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혁개방과 체제전환의 방향을 미리 점쳐본다

포스트사회주의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최근 북미관계남북관계에서 일어나고 있고이로 인해 북한 개혁개방의 전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단편적이지만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북한에도 자본가와 비슷한 집단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이로 인해향후 북한 체제전환의 방향과 관련해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북한 개혁개방에 미칠 영향력과 참조점이라는 측면에서각국의 포스트사회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에 대한 분석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일 것이다.

<역사비평>은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포스트사회주의 국가자본가의 탄생이라는 특집을 준비하게 되었다사회주의 국가들이 처한 국내외적 조건은 매우 다양했지만이번 특집은 포스트사회주의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본가 탄생의 메커니즘과정구조주체에 초점을 맞춰서최대한 비교사회주의 관점에서 사유화’ 혹은 민영화가 이루어진 방식과 경로국가와 자본가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 특집에서 다루는 국가들은 소련중국동독쿠바카자흐스탄베트남그리고 북한 등이다겨울호에는 그 1회차로 중국과 쿠바카자흐스탄이 다뤄졌다각 국가별 집필자는 해당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아무쪼록 이 특집을 통해 독자들이 북한 개혁개방을 예측하고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역사적 경험으로서 포스트사회주의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돋보기로 들여다본 산업화와 개발의 시대

1950~60년대 한국 경제와 이방인들


겨울호 첫 번째 기획은 1950~60년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 외국인들에 대한 연구이다.

한봉석은 1940~50년대 미국 대외원조의 현장에 등장한실무형 근대화론자들과 그 대표격인 윌리엄 원을 주목했다이들은 저개발국에서 산업개발이 아닌 보건위생교육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고삶의 질 유지를 우선시하는 낮은 수준의 근대화를 중요한 원조의 목표로 삼는 이들이었다결론적으로 1950년대 미국의 대한 원조 정책은 저개발국인 한국에 적합한 형태의 개발원조가 아니라 여전히 전후복구적 성격이 강했다. 이동원은 전쟁영웅의 이면밴 플리트의 대한 민간투자 유치 활동을 소개했다밴 플리트는 한국전쟁기 미 제8군 사령관으로서 한국군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었으며, 이승만 정부의 북진과 한국군 증강에 동조하고 박정희의 5·16 쿠데타를 지지하는 등 미국에 맞서는 친한파 미국인으로서 권력 최상층부의 신뢰를 얻었다그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민간자본 투자를 중개했다이는 미국의 대한정책 기조와 민간기업의 이윤 추구밴 플리트의 사적 이해그리고 국외 민간투자 유치를 필요로 했던 한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러나 대한 민간자본 투자의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밴 플리트의 투자 중개인으로서의 한계로 인해 그러한 민간투자 유치는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이정은은 1950년대~1970년대의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 과정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국제 무역상 아이젠버그의 한국 내 활동을 살펴보았다아이젠버그는 대외 무역이 제한적이었던 1950년대 한국에 중개 무역업자로 진출한 뒤 미국의 대한원조 감소와 더불어 차관 도입이 개시되는 1960년대부터 한국이 세계 경제 질서에 미숙했던 초기 조건에서 반사 이익을 얻으며 대표적 차관 중개업자로 부상했다한국의 외자도입 조건이 호전된 이후에는 한국으로의 직접투자는 물론현금(외화차관 등 새로운 외자 형태를 앞장서서 들여왔다그러나 아이젠버그는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만큼 논란도 많았던 인물이다그의 외자도입 사업은 과도한 차관 수수료부실건설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에 끊임없이 휘말렸다특히 박정희 정부와는 광범위한 불법적 결탁을 의심받았다정책과 혁신의 성과로 설명되기 쉬운 당시 고성장에는 이러한 노골적이고 불법적인 이해 추구가 맞물려 있었고이는 공식’ 경제를 떠받치는 또 다른 한 축이었다.

 

 

 

여말선초 연구를 새로운 논쟁의 공간으로

조선 건국과 왕조교체 시기에 대한 또 다른 관점

 

두 번째 기획은 <역사비평>이 지난 1년간 지속해왔던 여말선초 시기 왕조교체의 성격을 다룬 기획연재에 대한 반론혹은 또 다른 입장을 묶어낸 것이다장지연은 왕조 교체를 통해 연속과 변화를 다루는 데 연구방법론상 주의해야 할 점들을 꼽았다. 첫째사상-사회경제적 기반-국가 지향 등은 일원적으로 연동하지 않기 때문에 시기 구분을 염두에 둔 분석을 위해서는 이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둘째변화와 연속을 판단하기 위해 정책의 의도와 결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셋째 모든 사안이 이전 시기 경험의 축적과 연속성 위에서 일어나지만 그 질적 변화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다왕조교체의 연속성과 변화에 대한 연구들은 여전히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므로연구방법론상의 섬세함과 이론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도현철은 성리학 수용을 둘러싼 조선 건국의 의미를 유교 본래의 문제의식과 그 성찰에 기반한 문치 사회를 구현하려 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고려 후기에 성리학은 처음 인성 윤리론으로 수용되었고 점차 사회변동이 심화되면서 성리학의 제도론이 제시되었다조선 건국 후에는 고려 말에 제시된 개혁론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성리학의 제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유교의 이론적 철학적 근거를 마련하였다이로써 유교의 사회화와 제도화가 진전되고문치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차례


