료들과 해운업체 사이의 끈끈한 유착관계로 불법 운항의 관행 등이 묵인되어온 점 등 기성세대의 과욕과 부조리 위에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다수의 승객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다.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바지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한 채 유유히 구조선에 오른 선장이 내리자마자 젖은 지폐를 말리고 있었다는 보도내용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선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한 그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포기한 예외적 개인인 동시에 삶의 기준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데 정향되어 있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인간상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체제를 지탱하도록 하는 주체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잘 살아보자는 미명 아래 성장의 한 길로 달려온 한국인들이 성장의 결실에 취해 어렴풋이 선진국 의식에 만족하고 있는 사이,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지는 않았는가. 10대는 대입을 향해, 20대는 취업의 관문을 뚫기 위해 경쟁지옥 속에서 젊음을 희생하고 맹목적으로 주어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경쟁사회에서 성장지상주의적 삶을 강요하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세월호의 악몽으로부터 어쩌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지구온난화, 황사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은 산업화 이후의 자본주의적 생활양식과 성장지상주의발전주의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디스토피아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발전해왔는가? 혹시 그 신념에 기반한 지식(권력)의 작동 효과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가?’, ‘과연 우리는 진보(進步, Progress)”라는 가치를 계속 추구해야 하는가?’, ‘진보역사학자들이 믿어온 진보의 기의는 이미 화석화되어 가고 있거나 보수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진보의 개념과 그 실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등 작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번 역사문제연구 31호는 진보역사학계의 자기성찰을 모색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은 기획들로 구성되었다. 그 성찰과 비판의 대상은 여기 수록된 글을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필자들과 기획 참여자 자신의 사유와 글쓰기를 포괄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집1: ()식민 역사학의 주체와 방법>은 지난 20131116일에 개최되었던 역사문제연구소 정기심포지움에서 발표된 글들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구성되었다. 이 심포지움 기획의 문제의식은 당시 어느 토론자의 표현을 빌자면, ‘탈식민 역사학의 시선으로 반()식민 역사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사학사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근현대 역사학은 식민사학의 극복을 목표로 정립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한국 근현대 역사학의 자기정립 과정은 식민사학의 의제를 근대적지표에 맞추어 그 주체를 뒤집어놓은데 불과하다는 측면에서 식민주의의 극복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선 식민사학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한국사학계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한국사학계 내에서는 워낙 강력하게 작동해온 당위적전제를 건드리는 것이어서 다분히 도발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이 특집에 수록된 글들이 과연 얼마나 도발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이 내려주실 것으로 믿는다.

 

  장용경은 한국 근현대 역사학의 반식민 주체와 역사의 정상화에서 그동안 식민사학의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역사학계가 한국사 속에서 발전성내재성을 증명하고자 노력해온 것이 동등함 또는 정상성에 대한 강박적 추구의 발로였을지도 모른다며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하였다. 김종준은 한국사학계 반식민 역사학 정립 과정에서 실증사학의 위상 변화에서 식민사학과 공모해온 실증사학에 대해 민족사학은 비판배제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지만, 민족사학자들은 필요에 따라 실증사학을 소환하여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왔음을 밝혔다. 홍종욱은 ()식민주의 역사학에서 반()역사학으로에서 세계사의 기본법칙에 입각하여 식민지=아시아의 주체성을 옹호했던 동아시아 전후 역사학의 자장 속에서 북한역사학은 일국사적 발전론을 통해 정립되어왔지만, 사회주의적 애국주의와 주체사상을 강화하면 할수록 반식민주의의 문제의식은 형해화되고 반역사학으로 귀결되고 말았음을 분석하였다. 이 특집의 문제제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 역사학과 역사서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인식 지평을 열어나갈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특집2: 일제시기 지역사회의 변화와 지역정치>는 지난 20131130일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주최 워크샵 일제시기 지역사회와 공공성에서 발표된 논문 2(한상구, 허영란)에 추가로 새 논문 1(이용기)을 보태어 구성한 것이다. 이 세 편의 문제의식은 동일하지 않으나, 집합행동읍면협의회주민운동사회운동 등을 매개로 일제시기 지역정치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특징을 지닌다. 한상구는 일제시기 지역주민의 집합행동과 공공성에서 윤해동 등의 식민지 공공성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상구는 주민대회 등을 통해 공공성을 민중 스스로 창출하고 있는 점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제시기 공공성에 부착되어 있던 식민지성을 떼어내고 현대 한국 시민사회 공공성의 연원으로 위치지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부분적 반론은 특집 말미에 수록된 황병주의 논평문 빙공영사(憑公營私)와 민중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허영란은 일제시기 읍면 협의회와 지역정치에서 식민지 조선인들이 조선총독부가 내세우는 공공공익의 장을 재전유해 현실의 차별해 대응해나갔던 지점과 1930년대 지역사회운동과 지역정치의 퇴조에 맞물려 식민통치가 면 협의회등을 매개로 재강화되는 상황을 분석하였다. 이용기는 일제시기 지역 사회운동의 주도세력 변화와 그 함의-전남 장흥군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지역 사회운동을 통에서 근대로’, ‘부르주아적 계몽주의에서 사회주의로와 같은 식의 단선적 발전론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문제시하며, 지역사회운동은 전통적 권위질서의 결을 타고 발전하기도 하고 양반적 성향의 세력에 의해 사회운동의 이념적 급진화가 주도되기도 하는 등 보다 복합적으로 해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30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저작비평회를 지상중계하는 코너를 마련하였다. 이번호에는 식민지 불온열전(정병욱 저, 역사비평사, 2013)을 비평 대상으로 삼아 식민지 불온의 정치적 함의, 이야기체 역사서술의 난점과 가능성 등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수록하였다. 치밀한 비평과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해주신 비평자(이혜령, 조형근, 이기훈)와 감기 몸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응답해주신 저작자(정병욱)에게 감사드린다.

