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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해방 70주년 연속기획]해방

 

해방이 가져온 실어증

 

2015.8.27.

백지운(白池雲)

 

 

동아시아에서 제2 대전의 종결을 알린 8.15는 또 다른 억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 복잡한 현대사를 예고한다. 일제의 식민은 종결되었지만 한국, 일본, 대만의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반공이라는 강력한 이념을 앞세운 냉전사가 시작되었다. 네이션 빌딩 프로세스 속에서 만들어진 국민들. 이들은 식민지 시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훈육되었고 식민지에 대한 기억과 서사 또한 국가의 네이션 빌딩 프로세스 속에서 새롭게 구축되었다.

 

1894년 청일전쟁의 패배로 일본의 식민지가 된 대만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1945년 일본 패망과 함께 해방을 맞았다. 대만을 경험해 본 한국 사람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은 대만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친근감이다. 한국보다 더 오랫동안 식민지를 겪었음에도 반일은 고사하고 2000년대 한류가 오기 전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일본문화가 대만의 젊은 층과 대중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왜 한국과 같이 식민지를 겪었음에도 대만이 일본 식민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은 우리와 이토록 다른가. 여기에 대만의 해방이 갖는 복잡성이 있다.

 

우녠전의 <또오상(多桑, Borrowed Life)>(1994)은 대만 뉴웨이브 중 일본 식민지 잔재를 다룬 첫 영화이다. 1990년대 대만 영화의 존재를 전세계에 알렸던 뉴웨이브의 성장에는 국민당 권위주의 통치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1980년대라는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 있었다. 특히 1987년 계엄 해제 이후, 식민지와 해방을 (국가가 아닌) 개인의 기억에 의거하여 말하는’ <또오상> 같은 영화가 비로소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또오상이란 아버지의 일본어 발음이다. 주인공 또오상은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일본식 교육을 받고 곧이어 국민당 권위주의 통치 속에 평생을 살았던, 그 시대 전형적인 대만인 아버지의 표상이다. 영화를 보면 느끼겠지만 주인공 또오상은 볼수록 문제적인 인물이다. 아들인 원지엔의 눈에 비춰진 또오상은 한편으로는 일생 가족에게 존중 받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이지만, 다른 한편 영화 전편에서 우리는 원지엔이 또오상에 보내는 짙은 향수와 그리움에 마음이 애잔해진다. <또오상>은 감독 우녠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아니, 그 세대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제사일지 모른다.

 

이토록 우스꽝스러울 만큼 무능한 아버지를 작가는 왜 그리 못내 그리워하는가. 이를 묻기 위해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 무엇이 또오상을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거세시켰는가이다. 그것은 바로 해방과 함께 찾아온 국민당 통치시대이다. 1987년 계엄해제 이후에야 비로소 정면으로 물을 수 있게 된 이 질문 국민당 통치시대가 대만인에게 무엇이었는가 은 대만이 일본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라는 질문과 대만인의 무의식의 깊은 층에 복잡하게 착종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의하여 보아야 할 지점은 언어이다. 해방 후 국민당의 네이션 빌딩 프로세스에서 철저하게 거세된 또오상의 무기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일본어와 민난화(閩南話)를 말하는 또오상은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인 푸통화(普通話) 교육을 받는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된다. 푸통화로 구축되는 대만의 근대성 속에서 말할 자격을 박탈당한 또오상은, 자기의 언어로 표상되지 않는 낯선 세계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왜 이 작품의 영문 제목이 ‘Borrowed Life’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타박을 받을 때마다 사라진 내 청춘이여라며 처량하게 읊던 그의 노래자락을 음미해 보는 것도…….

 

언뜻 보면 또오상은 평범한 인물이다. 종종 한국의 아버지 상을 떠올리게 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국민당 통치 시대에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던 전복적 국민상이라는 점에서 또오상은 문제적인 인물이다. 한 개인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잔잔한 작품 저변에 대만의 해방과 근대성을 향한 도전적인 시선이 무겁게 감지된다. ‘또오상의 문제성은 대만의 해방과 근대성의 문제성인 것이다.

 

 


백지운(白池雲)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중국 현대문학을 전공했고, 최근의 관심 주제는 동아시아 문화사상의 연쇄이다. 논저로는 “East Asian Perspective on Taiwanese Identity”(2010), 근대 중국의 아시아 인식의 문제성(2012), 네이션 너머의 통일 : 타고르의 내셔널리즘 비판의 아포리아(2015) 등 다수. 제국의 눈(2003), 일본과 아시아(2004), 리저널리즘(2008) 등을 공역했으며, 위미, 시간, 귀거래등의 중국 문학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영화와 포럼 : 해방과 제국의 잔영_대만'은 백지운(白池雲) 선생님의 강의로 8월 29일(토)에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대만

강사 백지운(白池雲,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일시 8월 29일(토) 16시

장소 역사문제연구소 관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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