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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역사비평 & 역사문제연구

역사비평 105호(2013년 겨울호) 소개

 

역사비평 2013년 겨울호(105호)가 나왔습니다.

 

본 역사비평은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 받아보시거나, 시중의 서점을 통해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연구소에서는 전자를 추천해드립니다. :)

 

 


 

 

최근 몇 년의 경험은 우리사회에 ‘역사 이후의 시간’은 도래하지 않았으며, ‘운동의 시간’이 지나가지도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최근 벌어진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 논쟁은 오히려 다방면에 걸쳐 조직적이고 집요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쪽은 과두제 세력이라는 점을 뚜렷이 입증하고 있다. 그러니 아마 문제는 다시 우리 스스로 역사의 시간, 운동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기존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좀 더 철저하고 급진적인 민주화운동,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민주화 운동만이 지금의 반동이 파시즘으로 전화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극우 교과서의 ‘역사쿠데타’로부터 민주주의를 구출하라
[특집] 거꾸로 가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지난 8월 30일 교학사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의를 통과한 이후, 이 교과서는 지금까지 끊임없는 논란과 비평의 중심에 놓여 있다.

 

  먼저 지수걸은 교학사판 <한국사>의 논리와 책략을 다룬다. 그에 따르면 교학사판 교과서는 교과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며, 오직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수구 권력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려는 노골적인 의도만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이 교과서가 일제나 독재 세력에 대한 유구한 저항의 흐름을 무시하고 있으며, 역사를 비판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교학사판 교과서의 맹점과 오류를 따지는 일은 이준식이 맡았다.

 

  이준식은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를 ‘역사 쿠데타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교과서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부분인 일제강점기에 관한 서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이준식은 특히 일본의 극우 사관을 대표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한국 뉴라이트의 ‘교과서포럼’의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후쇼사 교과서와 교학사판 교과서는 한일 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역사의 극우화 경향의 두 상징이라고 역설한다.

 

  홍석률은 냉전적인 사고방식으로 불구화된 자유주의관을 문제 삼았다. 교학사판 교과서는 뉴라이트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이념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본래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반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 및 다양성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냉전 시기의 반쪽짜리 자유민주주의의 지속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7종의 검정 교과서들을 좌경 용공 교과서로 몰아붙이는 교학사판 교과서 저자들의 주장은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일관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직접 가르치는 김민수는 검정 교과서 도입 이후 학교 현장에서 역사 교육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서술하면서 검정 제도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검정 교과서는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강점이지만, 이명박 정권 및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교과서 선택권이 일선 교사에서 정치권의 압력을 받은 교육청 및 학교장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서는 검정 제도의 내실을 기하면서 역사 교육의 중립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네 명 필자의 글을 통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교학사판 교과서는 보수 우파의 역사관을 담고 있는 편향된 교과서이기 이전에, 여러 오류와 사실 왜곡, 친일과 독재의 미화 등으로 점철된 수준 미달의 엉터리 교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교과서 논란을 빌미로 과거의 국정 교과서 체제로 돌아가자고 부추기는 일부 수구 언론의 행태는, 편향과 왜곡으로 점철된 교학사판 교과서와 거기에 깔려 있는 극우파 역사관을 이 기회에 한국의 공식적인 역사관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역사적 퇴행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동력, 포퓰리즘을 다시 생각한다
[기획]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현재 한국 사회에서 포퓰리즘은 주로 보수 여당이나 우익 언론에 의해 복지 정책을 비난하기 위한 수사법적 용어로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용어법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운동에서 유래한 포퓰리즘의 역사와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현재 서양 학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포퓰리즘 연구의 방향과도 배치된다.


  김은중은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의 역사를 재구성하면서 포퓰리즘에 대한 우리의 이해 방식이 얼마나 왜곡되고 천박한 것인지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의 좌파 민중 정권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포퓰리즘 정치는 대중 영합적 선동 정치가 아니며, 오랫동안 외세와 지주, 독점 자본에 시달려온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해방 의지의 표현으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 의미에서 포퓰리즘 정치는 적어도 라틴아메리카의 맥락에서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실험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점이다.