 

  특집 이외에 이번호에는 6(박종린, 최우석, 윤상현, 홍양희, 고태우, 송은영 저)의 연구논문을 수록하였다. 이번호에도 새로운 연구분야나 연구주제를 개척하는 연구,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시도하는 연구,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문제제기를 던지는 연구들로 가득하다. 역사문제연구는 기존의 학계 문법을 다소 위반(?)하더라도 실험적이고 참신한 연구들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할 계획이다.

 

  현실비평에는 한영인의 영화 <변호인>이 불편한 이유를 수록하였다. 이 글은 한영인이 같은 주제로 프레시안지에 기고하였던 칼럼(영화 <변호인>이 말하지 않은 것들)을 보완하여 쓴 비평문이다. 영화 <변호인>을 매개로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재현인식되고 소비되는 방식 자체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어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뒷담화라는 제명을 달고 있어서 제일 말미에 수록하였으나, 이번호 기획 결과물 중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파격의 1순위는 단연 집담회: 전장(戰場)의 한 귀퉁이에서-젊은 연구자들의 한국사 교과서 논쟁 뒷담화이다. 이 집담회는 지난해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 파동을 둘러싼 역사학계의 대응에 관한 후일담이자, ‘뉴라이트의 공세에 대한 즉각적 대응 필요라는 상황논리진영론 속에서 소멸되어 버린 문제들 즉, 진보역사학계의 자기성찰 부재와 역사교육을 매개로 국민적 주체를 생산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영민한 독자라면 지난해 교과서 파동에 임했던 역사문제연구소의 공식적 대응방식과는 다른 결의 목소리들을 역사문제연구소의 젊은 연구원들이 웅얼거리고 있어 참으로 불온한(!)’ 기운이 이 집담회에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작비평에서 정병욱이 말한 ‘B급 자세가 이 집담회 속에 충만하다는 것 또한 예리한 독자라면 간파하였을 것이다. 흡사 논문제조공장과도 같은 학제시스템과 권위주의엄숙주의로 숨 막히는 학계 풍토 속에서 역사문제연구가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편집위원회는 불온충만한 기획을 앞으로도 이어가고자 한다

 

 (이상록)

 

 


목   

머리말

 

<특집 1 : 반(反)식민 역사학의 주체와 방법>

장용경, 「한국 근현대 역사학의 반식민 주체와 역사의 '정상화'」

김종준, 「한국사학계 반식민 역사학 정립과정에서 실증사학의 위상 변화」

홍종욱, 「반식민주의 역사학에서 反역사학으로 - 동아시아의 '전후 역사학'과 북한의 역사서술」

 

<특집 2 : 일제시기 지역사회의 변화와 지역정치>

한상구, 「일제시기 지역주민의 집합행동과 '공공성'」

허영란, 「일제시기 읍·면 협의회와 지역정치 - 1931년 읍면제 실시를 중심으로」

이용기, 「일제시기 지역 사회운동의 주도세력 변화와 그 함의 - 전남 장흥군 사례를 중심으로」

황병주, 「<논평문> 憑公營私와 민중 - '일제시기 지역사회의 변화와 지역정치' 논평」

 

<저작비평 : '불온'한 자들의 삶, 어떻게 역사로 이야기할 것인가>

- 정병욱 저, 『식민지 불온열전』, 역사비평사, 2013 [토론: 이혜령, 조형근, 이기훈 / 사회 : 장신]

 

 

<일반논문>

박종린, 「'조선사'의 서술과 역사지식 대중화 - 황의돈의 『중등조선역사』를 중심으로」

최우석, 「재일유학생의 국내 3.1운동 참여 - 「양주흡 일기」를 중심으로」

윤상현, 「1920년대 초반 식민지조선의 자유주의와 문화주의 담론의 인간관·민족관」

홍양희, 「'법'과 '혈'의 모순적 이중주 - 식민지시기 '사생아'제도의 실천, 그리고 균열들」

고태우, 「일제 식민권력의 재해대책 추이와 성격」

송은영, 「비평가 김현과 분단에 대한 제3의 사유

 

<현실비평>

한영인, 「영화 <변호인>이 불편한 이유」

 

<집담회> 전장(戰場)의 한 귀퉁이에서 - 젊은 연구자들의 한국사 교과서 논쟁 뒷담화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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