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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세이] 도시락밴드, 일상이라는 전장

 

  나는 지금 카페에 앉아 있다. 꽤 넓은 이 곳엔 그 넓이 만큼 많은 테이블과 사람들이 있고, 그 만큼 많은 목소리들이 있다. 친구,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온 이들의 목소리는 경쾌하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바깥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말쑥한 차림을 한 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주보며 웃는다. 슬픔 따위는 없어 보인다. 그런 게 어디에 있단 말인가? 모두가 웃고 있다.

 

슬픔은 어디로 갔을까? 모든 아픔과 고통은 마치 정기적으로 수거되는 쓰레기 봉지처럼 어딘가로 옮겨진 걸까? 우리는 수거된 쓰레기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슬픔이 옮겨간 자리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만 보인다. 휠체어를 탄 사람, 한 쪽 팔이 없는 사람,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예전에 노숙인들이 많이 모이던 어느 지하도의 빈 공간에는 세련된 조명을 갖춘 빵집이 들어섰다. 빈 터는 더 깨끗해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었다. 노숙인들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흩어졌다.

 

낡은 집들이 빽빽하게 있던 산비탈의 동네에는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그곳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가재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깨진 유리창과 마구 던져진 가구들. 나는 마치 시가전이 벌어진 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투는 이미 끝났다. 나는 아마도 격렬했을 그 광경을 떠올릴 뿐이다. 전장은 사라진 듯 보인다. 아니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일까? 우리는 전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느껴지는 일상 속에 있다. 아마도 전투가 끝난 곳에 세워졌을, 벽이 세워진 공간 안에서 우리는 평화로운 일상을 산다. 전투가 끝난 이 곳에는 기념비가 없다. 우리는 그 전장을 알지 못한다.

 

이제 전장은 어디론가 가버린 것인가? 아니,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우리의 시선은 움직이는 것에 포획되어 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들어오는 버스 번호판에, 횡단보도에서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신호등에,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바뀌는 숫자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 것처럼. 우리는 옆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한다. 우리의 감각은 이 도시가 구성한 리듬에 맞추어져 있다. 감각을 잃어버린 우리는 전장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전선은 다른 어딘가에서 그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순간순간에 편재해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우리가 서있는 이 무대에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전장 속에 있다. 이것은사는 게 전쟁이다와 같은 비유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우리가 사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전장을 준비하는, 아니 바로 그 전장이기 때문이다. 

 도시락밴드

 

도시락밴드. 본 사진은 2011년 11월 30일 클럽 빵에서 있었던 '콜트콜텍수요문화제' 사진 중 하나입니다. 본 사진의 저작권은 '콜트빨간모자'님에게 있습니다.

@ 도시락밴드는

7월 20일(토) 18시부터 북촌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닫는공연> 평화를 노래하다에서

공연을 해주실 예정입니다. 많이들 오셔서 같이 평화를 노래해보아요 :)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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