책머리에 · 개혁을 늦춰서는 안 된다 박태균

[특집포스트사회주의 국가와 자본가의 탄생 

· 개혁기 중국 지방국가와 자본가의 탄생산시성 메이라오반의 사례 박철현

· 쿠바의 민간 자영업과 체제변화 김기현

· 카자흐스탄 자본가계급의 출현 정재원

[기획 1] 1950~1960년대 한국 경제와 이방인들

· 미국 대한 원조와 윌리엄 원실무형 근대화론자로서 활동과 그 의미 한봉석

· ‘전쟁영웅의 이면밴 플리트의 대한 민간투자 유치 활동 이동원

· ‘공식’ 경제의 이면한국과 세계의 접속자아이젠버그 이정은

[기획 2] “조선 건국 다시보기” 기획에 대한 반론

· 고려 말 조선 초 수도의 이전과 건설연속과 변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 장지연

· 여말선초 성리학의 수용과 문치 확대 도현철

역비논단 · 무류(無謬)를 지향한 이념의 명암송시열이승만김일성이 제창한 이념의 비교 이경구

· 번역과 출판으로 본 북한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수용노동당을 중심으로 김선호

· 대학과 도시재생필라델피아 대학도시(University City)’의 사례 박진빈

서평 · 내선결혼정책/담론과 개인들의 운명 ―『동화와 배제』(이정선역사비평사, 2017) / 서호철

· 우공이산의 역작, 1920년대를 다시 묻다 ―『아베 미치이에-사이토 마코토 왕복 서한집』(이형식 편저아연출판부, 2018) / 장신

· 한반도의 이란성 쌍둥이 동유럽그 침탈과 모순의 역사 ―『동유럽 근현대사제국지배에서 민족국가로』(오승은책과함께, 2018) / 김지영

독자투고 · ‘사이비역사학과 식민사학에 대하여테이 정, 「사이비사학’ 비판을 비판한다」에 대한 논평 안정준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

책머리에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올여름 한반도는 111년만이라는 폭염에 휩싸였다뒤를 이은 태풍과 폭우는 기다리던 연내 종전 선언 소식보다 어쩌면 지구 멸망이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망상을 불러일으켰다평양 선언과 군사합의 비준 절차를 둘러싸고북한이 국가이냐 아니냐 하는 해묵은 논쟁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전개되니 더욱 꼬이기만 한다.

 

대학은 보다 직접적인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대학 살생부라고도 불린 8월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평가 결과, 4년제 대학 중에서는 대개 비수도권 대학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대학평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오지만당장 정원을 감축해야 하거나 재정 지원까지 제한받게 되는 일부 대학들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구조조정을 할 태세이다구조조정 방식은 창의융합이라는 명목의 모집 단위 통폐합전임교원정규직원 최소화 및 임금 삭감교원 책임강의 시수증가대형온라인 강의 확대전공학점 축소강사 해고 등등비용을 줄이고 교육 연구의 질도 같이 떨어뜨리는 익숙한 수단들이다한편, 2019년 1월에는 이미 몇 차례 유예된 강사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2010년 모 비수도권 대학 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마련되었던 강사법은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1년 단위의 계약을 통해 방학 동안에도 급여를 보장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했다하지만 학교들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강사들은 대규모 해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해다년간 시행되지 못했다그 와중에 대학은 강의전담 교수 등의 새로운 자리들을 만들어내며강사법에 대처할 수 있는 합법적인 꼼수들을 마련했다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처음으로 대학강사 대표 합의안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변화도 있었겠지만재정 부담은 여전히 각 학교가 강사법 시행에 반대하고 각종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데 동원하는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명목이다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계속되는 무한경쟁의 굴레에 빠지지 않으면서대학을 상품화하고 대학교육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은 어디 있을까.