 

  장문석은 베를루스코니와 북부동맹의 포퓰리즘을 분석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포퓰리즘의 독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정치 및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이탈리아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포퓰리즘은 무엇보다 정상 국가로의 복귀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 포퓰리즘은 정치 계급의 권력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민주주의적인 경향을 띠고 있지만, 베를루스코니의 통치를 경유하면서 권위주의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논점이다.

 

  진태원은 2000년대 한국 정치가 포퓰리즘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현재 서양 학계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포퓰리즘 연구를 소개한 뒤, 그것이 한국 정치를 인식하는 데 어떤 의의가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라 조건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포퓰리즘에서 말하는 ‘피플’은 1980년대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중심 개념이었던 ‘민중’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단 이때의 민중 개념은 다원적이고 저항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동서양 당대의 대가들, 본격 서평으로 만나기
[기획서평] 미야지마히로시/자크랑시에르

  평생 한국사 연구에 매진했으며 올해 자신의 한국사 연구를 총괄하는 두 권의 저서를 출간한 일본 학자 미야지마 히로시의 업적을 기리고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본의 후배 연구자이자 동료이기도 한 이타가키 류타는 미야지마가 역사학자로서 보기 드물게 독자적인 사관을 정립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 그의 한국사 및 동아시아 근대에 관한 연구에 대해 총괄적인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왕현종 역시 미야지마의 두 책의 특징을 동아시아 비교사에 대한 추구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타가키와는 다소 다른, 또 조금 더 비판적인 시각에서 저작을 평하고 있다. 두 필자의 결론이 어찌되었든, 40여 년에 걸친 한국사 및 동아시아사 연구를 통해 한국 역사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제기한 것은 미야지마 히로시의 부인할 수 없는 공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기획서평은 최근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를 다뤘다. 프랑스철학을 전공한 박기순은 서평의 제목을 ‘잊혀진 이름의 귀환’이라고 붙였다. 이는 1965년 저 유명한 <자본을 읽자&>(루이 알튀세르 외)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뒤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1990년대 이후 서양 인문사회과학계에서,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동시대의 사상가로 떠오른 랑시에르를 지칭하기에 적절한 제목이다. 서평은 랑시에르 사상의 전개 과정을 재구성하면서 왜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망각되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왜 그토록 주목받는 사상가로 떠오르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해명하고 있다.

 

 

 


 

< 목 차 >

 

 

[책머리에] 역사의 시간, 운동의 시간 / 진태원


[특집 거꾸로가는교학사한국사교과서]
  교학사판 『한국사』의 논리와 책략 / 지수걸
  한국 역사 교과서인가, 아니면 일본 역사 교과서인가―일제강점기 서술 비판 / 이준식
  냉전적 역사 서술과 상처받은 자유주의―현대사 서술 비판 / 홍석률
  역사 교육 현장에서 본 검정제 역사 교과서 / 김민수


[기획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을 다시 생각한다―민중 개념의 재구성과 급진민주주의

  / 김은중
  이탈리아의 ‘정상 국가’ 담론과 포퓰리즘―파시스트 포퓰리즘에서 ‘포스트모던’

  포퓰리즘으로 / 장문석
  포퓰리즘, 민주주의, 민중 / 진태원


[기획연재 21세기 역사학을 찾아서 ⑤ 냉전사 Ⅱ]
  냉전의 다양한 모습 / 권헌익
  동아시아 냉전의 세 가지 평화 모델―판문점, 제네바, 반둥의 평화 기획 / 김학재
  초점 홀로코스트에서 반유대주의 지우기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둘러싼 논쟁 50년 / 송충기


[기획서평 ① / 미야지마 히로시]
  동아시아의 근대를 둘러싼 모색의 기록

   ―『나의 한국사 공부』와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를 읽고 / 이타가키 류타
  동아시아 비교사의 방법과 의미―미야지마 히로시의 동아시아 근대사론 / 왕현종


[기획서평 ② / 자크 랑시에르]
  자크 랑시에르, 잊혀진 이름의 귀환―국내의 랑시에르 연구 현황 / 박기순


[서평]

  어떤 특별한 이주민들과 대면

  (신현준 엮음, 『귀환 혹은 순환―아주 특별하고 불평등한 동포들』, 그린비) / 이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