 

연구자들의 공동연구와 연구성과의 환원을 추구하는 『역사문제연구』의 기본 방침이 대학 밖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문제연구』 40호에는 두 가지 공동연구의 성과들을 특집으로 수록하였다첫 번째 특집은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1980년대 세미나팀의 ‘1980년대 한국사회의 역동성 톺아보기이다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간행 시도에 만인이 만 가지 색으로 저항하라라는 모토로 저항하며 결성된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는이름에 걸맞게 한국사를 다양하고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공동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이번 특집에서는 아직 역사학계의 연구 범위에 안착하지 못한 1980년대를 대상으로 삼아그 시대 복잡한 주체들 사이의 경합갈등봉합 등 사회적 관계를 분석함으로써당대 사회의 역동성을 재해석하거나 기존 시각을 확장하려 한 3편의 논문들을 수록하였다유정환의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부의 사회정화사업 시행과 지역감시체계 재편」문민기의 「1980년대 한국대자본의 중국 경제교류 배경과 인식」정무용의 「1980년대 초 야간통행금지 해제 직후의 풍속도」가 그것이다보다 자세한 기획의도에 대해서는 특집 앞의 소개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두 번째 특집은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젠더연구팀의 감정 (다시읽기역사적 감정일상그리고 젠더의 문화정치학이다이 연구팀 역시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아직 새로운 감정을 역사화하려는 시도를 했다개인이나 집단의 감정과 그것의 문화적 실천이 일상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인식하에불평등한 권력관계에 의해 생산재생산되는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그리고 저항과 변화가 일어나는 일상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김은경의 「미군 위안부의 약물 중독과 우울」허윤의 「여대생’ 소설에 나타난 감정의 절대화」김청강의 「좌절하는 남자다움’」 등 3편의 논문이 수록되었다기획의도에 대해서는 역시 특집 앞의 소개글을 참조하기 바라며특집의 시도들이 널리 관심을 촉발시키기를 희망한다.

저작비평회에서 다룬 이은희의 설탕근대의 혁명도 설탕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통해서 개항 이후 한국 사회의 세계화근대화산업화일상의 변화를 아울러 구명하려 한 새로운 시도이다한국사이면서 세계사이고경제사이면서 사회문화사이기도 한 학문 분야의 벽을 허무는 저작을 논평하기 위해서 역사학과 사회학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전공하신 선생님들이 모였다설탕 소비의 대중화민족계층별 차이와 문화 혼종성현재의 백종원 현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태풍을 뚫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일반 연구논문으로는 4편의 논문이 실렸다양정필의 「근대 개성 공씨가의 삼포 경영과 자본 전환」예지숙의 「1910년대 조선총독부 구제관의 특징과 구제사업의 전개」곽민지의 「사회교육을 통한 국민교육헌장의 이념 보급」최광승의 「창조된 문화유적’ 경주 통일전」이다미리 기획한 것도 아니건만식민지기를 다룬 앞의 두 편은 자본 축적과 빈곤의 문제를현대를 다룬 뒤의 두 편은 박정희 정권기의 국민교육 이데올로기를 각각 다루고 있다쌍을 이루는 두 논문의 시각을 서로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대학과 학문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고 말하면서도, 『역사문제연구』는 2018년 학술지로서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과제를 클리어 했다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에서 등재학술지 등급을 유지한 것그리고 다음 41(2019년 4월호)부터 온라인 투고 및 심사 시스템(JAMS)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그래도 감점을 감수하더라도 학술지의 젊은 기획력을 유지함으로써 학계의 상호 소통과 재생산에 기여하고투고 마감일을 공개 연장함으로써 안팎의 연구자들에게 공평한 투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소소하지만 상생의 시도를 놓치지 않고 있다행사일마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는 부덕한 편집위원장이지만든든한 편집위원 분들 덕분에 이번 호도 큰 탈 없이 간행될 수 있었다감사의 마음을 전하며역사문제연구가 앞으로도 다른 연구자 또는 일반 독자들에게 든든하고 유익한 소통의 장으로 인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정선)

 

목차

■ 특집 1 : 1980년대 한국사회의 역동성 톺아보기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부의 사회정화사업 시행과 지역감시체계 재편 지역정화위원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유정환

1980년대 한국 대자본의 중국 경제교류 배경과 인식 문민기

1980년대 초 야간통행금지 해제 직후의 풍속도 정무용

 

■ 특집 2 : 감정 (다시읽기 역사적 감정일상그리고 젠더의 문화정치학

미군 위안부의 약물 중독과 우울그리고 자살 - ‘위안하는 주체의 ()일상과 정동 정치 김은경

여대생’ 소설에 나타난 감정의 절대화 최희숙박계형신희수를 중심으로 허윤

좌절하는 남자다움’ 섹스영화임포텐스그리고 ’ 치료 담론(19671972) / 김청강

 

■ 저작비평회

한국 근현대사에서 설탕은 무엇이었나

이은희, 『설탕근대의 혁명한국 설탕산업과 소비의 역사』(지식산업사, 2018)

 

■ 연구논문

근대 개성 공씨가(孔氏家)의 삼포 경영과 자본 전환 양정필

1910년대 조선총독부 구제관의 특징과 구제사업의 전개 예지숙

사회교육을 통한 국민교육헌장의 이념 보급(19681972) / 곽민지

창조된 문화유적’ 경주 통일전(統一殿) - 유신을 위한 국민교육도장 최광승

 

posted by 역사문제연구소